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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rdin BsBsVs Oct 22. 2023

따뜻한 이야기 한 스푼 #10

동물들에게 배우는 사랑이야기.

아이가 태어난 후

옹알이하며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면

집은 작은 동물원이 될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면, 자녀는 뛰고, 소리치며,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 것이다.

아빠가 된 후,

난 그것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었다.

탐구와 호기심으로

멀쩡한 비디오 플레이어에 저축하듯이

과자와 레고블록을 넣어, 개미집으로 만들어버리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나의 자녀.

(저축만으로 개미집을 마련해 주는 재테크의 귀재)

그 덕분에 비디오 플레이어는 내손에 몇 번이나.

분해당해야 했다.(덕분에 내 마음도 분해당했다.)

나비는 알에서 깨어나, 본능에 따라 하늘을 날기 시작한다. 아이들 또한 무한한 상상의 날개를 가지고 태어난다.

10여 년이 지난 비디오 플레이어 입구에는

그 당시 예방을 위해 급하게 막아놓고, 다시 사용을 위해 떼어놓은, 테이프자욱이 여전히 선명하다.

아마도 나의 딸의 첫 번째 애완동물은 개미였나

싶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가정집이란.

동물을 키우지 않아도 동물원이 될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 글의 주제는 그게 아니다.

나는, 어린 자녀로 인해, 여러 동물을 키우게

된 부분에 대한 것과 그를 통해 배우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고 싶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적어도 자녀의 요청으로 한 두 가지 이상의 동물을 키워 봤을 것이다.

우리 가정 또한, 자녀 덕분에 수많은 동물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가질 수밖에 없었으니.

어린 자녀를 가진 부모님은 동물원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  숙명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단, 자녀에게 고용된 No pay 동물원장….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자, 기린 등은 동물이 아닌

인형으로 자녀방에 거하고 있으니

우리 두 내외가 잡아 먹히거나, 다칠 일은 없어

그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뿐이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구피, 금붕어, 소라게, 달팽이, 체리세우, 민물새우,

사슴벌레 등등..

아빠, 엄마는 수의사에 사육사에 만물박사가 될 수

밖에 없다.

“아빠 구피이상해!” “아빠 금붕어가 가만히 있어”

 “구피가 어항밖으로 튀어나왔어!!!”

“아빠 소라게 왜 안 나와? “

 “바닥 밑에 계속 숨어 지내..”

“아빠 큰일 났어 금붕어 비늘이 일어났어... “등등

고용주의 VOC가 쇄도한다.


사랑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것.

말이 되든, 말이 안 되든 귀담아듣고

다정하고 주의 깊게 그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귀담아야 하는 것.


구피..

집에서 키우는 구피는 4종류로 저마다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구피 수컷은 화려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O마트에서 어린이날 이벤트로  구피 한 마리씩

나눠준다고 난리다. 어린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길게 줄을 선 채, 자기 순서만 기다리고 있다.

 내 자녀라고 다르겠는가?

난 받기 싫지만, 아이가 간절히 원한다.

결국 O마트의 장삿속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구피 한 마리를 받으면 그냥 집으로 올 수 있나?

   아니다. 쾌적한 집인 어항이 필요하고,

    어항만 있으면 되나?

    아니다, 세간살이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바닥재도 깔아주고, 수초도 깔아주고, 이끼도  

    풀어주고, 그리고 사료도 사야 한다.

     심지여 나도 못 가져본 물레방아도 바쳐야 한다.

      수질 관리용 약품 등등

     그걸로 끝이 나나? 구피 한 마리, 독수공방

      홀아비 감옥생활 시킬 수 있나?

     천생연분 배필에 부부동반 모임도 가능하도록

     부부 친구들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그리고 이웃들도 필요하다.

 아빠는 그날, 자녀를 위해 숙식 무료제공에 4대 보험까지 들어주는 친절한 고용주가 되어,

구피를 단숨에 채용했다.

그날, 구피가 집에 온 이후.

손이라도 어항 위에  다가서기만 해도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 월급(밥) 달라고 항의라도

하듯, 물장구를 치며 작은 입을 뻐끔거리며 난리다.

하지만, 구피에 대한 딸의 관심은,

딱 며칠이었던 것 같다.

