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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인 May 08. 2024

13화  명견과 맹견

며칠 전에 개 물림 사고가 있었습니다. 가해 개는 녹지공원 옆 한 주택에서 기르는 진돗개였어요. 집을 탈출해 녹지공원을 배회하다가 한 여성을 만났대요. 그 여성은 자신의 반려견 비숑 프리제와 함께 산책 중이었고요. 

먼저 진돗개는 비숑 프리제에게 달려들었어요. 여성은 자신의 반려견을 보호하기 위해 비숑 프리제를 안았죠. 그러자 진돗개가 여성에게로 달려들었어요. 뒤를 돌아서 도망쳐가는 여성의 종아리를 앙 물었어요. 순간 날카로운 비명이 녹지공원으로 퍼져 나갔어요. 

비명이 들린 그곳으로 몰려든 사람들이 본 것은 커다란 개가 여성의 종아리를 물고 이리저리 흔들어대는 모습이었어요. 앞으로 엎어진 여성이 자신의 반려견을 꼭 안고 종이 인형처럼 이리 쓸리고 저리 쓸렸죠. 놀라고 당황한 사람들은 119에 전화를 걸었어요. 그러나 아무도 그 두려운 개에게 다가갈 엄두는 내지 못했어요. 

긴장한 시각은 잘게 잘게 쪼개져서 느릿느릿 지나갔어요. 마치 남의 집 담장을 넘는 천이백 마리의 고양이처럼. 그렇게 이십 분이 흘러갔을 때…. 

마침내 119가 도착했어요. 건장한 119 대원 네 명이 그때까지도 여성의 종아리를 물고 놓지 않는 진돗개에게 달라붙었어요. 거친 실랑이가 벌어졌어요. 119 대원들은 진돗개의 주둥이를 벌리려고 하고 진돗개는 문 것을 놓지 않으려고 하고. 거친 숨소리와 함께 모진 시간이 흘러간 뒤 진돗개의 주둥이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여성의 종아리가 진돗개의 주둥이에서 놓여났어요. 종아리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피가 땅바닥을 적셨어요.      


현재 여성은 1차 수술을 하고 2차 수술까지 한 상태예요. 1차 수술에서는 물린 부분을 소독했고요, 2차 수술에서는 그 부분을 봉합했어요. 뜯긴 살점을 소독하지 않고 봉합하면 그 부위가 괴사 하기 때문이에요. 봉합한 부분은 마치 타오르는 별처럼 뾰족뾰족했어요. 의사는 봉합하기 전 갈기갈기 찢긴 살점 끝을 최대한 예쁘게 잘라냈다고 말했지요. 

봉합 부위의 양쪽에는 커다란 구멍 두 개가 나 있었어요. 그것은 진돗개의 송곳니 자국이었어요. 그 구멍으로 깊숙이 들어간 진돗개의 송곳니는 다리 힘줄을 끊어놓았지요. 그 힘줄을 잇는 수술도 진행되었어요.   

진돗개의 주인은 병원비를 책임지겠다고 했어요. 2차 수술을 끝낸 현재까지 천만 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했대요. 앞으로 들어갈 비용까지 합하면 몇천만 원은 될 거라고 짐작들 하지요. 재활이며 성형이며 남은 과정도 만만찮으니까요. 


피해자가 입원한 그날, 즉 진돗개가 여성을 공격하여 종아리를 문 그날이죠. 진돗개의 주인도 병원에 입원했어요. 자기 집의 개가 집을 탈출하여 산책하는 사람을 공격하고 물었다는 것에 기절초풍해서 픽 쓰러졌어요. 얼마나 충격이 컸으면 그랬을까요. 만약 솔이가 그랬다면 저 역시 그랬을 것 같아요. 머리를 싸매고 몸져누웠을 것 같아요. 현실을 인정하기 싫을 것 같아요. 꿈이라 믿고 싶을 것 같아요. 보듬고 만지고 뽀뽀하며 살뜰하게 보살피던 반려견이 사람을 해치는 맹수라면. 그에 더해 반려견의 생사를 고민하게 되었다면.

