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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Feb 21. 2024

면천(沔川) 먹거리 1타집, "부잣집 청국장"(?)

콩국수의 에이스, "에이스 식당"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1. 부잣집 청국장


충청남도 당진에 면천(川)이란 작은 면이 있는데, 내 이곳을 참 좋아해서 수없이 오갔다. 그리고 그러다 보니 면천에 꽤나 친숙한 지인들이 생겨났는데, 그들 가운데 특히 친분이 많은 여자분은 면천의 먹거리를 이야기하면서 제일 먼저 바로 오늘 이야기하는 "부잣집 청국장"을 언급하셨다. 하여 면천의 지인이 추천한 청국장집을 찾아 나섰는데, 나는 아무런 근거없이 부잣집 청국장은 쓰러질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조금은 꾀죄죄하고 허름한 외관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런데 내 눈앞에 나타난 부잣집 청국장은 예상과 달리 이렇게 너무도 크고 번듯했다. 

한편 부잣집 청국장 입구에는 다채로운 효능을 갖고 있는 '함초'를 넣고 반죽했음을 강조하는 콩국수 입간판도 세워져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면천에 있는 여타 콩국수 집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입구를 지나치면 청국장의 효능과 부잣집 청국장의 우수성을 알리는 글들로 벽면이 가득 차 있다. 

외관을 보는 순간 예상했었던 것처럼 매장은 아주 넓다. 더 놀라운 것은 아래 사진 속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인데, 삼겹살 등을 먹는 사람을 위해 불판이 있는 테이블이 가득한 공간이 따로 넓게 마련되어 있다.

메뉴는 심플하다. 물론 밖의 입간판에 써있는 '함초 콩국수'가 있기는 하지만, 주력메뉴는 역시 청국장이다. 그리고 콩비지 및 된장찌개도 있고.

그렇다면 일단 선택해서 먹어볼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청국장이다. 청국장을 주문하자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이 깔리는데, 두툼한 두부 부침이 제일 먼저 시선을 끈다.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순서의 문제일 뿐, 밑반찬들 모두가 맛있다. 단지 내 입맛에는 지리멸볶음과 열무김치가 딱이였는데, 왼쪽의 나물들 또한 맛있기만 하다. 

그리고 마침내 청국장이 나왔다. 면천이 시골(아, 이 표현은 면천분들에게는 기분 나쁘게 들릴 수 있는 면이 있을 것 같은데, 그 점에 대해서는 미리 사과를 한다. 그런데 시골이란 표현 대신에 지방, 농촌 등의 표현으로 바꾸면 왠지 느낌의 전달이 약할 것 같애서... ㅠㅠ)이란 느낌이 있었는지 막연하게 청국장은 퀘퀘한 냄새가 진동하면서, 걸쭉하게 나올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부잣집 청국장은 냄새도 강하지 않고, 겔 상태에 수렴하는 걸쭉함 또한 전혀 없다. 심지어 김치를 잘게 썰어 넣어 깔끔하기까지 한데, "예술 수준이다"라고 까지 말하기는 뭣하지만 여하간에 훌륭하다. 

약간의 시간적 간격을 두고 서비스된것을 모두 모아놓아 보면.... 이것이 부잣집 청국장의 온전한 모습이다.

먹는 방법? 그것이야 전적으로 각자의 기호에 따르면 되지만, 왼쪽 상단에 있는 모듬나물을 투하하고나서 청국장 국물을 조금 부은 다음,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석석 비벼먹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그렇게 비벼 먹으면, 그 맛은 예술에 상당히 근접하다. 

김치를 담그느라 분주하기가 말할 수 없는 주방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는데, 저렇게 담그시는 김치가 청국장의 시원한 맛을 내는 데 일조한다.  


2. 콩국수의 에이스, 에이스 식당


앞에서 소개한 부잣집 청국장을 이야기 해 주신 분은 "면천에 왔으면 콩국수를 반드시 맛보고 가야 한다"는 말 또한 빼놓지 않으셨다. 그말을 듣고 보니 당진을 다니면서 (이상할 정도로) 콩을 재료로 하는 음식들, 부잣집 청국장 을 아이템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던 것이 생각났다. 앞서 이야기 한 (부잣집) 청국장과 콩비지, 그리고 순두부와 두부정식, 그에 더하여 콩국수까지.... 이런 것을 보면 내가 잘 몰라서 그렇지 당진 콩은 - 장단 콩 정도의 유명세까지는 아니더라도 - 품질이 좋기로 꽤 유명한 듯하다. 그런데 면천읍성(沔川邑城)에 들어서게 되면, 그 정도가 심해져서 면천읍성 안의 거의 모든 음식점이 '콩국수'를 주 메뉴로 삼고 있다. 심지어 앞에서 이야기한 '부잣집 청국장'까지도 함초 콩국수를 부수적 메뉴로 삼고 있을 정도니 말해 뭐하겠는가? 에컨대 이런저런 이름을 가진 곳을 포함하여 그 작은 면천읍성 안에 여남은개의 콩국수 집들이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나 같은 나그네로서는 도대체 어느 곳에서 콩국수와 대면해야 되는건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식당 분위기, 위치, 크기, 손님 수 등등에 주목하면서 괜찮은 콩국수집을 찾아 면천읍성을 돌아 다녀봤고, 그 결과 내가 들어선 곳이 바로 이곳 "에이스식당"이다. 간판을 보면 알겠지만, 에이식당은 "쑥"콩국수를 강조하고 있어. 아, 콩국수가 사람들의 머리속에 여름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지, 겨울에는 콩국수를 팔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면천을 몇번씩 다녀 봤지만, 겨울에 콩국수를 내는 곳은 본 기억이 없다. 

