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은 또 자란다
머리를 자르려고
미용실 거울 앞에 앉았다
가위소리가 빨라지더니
나의 이미지와 윤곽선까지
싹둑 잘라냈다
“머리 맘에 드세요?"
나는 웃었다
예의라는 가면을 쓰고,
미소를 머금고 또 웃었다
그런데
뭐가 좀,
맘에 들지 않는다
아름다움이란
타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착시일까
아니면 나조차 모르는
내 안의 이상일까
순간의 낯섦이 어색하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마음의 불편함은
단지 모양 때문일까
아니면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나의 고정관념일까
거울을 다시 본다
그 속에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닐 수도, 온전히 나일수도 있다
오늘의 속상함은
아마도
내가 나를 너무 정확히 알고 있다고 믿었던,
그 오만함의 조용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잘려나간 머리카락이
맘에 안 드는 것은,
잠시고 잠깐이다
머리카락은 또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