외국에서는 물림 사고가 발생하면 가해 개의 생살여탈권, 즉 안락사의 권한을 피해 개의 보호자에게 준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이 법이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고요. 그러므로 이 진돗개의 생살여탈권은 주인에게 있어요. 주인이 자기 반려견을 안락사할지 안 할지 결정해야 해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저는 강변 잔디밭의 반려인들처럼 가해 진돗개를 안락사해야 한다는 쪽에 한 표를 던졌어요. 그렇게 집요하게 입질하는 개는 앞으로도 그렇게 입질할 가능성이 매우 크니까요. 

만약 그 가해 개가 우리 솔이라면…. 끔찍하지만 저는 상상해 봅니다. 

만약 그렇다면… 저는 안락사를 선택할 거예요. 제 가슴은 찢어지겠지만, 다른 사람의 가슴과 살점을 또 찢어놓아서는 안 되니까요. 우리 개가 남의 행복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권리는 없으니까요.  

    

마음속에 오직 한 주인을 위한 자리만 있는 진돗개. 

진돗개 물림 사고 이후 녹지공원을 산책하려니 무서워졌어요. 어디서 그 개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동안 명견이라 여겼던  진돗개 강돌이도 다시 보게 되었고요. 강변 잔디밭에서 솔이와 잘 노는 강돌이는 5개월인데 촐랑촐랑 뛰어다니는 모습이  꼭 개구쟁이 아이 같았거든요. 

“솔이랑 잘 놀아서 좋긴 한데 솔이 뼈가 부러질까 봐 그게 걱정이라.”

강돌이 아빠는 종종 이렇게 말했어요.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했죠.

“솔이 뼈도 통뼈예요.”

그러나 속으로는 걱정이 많았어요. 강돌이에게 엉덩이 치기를 당해 본 뒤로요. 엉덩이를 살짝만 튕겨도 뼈가 아린데 세게 치면 뼈 한두 개쯤은 그냥 부러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강돌이의 송곳니는 날카롭고 길쭉해요. 장난으로라도 솔이 목을 물면, 솔이가 깨무는 오리 목뼈처럼 와그작와그작 부서지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아요. 저는 솔이가 강돌이와 놀 때 절대 눈을 떼지 않아요.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졸졸 따라다니지요. 

그런데 반려견 문화 축제장에서 강돌이를 만났을 때 강돌이의 냄새를 맡던 솔이가 갑자기 강돌이를 피하는 거예요. 저도 강돌이 아빠도 당황했죠. 눈치 없는 강돌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자꾸만 솔이를 따라다니며 치근덕거렸어요. 

뭉툭한 발로 솔이의 등을 치면서 놀자. 

커다란 엉덩이로 솔이를 밀치면서 놀자.

주둥이를 솔이의 목에 들이밀면서 놀자. 

이렇듯 자꾸 귀찮게 하는 강돌이에게 솔이는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어요. 

“야, 며칠 전까지 잘 놀았잖아! 갑자기 왜 이래?”

저는 솔이를 타박했어요. 솔이는 엉덩이를 내리고 꼬리를 말았고요. 그러는 중에도 강돌이는 뭉툭한 앞발로 솔이의 등을 툭툭 치며 장난을 걸었죠. 

“솔이야, 강돌이야, 강돌이. 강돌이 몰라?”

강돌이 아빠가 말했어요.

“오늘 얘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러자 강돌이 아빠가 축제에 초빙된 훈련사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꺼냈어요. 

“지금까지 나는 강돌이에게 손으로 장난치며 놀아주었거든. 그런데 훈련사가 말이, 그러면 안 된다네. 손을 장난감으로 생각해서 다른 사람의 손을 물 수도 있다고. 나는 그걸 몰랐지. 이제부터는 손으로 안 놀아줘야겠더라고. 오늘 한 가지 배웠어.”