나중에 다시 확인해 보았더니, 에이스 식당이 문자 그대로 면천 콩국수의 에이스라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내가 이곳을 찾았을 때가 막 점심식사 시간이 시작될 때였는데, 14개의 테이블 모두에 손님들이 앉아 계셨다. 물론 기다리는 분들도 꽤 있어서 대기 번호표도 만들어 놓았다. 다만 테이블 로테이션이 매우 빨라서 대기 손님이 많아도 조금만 기다리면 식사를 할 수 있는데, 이는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눈치가 보여 식사를 끝난 후에도저히 앉아서 노닥거릴 수가 없어서 그런 듯하다. 


이렇듯 손님이 많으니 당연히 일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초상권에 민감하신 두분을 제외하고도 내눈에만 4분이 더 보일 정도.

차림표라고 할 것도 없는 차림표. 몇가지가 보이는 듯하지만,  사실상 '쑥'콩국수, 딱 한가지의 메뉴밖에 없다.

이쯤되면 차림표는 콩과 쑥, 고추가루가 국내산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기능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아, 차림표에 있는 가격은 3년전 가격이다. 작년 여름에도 이곳을 찾았었는데, 이번에는 먹는 것에만 전념해서 사진을 남겨 놓지 않았다. 

드디어 내 앞에 놓여진 콩국수와 조우하게 됐다어. 뭐, 솔직히 비주얼 자체가 압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 허긴 콩국수의 비주얼이란 것이 거기서 거기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사진에 안 보이는 것, 그러니까 콩국수의 맛은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걸쭉하면서도 담백깔끔한 콩국물이 예술이고, 직접 채취했다는 쑥이 함유된 두툼하고 쫀득쫀득한 면발 또한 엄지척을 할 만하다. 이제 국수인생 60년이 내일 모레인 국수매니아가 보장하는 맛이니, 내 말을 믿어 보시기를... 절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는 것을 보고,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콩국수의 양이 국수에 진심인 나에게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여 차림표에 착실하게 따라서 사리를 미리 주문하였는데, 사리의 양이 엄청나다. 기본 메뉴로 제공되는 국수양과 거의 완전히 동일한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말이다. 그러나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잠시 후 저 사리는 테이블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아쉽게도 음식점 안의 풍경은 전해주지 못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손님들이 빼곡하게 들어오셔서 자리보전을 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렌즈를 들이댈 수 있었던 것은 사람없는 바깥 풍경일 뿐이었다. 그래서 면천읍성 안의 랜드마크인 풍락루(豊樂樓)를 가져 왔다.

주문한 콩국수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식당안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재미있는 낙서를 발견했다. 콩국수 집과 안어울려 보이는(?)  BTS와에다가 자신의 선호도까지 분명하게 밝혀 놓고 있는 낙서... r글씨체도 내용도 모두 어린 친구의 낙서 같은데, 어랏 LPGA를 누비는 교포 골프선수의 이름인 KANG Daniel이 보인다. 물론 어린 친구가 골프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을 수는 있기는 하지만,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어 검색을 해 보았다. 그 결과, 추측건대 여기서의 KANG Daniel은 아마도 WANNA-ONE 멤버 중 한 명의 이름인 듯하다.


그렇게 웃어가며 낙서를 읽어 내려가다가, 순간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린 손자 아이가 외할머니의 키를 재어 기록해 놓은 것인데, 외할머니의 키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손자의 안타까움이 너무도 잘 나타나 있다. 어린 손자 아이는 우리들이 경험을 통해 너무도 잘 아는 사실... 나이가 들어가면 칼슘이 어디론가 새는지 키가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한 듯하다. 키가 줄 수도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웠던 것이다. 그런데... 낙서 속의 할머니의 키가 6cm나 줄었다면, 이것은 단순히 키가 조금 줄은 것이 아니라 허리가 구부러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문득 손자가 이끄는대로 벽에 서주셨던 외할머니의 마음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는데, 아... 이건 차마 필설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

할머니와 손자의 이야기를 뒤로 하고, 맛집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건 주의할 점이 하나 있어서 그런데, 이렇듯 장사가 잘되다보니 저녁때면 준비한 재료가 떨어지기 일쑤라는 것이다. 즉, 저녁때면 콩국수를 맛보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명심, 또 명심하기를. 다만 꼭 에이스식당이 아니더라도 면천읍성 안의 대부분의 콩국수집들은 저녁에는 장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면천이란 곳이 워낙 작은 곳이다 보니 저녁 시간대에는 손님이 많지 않은 것이 그 원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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