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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by 실버반지

거의 다 실화이고 약간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자극이 필요한 곳만 아주 조금 0.01% 각색을 가미한 '과거 속에 삽니다' 연애기는 적어도 15년 전, 길게는 20년도 더 된 이야기입니다.


인생 어느 시점엔 내가 잘하는 일로 승부를 봐야 하는 때가 옵니다. 그 기로에 짧은 기간 제게 여유가 생겼습니다. 못다 한 감정을 정리하고 저 자신을 추스를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주어진 작은 시간에 물밀듯 밀려온 과거 감정이 글로 쓰여지면서 제 마음속에서 하나 둘 정리되어 갔습니다.


현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저를 지지해 주는 남편에게 누가 되는 것 같아 최대 2009년 이전까지만 쓰자고 정하고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도 파란만장하고 스펙터클 하고 흥미진진한 일이 많았지만 제가 가장 사랑하고 저를 믿고 제 곁을 지켜주는 단 한 명을 위해 연재는 여기서 마칩니다.


제 자신을 모르던 시절 어설프고 위태롭기만 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빈약했습니다.

남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도가 1~2라면 저는 100을 뛰어넘을 정도로 심하게 흔들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자신감 없고 말도 잘 못했으며 극도의 내성적인 성격으로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낮은 자존감은 고스란히 연애에 투영됐고 누가 이번에는 성공이고 실패다라고 정해주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실패했다고 낙담했습니다.


마음 속에 불안함이 늘 존재하는 여자를 평생 달래 가며 살 남자는 없었습니다.


저와 맞는 짚신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끝에 제 자신도 다듬을 수 있었고, 어리고 소모적인 연애에 종지부를 찍고 소위 말하는 '결혼정보회사 상위 5% 안에 드는 남자'를 만나 함께 걸어가고 있습니다.




연재를 하던 올해 1, 2월

저와 남편은 바닥까지 내려가 싸우는 시기를 보냈었습니다.

브런치북 연재 글을 쓰면서도 과연 이것이 맞는 것인가 싶을 만큼 서로를 할퀴었고 상처도 컸습니다.


허나 지금은 배우자가 왜 좋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주저 없이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갈등을 극복해 본 경험이 있어서요."


언제부턴가 만연해온 아니다 싶으면 안 만나고, 수틀리면 헤어지고, 다른 이성이 눈에 들어오면 가차 없이 떠나는 쉽고 빠른 연애.


이것에 신물이 날 만큼 지쳤습니다.


저와 남편은 긴 시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바닥 끝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어려움을 극복했습니다. 지금은 더욱 깊어진 관계로 돌아왔습니다.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성숙한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과거 저를 단단하게 단련시켜 준 연재글에 등장하는 남자들 원투쓰리포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런 일들이 감성적 자산이 되어 촉촉이 저를 채워나갔고 제 생에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남자를 만나 지금 흔들림 없는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물심양면으로 저를 켜주는 그분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남편을 위해서라면 저를 희생할 마음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는 제 남편을 너무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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