“아, 그렇군요.”

바로 그때 솔이가 저를 끌고 행사장 뒤로 도망갔어요. 저는 황급히 강돌이와 강돌이 아빠에게 인사를 한 후 행사장 뒤로 갔지요. 그곳에 가니 작은 개들이 모여 있었어요. 솔이는 꼬리를 흔들며 어깨로 구름이를 밀었어요. 구름이는 솔이의 몸짓에 응했고 둘은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놀았어요. 

순간 저는 궁금해졌죠. 이렇게 잘 놀면서 좀 전엔 왜 그랬을까? 저는 방금 있었던 일을 구름이 엄마에게 들려주었어요. 그러자 구름이 엄마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바로 좀 전에요. 훈련사가 갈색 진돗개의 리더줄을 잡고 ‘앉아’ ‘엎드려’ 훈련을 했거든요. 그런데 그 갈색 진돗개가 훈련사의 손과 다리를 물어버렸어요. 훈련사의 손에선 피가 났고 다리에선 피가 바지에 스며 흘러내리는데, 훈련사도 놀라고 보호자도 놀라고 구경하던 사람들도 개들도 다 놀랐어요. 앞으로 갈색 진돗개를 조심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개를 데리고 이리로 피신해 온 거예요.”

“아, 진짜요?”

저는 눈을 깜짝거렸어요. 구름이 엄마가 말하는 갈색 진돗개가 바로 강돌이였거든요. 순간 그동안 무심코 들어 넘겼던 강돌이 사고 친 이야기가 줄줄 생각났어요. 

강돌이는 전원주택에 살아요. 두 달 전 그 마을에서 강돌이가 닭 두 마리를 물어 죽인 일이 있었어요. 강돌이 아빠는 닭 주인에게 30만 원을 배상해 주고 닭 열 마리를 사 와서 집에 풀어놓았어요. 그러고는 강돌이가 닭을 물어 죽일 때마다 혼을 냈대요. 반대로 아침에 모든 닭이 멀쩡하면 칭찬하고요.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강돌이가 닭을 더는 물어 죽이지 않는대요. 지금은 강돌이와 함께 닭장에 들어가 달걀을 꺼내오는데 강돌이가 닭과 장난을 치면서 놀자고는 해도 물지 않는다고 해요. 

그러고 보름 뒤 강돌이가 이번에는 염소를 물어 죽였어요. 또 강돌이 아빠는 염소 값을 배상했고 염소 두 마리를 사 왔어요. 이 역시 성공해서 강돌이가 이제 염소를 물지 않는다고 해요. 

그러고 얼마 뒤 강돌이가 길고양이를 물어 죽였어요. 강돌이가 동물을 물어 죽이면 당장 그 동물을 사 와서 훈련하던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강돌이 아빠가 고민했어요. 고양이를 사다가 안 물기 훈련에 성공하면 그 고양이를 계속 키워야 하니까요.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도 저는 솔이가 사냥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이제야 저는 솔이 맘을 이해했어요. 아까 왜 강돌이 냄새를 맡고 짖었는지, 왜 행사장 뒤로 도망쳤는지. 저는 솔이는 강돌이한테서 나는 진한 흥분 호르몬의 냄새를 맡았다고 생각해요. 훈련사를 문 행위로 인해 강돌이의 몸 안에서 분출되었을 사냥의 냄새를 말이죠. 

강돌이가 행사장 뒤로 왔어요. 강돌이를 보고 솔이는 놀라서 멀리 도망쳤고요. 다른 개들도 우르르 뒤로 물러났어요. 코코는 도망치지 않고 강돌이를 향해 왕왕 짖었어요. 용감하네, 생각하는데 강돌이가 다가오자 코코가 꼬리를 말고 엄마 뒤에 숨었어요. 