그 구피는 자손을 낳고, 또 낳고..(번식력이 최고다.)

몇 마리뿐이던, 구피는 어느새, 큰 민족을 이뤘다.

어항의 좁은 생활을 하는 구피의 모습을 보면 괜시리, 내가 죄를 짓고있는 것 같이 느껴졌었다.

난 이 수십 세대를 거쳐도 망하는 일 없이,

늘 왕성한 이 민족이 전염병에 몰살하기까지.

10년간 수발 아닌 수발을 들었다.

10년이니. 또한 얼마나 많은 장례를 치러 줬겠는가.

작은 생명도 소중하다 보니. 인내심으로 버텼다.

그 인내심도  바닥이 났는지, 물 관리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하고 전염병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생각해 보면, 마트에서 집으로 올 때 이미

동물 보호자는 딸아이가 아니라 나였다.




사랑에는 인내와 책임이 필요한 것.

힘들다고, 어렵다고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 사랑의 소중함을 잊는 순간,  

첫 만남에서 가졌던, 그 마음을 잊는 순간.

함께한 긴 시간은 의미가 없어지고,

이별은 찰나와도 같다.

그리고 또 돌이키지 못할 후회를 하게 된다.



소라게..

딸아이가 학원 선생님이 선물한 탁구공 만한 소라게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그로 인해 세간살이를 더 늘려야 했다. 바닥재에

천연산호 조각, 소라게 섭취용 소금, 전용 밥그릇,

  천연야자 껍질 바닥재, 소라게 사료용 젤리까지.

 가을이 다가왔다.

소라게가 열대지방 동물이라나 뭐라나.

그리하여 온열 램프와 거치대까지….

좋겠다. 주인이 온찜질까지 시켜줘야 하는구나.

         (그런데, 전기세는 어떡할 거야!!)

정성스럽게 집을 마련해 주었다.(실제 사진2018.10.E)


유목 위에 휴식을 취하는 소라게(2018.10.E)

하지만, 그리 노력했건만.

기후가 맞지 않는 건지.

외로움에 향수병이라도 걸렸는지.

몇 개월도 안되어,

그동안, 그리 집착하며, 힘겹게 등에이고 다니던,

알록달록 소라집만 잠시 내려놓곤

소라게는 건널 수 없는 강을

혼자 건너갔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공수래공수거 이거늘.

그리 덧없다.


부모님과  목사님이 그동안 동물의 왕국 같은

다큐를 왜, 즐겨 보셨는지 나이가 들어보니

 조금은 알 것만 같다.

동물의 짧은 인생의 모습을 보면,

사람의 인생이 보이기도 하더라.

또한 그 치열한 삶도. 같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태어나고, 일하고, 사랑하고, 자녀를 갖으며, 또 죽음을 맞이한다.

금붕어..

지역 행사 때 장사꾼이 몰려왔다.

잠시 엄마와 나섰던 딸아이가,

그곳 장사꾼 이야기를 듣고 뽑기를 해서

금붕어를 받아 왔더라.

딸은 금붕어 뽑으려고 금붕어 여러 마리 값을 지불했단다.

 그 금붕어의 등은 굽어 있고. 한쪽으로 몸이

 기울어진 채, 투명하고 작은 봉지 안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

난 딸이 속은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딸아이는.. 금붕어 중에 기형이 좀 있고, 병이 들어 보여 금붕어를 예뻐하며,

기분 좋게 받아 왔다는 것이다.

가여운 마음에 금붕어를 돌봐 주기 위함이라나.

(그 딸아이의 예쁜 마음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며칠 안되어

경주 키즈카페에서 두 눈이 크고, 검은색 몸을 가진. 금붕어 한 마리를  더 얻어와 병든 금붕어 친구가

외롭지 않게 되었다는 것.

하지만, 아빠는 이제 자녀의 동심을 지키기 위해

장애가 있고 병든 금붕어의 간병까지 해야 한다.

(죽으면 절대, 안된다!!)

그뿐만 아니라. 문제는 더 있었다.

금붕어 하고 구피를 같은 어항에 두었더니

구피 치어(아기물고기)를 금붕어가 다 잡아먹어

어항을 추가로 늘릴 수밖에 없었다.

어항만 3개, 달팽이집 1개, 소라게집 1개.

