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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크하드 Jun 13. 2024

루틴이 뭔가요? 루틴없음에 루마티스 올 것 같아요


↑↑↑↑↑↑↑↑↑↑↑↑↑↑↑↑↑


2024. 03.28. 일기장을 올렸던 브런치 글이다.

생각보다 많은 호응과 댓글에 나도 신명 났던 글.

그리고 결혼기념일 선물 지갑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버.렸.단.다.


상단 브런치 글에 푸파파의 건망증에 대해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대하소설 한편 올리겠다고 언급했는데

오늘 바로 상소문을 올리고자 한다.




푸파파의 건망증은

주부 건망증 저리가라다.

나도 한 덤벙거림 있지만

더한 놈을 만나 결혼을 할 줄이야


결혼생활 14년 동안

내가 신랑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핸폰, 차키, 지갑" 


아니 40줄에 들어선 중년 남성을

아이 다루듯 하는 건 다 사연이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거실로 나가

창문과 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고

미지근한 물 한잔을 마신다.

그리고 바로 화장실로 가서 세수.

그래도 잠이 안깨면

모닝 믹스커피 한잔 때리는데 그때

핸드폰으로 오늘의 날씨를 체크한다.

(아이의 그날 등원룩 생각에)

카페인 충전이 완료되면 냉장고 문을 열고

오늘 먹을 아침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는 간단히 과일을 깎아먹고

(어느 순간부터 아침 식욕이 사라졌다.)

아이들 의사를 물어보고 빵이랑 우유, 주먹밥

그리고 간단히 푸파파 아침을 차려준다.


아이들이 먹고 있을때

뒤에서 머리를 묶어주고

첫째 등교가방에 물병 챙겨주고

둘째 등원가방 준비물 챙겨주고


그동안 푸파파는 아침을 먹고 어슬렁거리다

 나 늦었네 하면서 시간 확인하고 후다닥 나가는데

차키를 안가져왔다며 바로 돌아오기 일수

핸폰을 안가져왔다며 늦은 지각길 차로

반까지 갔다가 돌아온 건 정말 수십번.


한번은 내가 현관문 앞에 종이에다가

"핸폰, 차키, 지갑"

써놓았는데 초반에는 쳐다 보고 챙기더니

그것도 흐지부지!!

 결국 내 속은 터져 열폭하며 뜯어버렸다.


옛날에는 이런 유아적인 모습에 실망하고

싸우고 했는데 이제는 체념.

주말 아침에 일어나 세수도 안하고

일단 습관처럼 밥상머리에 먼저 앉는 푸파파.

(경이로운 소의 유일한 아침 루틴인가? ㅠㅠ)


내가 아침 준비할동안

세수좀 하고 있으라고 잔소리하면

세수하고 나온다.

그런데 면도는 하지 않는다.

면도 좀 해!!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 면도하고 나온다.

스킨,로션 안발라?

내가 말하지 않으면

하루종일 스킨,로션,면도도 하지 않는 푸파파.


영양제 값 좀 아낄려고 내가 종로5가까지 가서

푸파파 종합영양제까지 조공 바치면 뭐해~~

내가 아침마다 챙겨주지 않으면 먹지를 않는다.


정말이지 루틴 따윈 하나도 없는게

열살 첫째 딸내미보다 자기관리,

시간관리가 형편없다.

오죽하면 집안일 하나도 안 도와줘도 되니

제발 제자리에만 놔달라 사정했는데도

여기저기 널려 있는 새 수건,

입었는지 안입었는지 모를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옷!!

세탁바구니에 넣기 전에 내가 일일이 냄새를 맡고

찝찝한 확인을 할때가 되면

화가 머리뚜껑을 밀치고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 짐은 안 실고 아이를 실으며 주차장에서 장난치는 푸파파 >


주말에 어린 자녀 둘과의 집콕은

엄마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힘들어도 나가야 엄마가 숨통이 트인다.

어느 주말 1박 2일 근교가족여행을 잡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 먹이고

밥상 치우고 설겆이 하고 음식물쓰레기 처리하고

아이들 옷 갈아입히고

아이 둘 머리 묶어주고 난 머리 묶을 시간도 없어

항상 손목에 머리끈을 팔찌마냥 끼고 산다.

(시간없음에 차에서 대충 하나로 묶을 요량으로)


화장은 사치

썬크림 바를 시간이라도 있음 다행이다 싶다.

외출가방에 아이들 여유 옷을 챙길 때까지

나는 아직도 외출복 하나 못 갈아입고

여태 츄리닝바람이다.


그동안 신랑은 뭐하나?

아직도 면도도 안하고 있고 핸폰 삼매경.

내가 동분서주 엉덩이 붙일새 없이 있는 동안

본인 면도도 안하고 있다.

지나가다가 내가 "면도" 하면

본인이 아침에 일어나

세수도 안했구나 그제서야 자각.

정말 루틴따위 개나소나 준 격이다.


겨우 옷을 갈아 입고 나가기 전에

가스 점검, 에어컨 전원 확인, 환기 창문 확인하고

승용차에 탑승하면


아 맞다 핸드폰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그를 보며

속으로 얼마나 육두문자를 날렸는지..

(동승한 아이들을 생각해 속으로 욕짓거리를 한다 ㅠㅠ)


루틴 따위 없어서 하루에도

몇번씩 되돌아 가기 위해

아파트 계단을 뛰는 그(우리집은 2층이다)

조만간 루마티스 관절염이 오지 않을까 싶다.


나는 딸 둘에 아들 하나 키운다 생각하고

평생 살아야하나

한번은 어머님께 하소연했더니


아이고~ 내가 너무 다 해 버릇해줘서 그렇다.



나는 그래서 첫째 딸 방청소

가방 준비물 챙기기를

 딱 초등학교 2학년때까지만 해주고 손을 뗏다.

내 딸이 사십이 넘어서도

소지품 하나 못챙기는 성인으로 키우기 싫어서~~


오늘도 출근길 현관문을 나서는

푸파파의 등 뒤에 대고 소리친다


핸폰, 차키, 지갑

(아~~~~지겨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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