“다들 왜 이러지? 오늘 죄다 우리 강돌이를 싫다고 하네.” 

강돌이 아빠가 의아하게 말했죠.     


한때는 진돗개 이야기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었던 적이 있었죠. 그 이야기는 진도에서 살던 한 진돗개가 멀리 팔려가게 되었는데 그 먼 거리를 걸어서 진도로 되돌아왔다는 내용이었지요. 그래서일까요. 남편 또한 진돗개를 기르는 것이 오랜 꿈이었어요. 그 꿈에는 어릴 적 추억까지 스며들어 있었죠. 

어릴 때 남편은 집에서 진돗개를 키웠어요. 이름은 메리고요. 총 세 마리의 메리가 있었죠. 1번 메리와 2번 메리를 데리고 땔감 하러 산에 가서 토끼를 발견하면 남편이 소리쳤대요. “물어!” 그러면 두 메리가 한달음에 달려가 토끼를 물어왔대요. 그렇게 사냥한 토끼는 고기가 귀한 시골에서 좋은 찬거리가 되었고요. 특히 2번 메리는 고라니를 사냥한 적도 있었대요. 

그러던 어느 날 산에 갔다가 1번 메리와 2번 메리가 청산가리 콩알을 먹고 죽은 다람쥐를 먹는 사고가 발생했어요. 

다람쥐가 먹고 죽은 청산가리 콩알을 만드는 방법은 이렇대요. 먼저 콩알에 깊은 구멍을 파요. 그리고 그 안에 청산가리를 넣어요. 마지막으로 구멍을 촛농으로 땜을 해요. 냄새에 예민한 동물들이 청산가리 냄새를 맡지 못하도록 말이죠. 

그렇게 만든 청산가리 콩알을 마을 청년들이 산과 들에 뿌려놓는대요. 특히 눈밭에 뿌려놓으면 수확이 좋았대요. 눈 때문에 먹이가 부족해진 꿩이 그 콩알을 먹을 확률이 높아지니까요. 꿩이 청산가리 콩알을 먹으면 하늘로 날아오르다가 땅으로 툭 떨어진대요. 그러면 두 메리가 가서 죽은 꿩을 물어왔고요. 꿩은 집으로 가지고 와서 내장을 깨끗이 들어내고 살코기만 먹었대요. 잘못해서 내장을 먹으면 큰일 나죠. 청산가리는 극소량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만큼 맹독이니까요. 

그런데 가끔은 꿩 말고 다른 산짐승들이 청산가리 콩알을 먹기도 한데요. 두 메리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어요. 우연히 죽은 다람쥐를 발견하고 맛있게 내장까지 나눠 먹고는, 1번 메리는 미친 듯이 날뛰며 산을 넘어 어디론가 가버렸고요, 2번 메리는 집으로 돌아와 마루 밑에 들어가서 벌벌 떨었어요. 연신 하얀 거품을 게워내면서. 어른들은 2번 메리에게 비눗물을 먹여 청산가리를 토하게 했어요. 하지만 안스럽게도 2번 메리는 다람쥐를 따라 황천길로 가버렸어요. 아마 어딘가로 가버린 1번 메리도 그랬을 텐데 시신은 딱하게도 찾지 못했대요.

1번 메리와 2번 메리를 그렇게 보내고 나서 3번 메리가 왔어요. 3번 메리도 1번 메리와 2번 메리처럼 훤칠하니 잘생긴 데다 사냥 또한 잘했대요.

그러던 어느 날 골목길에서 놀다가 동네 형이 장난으로 남편의 막내 여동생 몸을 흔들었대요. 그 행동을 3번 메리는 동네 형이 자기 식구를 위협한다고 오해했고요. 3번 메리는 동네 형의 팔을 물어버렸어요. 그 뒤 마을 어른들이 입질하는 개를 동네에 둘 수 없다고 항의했어요. 할 수 없이 3번 메리를 10킬로미터쯤 떨어진 인근 마을에 팔았죠. 그런데 하룻밤이 지나자 3번 메리가 혼자서 집을 찾아왔어요. 처음에는 데려다주었대요. 두 번째는 새 주인이 와서 데리고 갔고요. 세 번째는 3번 메리 스스로 돌아갔대요. 헌 주인이 이렇게 말했거든요.

