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가벼운 그 이름(9)
16년을 함께 산 강아지가 세상을 떠난 뒤 했던 다짐이다. 개는 더 이상 키울 수 없으리라. 아픈 강아지를 돌본다는 게, 말 못 하는 동물과 이별한다는 게, 함께한 세월만큼이나 이별의 후유증이 크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 사랑한 만큼.
반려동물과 이별하고 빈자리에서 느끼는 허전함 때문에 새로운 인연을 맺기도 하지만, 나는 좀처럼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나의 외로움과 슬픔을 달래고자 새 생명을 거두는 것도 못할 짓이었고 못다 한 사랑을 새 가족에게 주는 것도 못할 짓이었다. 다시는 개를 키우지 말자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더 이상 생명은 책임지고 싶지 않았다. 감히 책임질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더는 생명을 책임지지 않으리라. 생명에는 마음 주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작은 식물도 키우지 못했다. 내가 무슨 생명을 거둔다는 말인가.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더는 이별하고 싶지 않았다. 강아지와 이별했을 때 그 시기 마음을 주고받던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와 마음을 나눌 여유는 없었다. 고마운 사람이었지만 차마 그와 슬픔을 나눌 수도 사랑을 나눌 수도 없었다. 그렇게 떠나보냈다.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겠다는 부서진 마음과 함께.
긴 시간 상처받기 싫어서 사람들에게서 도망쳤다. 마음의 문을 닫아걸었다.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말자고, 나는 사랑할 자격이 없다고. 나는 오래 텅 빈 마음으로 살았다. 그 공허함도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스스로 내린 벌을 받고 있었다.
녀석은 눈을 감기 전까지 나의 모든 애정을 쏟는 대상이었다. 일상이 녀석에게 맞춰져 있었다. 병세가 악화된 뒤로는 불안감에 매일 밤 곁을 지키며 눈물로 지새웠다. 네가 떠나면 나는 어떡하지? 네가 없는 세상이 상상이 가지 않아서 더욱더 놓을 수가 없었다. 이번이 마지막인 걸 예감하면서도, 힘들게 하지 않고 보내주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놓지 못해서 힘들게 했다. 다시 나아서 전처럼 건강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고 고집을 부렸다. 현실을 부정했다.
그렇게 떠나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별의 순간이 찾아오면 최대한 편히 떠날 수 있게 곁을 지켜주자고 분명 약속했는데. 막상 떠나보내야 할 때가 다가오자 차마 보낼 수가 없었다. 욕심이 났다. 조금 더 함께하고 싶었다. 네가 없는 삶이 자신이 없어서. 얕은 숨을 쉬는 녀석을 붙잡고 매달렸다. 내 전부였던 녀석이 눈을 감자 모든 것을 빼앗긴 듯했다. 상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상처만큼 마음을 잃은 채 나는 나 자신도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사랑하지 않고 살았다.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몇 년 전 내 품을 떠난 그 아이가 아마도 마지막 반려동물일지도 모르겠다. 언제 마음이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그거대로 반가운 일이지 않을까. 쉽사리 마음이 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만약 그런 순간이 온다면 내 가슴에 상처가 씻기고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뜻일 테니. 정말 온몸과 마음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일 테니. 다시 사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