장애와 병이 들어있던 그 금붕어는 시간이 지나며,

내 딸아이의 이쁜 마음과 내 정성을 잘 안다는 듯.

병도 낫고, 장애도 표시가 안 날 정도로 회복하게 되었다. 그리고 애완 금붕어치곤, 천수를 누리고 하직을 했다.


사랑을 위해서는

충분한 대가를 치를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은 모든 상황과 조건을 초월하며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또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아끼고 사랑으로

 함께 하며,  변화와 회복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기적을 만드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강아지..

 필자의 자녀는 동물을 좋아한다.. 개와 고양이를

조금 무서워하기도 하지만. 좀 친해지면 금세 강아지도, 고양이도 친구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동물들과의 만남에서 늘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아이의 학원 선생님이 키우는 강아지가

 좀 까칠했는데,

딸이 예쁘다고 만지다가 그만 엉덩이를 물리고 만 것이다. 딸은 엉덩이 물린 게 억울해였는지, 놀라 본능적으로 그랬는지, 강아지의 배를 발로 찼다고 한다.

딸이나 강아지나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마음에 트라우마로 남을 까봐,

걱정을 했다. 그리고 난,

딸의 작고 하얀 엉덩이에 빨간약을 발라주며

상처받은 마음까지 나아지길 기다린다.

(학원 선생님은, 아마도 강아지 배를 쓰다듬으시고 계시겠지)

 


사랑에 있어,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사랑과 관심, 호의는 오히려

상처가 되기도 한다.

자신이 원하는 건지, 상대방이 원하는 일인지

냉정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상대방을 위한 사랑이 아니라.

상대방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자기 집착이며,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다.


고양이…

고양이와 개를 집에서 키우지를 못하게 하니

딸은 엄마와 함께 가끔, 편의점에 들러, 고양이 간식을 조금씩 사놓곤, 가방이나,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그리고 길 고양이를 만나면 나눠주곤 한다.

아파트 주변을 걷다 보면,

노숙인 포스를 풍기는, 건달 비슷한

고양이들도 보이기도 한다.

어느 굴에 거하는지 모르지만.

털이 거칠고 지저분하다.

털만 보면 고랭이(고양이지만 호랑이가 연상되는)

그런 친구 말이다.

그래도 불쌍해서 인지, 예뻐서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딸아이는 간식을.  잘 챙겨 준다.

그리고 헤어질 땐

꼭 어깨높이만큼, 한 손을 들고

친구에게 인사하듯,

세 번의 다정한 인사까지 해준다.

아이의 진심이 담긴 다정한 손짓과 낭낭한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들려오는 듯 하다.

그 상황을 자세히 말하자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고랭이가

(사람이라면,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고 있을 법하다)

어슬렁거리며  뒤돌아서 가려한다.

 

딸아이 :

- “안녕!”(손을 작게 흔들고, 목소리는 작게)


고양이는 그 자리를 떠나 지나가 버리고 뒷모습만

보인다.


딸아이 :

“안~녀~ 엉!”

(손을 좀 더 넓게 흔들고, 목소리는 크고 길게)


어느새, 고랭이와의 거리가 더  멀어졌다.


딸아이 :

“ 다음에  또 보자~ 아!! 아~안~녀~엉~!!!”

(아주 크고, 높은 톤의 목소리로,  손을 높게

  요란스레 흔들어 댄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고양이가 멀어질수록

인사하는 몸짓도, 목소리도, 더 커 저 간다는 것이다.


난 박애주의자 딸을 둔 아빠다.

물론 후원은 내가 해야 되는 것이고….



사랑은.

조건 없이. 다정하게 베풀고, 상대방이 웃어

주지 않아도, 인사를 받지 않아도,

정답게 인사를 할 수 있는.

세상에 법에 오염되지 않은.

어린아이의 마음이 필요하다.

가끔씩은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자, 마음의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지 말이다.

나는

딸아이가, 늘 한결같이 연약하고 소외받는 생명을

긍휼의 눈으로 보기 바라며, 따뜻한 그 마음으로

조건을 따지지 않고 섬기고자 하는

마음을 지켰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과 죽음에 대한 슬픔과

 무게도, 늘 잊지 않았으면 한다.

어느 생명이나 가치 없는 생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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