“인제 요기는 니 집이 아이다. 나는 너를 새집으로 보냈다. 그러니 너는 새집에서 새 주인을 따라야 한다. 다시는 여기 오지 마라. 알아들었나? 그럼 가거라.”

이후 3번 메리는 집으로 찾아오지 않았대요.      


이 이야기 끝에 남편은 늘 다음에, 반드시, 꼭, 진돗개를 키우고 말겠다고 다짐했어요. 슬프면서도 감동적인 추억에 마음이 사뿐 넘어간 저는 무턱대고 반대하던 처음과 달리 이렇게 말했죠. 

“주택에 살게 되면 그때 키워. 마당 한쪽에서. 집 안에는 절대로 안 돼.”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진돗개가 아니라 잡종 개를 데리고 왔어요. 그 잡종 개는 어찌어찌하다가 우리 식구가 되었죠. 진돗개 물림 사고를 겪고 나니, 만약 남편이 진돗개를 데리고 왔다면…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어요. 아, 생각만으로도 심장 떨어지는 소리가 제 안에서 쿵! 들리네요. 

남편에게 물었어요.

“왜 진돗개를 안 데려왔어? 진돗개, 진돗개 노래를 부르더니.”

“진돗개는 주인을 향한 충성심이 남달라서 이런 도시에서 같이 살기 어려워. 시골 전원주택이라면 모를까. 오히려 요즘엔 미국에서 진돗개 인기가 높대. 도시와 떨어진 숲 속 같은 곳에 사는 사람들한테. 그 사람들은 사냥 잘하고 주인에게만 충성하는 개가 필요하니까. 우리같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한테는 솔이 같은 똥개가 최고야. 건강하고 충성심 없고.”

요즘 솔이가 제 옆에 와서 자는 바람에 남편이 삐졌어요. 그래서 종종 충성심 없다는 말로 개딸 흉을 봐요. 

“아빠가 집에 늦게 오면 솔이가 얼마나 기다린다고. 아빠 자는 자리에 웅크리고선 사슴처럼 눈을 깜박인다니까.” 

솔이를 두둔하는 제 말에도 남편은 입술을 삐죽거려요. 단단히 삐진 모양이에요. 

  

반려견으로서 명견과 맹견을 나누는 기준이 뭘까요?

저는 생각해 봅니다. <개는 훌륭하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강형욱 훈련사가 이런 말을 했어요.

“진돗개는 30년 전이라면 명견인데 지금은 맹견이에요.”

빼어난 사냥 솜씨와 한 사람을 향한 강한 충성심 때문에 명견이었던 진돗개가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이 시대엔 맹견이 돼버렸대요. 참으로 안타깝게도, 명견을 죽이고 맹견을 만든 건 바로 시대였어요. 

반대로 이 시대에 태어난 솔이는, 

새를 쫓으면서 늘 사냥감을 놓치는 솔이는,

충성심 없다고 아빠에게 흉 잡힌 솔이는, 

사람에게도 개에게도 거의 짖지 않는 솔이는,

물건을 소유하고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에 충실치 않은 솔이는, 

강한 충성심으로 보호자를 보호하기보다는 보호자에게 보호받고자 하는 솔이는,

개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며 그 보호자들에게 반갑게 꼬리를 흔드는 솔이는,

노인이나 어린이를 전혀 위협하지 않는 솔이는,

그들에게 기꺼이 손길을 허락하는 솔이는,

옛날에 태어났으면 잡종 똥개로서 한 그릇의 보신탕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솔이는, 

이 시대의 명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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