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수영장에서 아이가 쓰러졌다!

절망을 만났으나 희망을 보았다

by 희서 Feb 27. 2025
아래로

 영장의 넘실대는 물 눈앞에 어른거리며 몸이 근질대기 시작했다.

 금단현상은 술, 담배, 약물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운동도 해당될 줄은, 그게 내 이야기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동이라고는 사십 평생 호흡 운동과 마트에서  운동이 다는데. 이런 내가 하루라도 수영장에 가지 못하면 좀이 쑤시고 하루의 시작과 끝이 름칙했으니 이쯤 되면 수영 중독자라 명명해도 좋을 것이다.


 문제는 수영장이 일주일에 한 번 휴장한다는 것이다. 휴가 이어지는 날이면 휴장일 덩달아 길어진다. 안전 점검, 수질 관리, 전체 청소, 수영장 인력들의 휴무.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그날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하지만 서운한 맘이 거리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다. 나는 중독자니까! 수영 중!


 그리하여 나의 수영장 투어는 시작되었다. 다자녀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해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휴장일을 대신해 줄 옆동네, 그 옆동네 시립수영장을 이용하는 건 생각보다 재밌고 설레기까지 했다. 동네 수영장에서 25m 레인만 왔다 갔다 하다가 옆동네 수영장의 50m 레인을 마주했을 때의 쫄깃함. 무작 물속으로 뛰어들었으나, 망망대해의 한가운데 있는 양 아득하게만 느껴지던 2m 깊이의 물속. 옆옆동네 수영장에서 만나 꽤나 화가  통했던 그녀 볼 수 있을지 설며 향했 걸음. 한 번 맛본 수영장 투어는 끊을 수가 없었다.



 그날도 옆동네 수영장에서 한바탕 물과의 사투를 벌이고 나서 샤워실로 음을 옮겼다. 낙하하는 물소리와 뿌옇게 번지는 크고 작은 름과 사람들의 분주한 손놀림워실 안은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 가운데 어렴풋이 들려오는 한 아이의 소리.


 "엄마, 답답해."


 세차게 떨어지는 물소리 뒤엉켜, 들릴 듯 말 소리가 뒤에서 가녀리게 메아리쳤다. 고개를 돌려보니 이는  부친 지 주저앉아 있었고, 아이의 엄마는 근심 어린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고 있었다.


 '어디가 아픈가?'


 딸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그 아이가 걱정스러워 뒤를 흘깃거리면서, 불안하고도 불편한 샤워를 마치고 나가던 찰나였다.

.

.

.

.

.

.

.

.

.


 그 순간 아이가 쓰러졌다!

 혈색이  가는 몸과 아득한 곳으로 빠져드는 아이를 앞에 두고, 아이 엄마는 어찌할 줄을 몰라했다. 긴박한 상황이었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와 아이를 에워싸고선 누군가는 119에 구조 요청을 하고, 누군가는 엄마에게, 누군가는 아이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었다. 아이의 의식이 자꾸만 다른 곳으로 가려 하면 급하게 알게 된 아이 이름을 너 나 할 것 없이 부르고 팔다리를 주무르면서 구급차가 오기기다렸다.


 '아이야, 아이야. 예쁜 아이야. 제발 일어나자. 정신을 잃으면 안 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아이의 안녕을 바라고 바랐다. 폐장 시간이 임박했지만,  구도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갔지만 멈추었다.

.

.

.

.

.

.

.

.

.

.

.

 그때 아이가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괜찮니? 괜찮아? 정신이 드니?"


 "엄마, 나 못 일어날 거 같아. 그런데 괜찮아."


 아이의 세계가 이곳으로 옮겨 걸 확인한 후에야 멈추었던 시간이 다시 흘러갔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삭막하다 못해 절망뿐이라고.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철천지원수가 될 수 있다고. 누구든 믿지 못하니  자신만을 굳게 믿으라고.


하지만 믿고 싶다.

아직 세상은 살아갈 만하다고.

조건 없이 나눠주는 마음이 바로 내 옆에 있다고.


나는 수영장에서

절망을 만났으나 희망을 보았다.


시간은 멈추었으나

다시 흘러갔다.



 

 


사진 출처 - pexels

이전 10화 수영장에서 패션쇼 하는 40대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