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를 바라보는 시선에 쪽에 네가 있던 것일 뿐.
맴- 맴- 맴-
너무 덥다. 안 그래도 숨이 턱 막히는데, 매미가 필사적으로 울어대니 더 덥다. 그래서 쟤들은 울다가 땀을 한 바가지씩 쏟아내리나 보다.
선풍기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릴 때마다 기이잉- 하고 힘없는 소리를 낸다. 열심히 바람을 내뿜지만, 뜨거운 공기 속에서 허우적댈 뿐이다. 아 그렇다고 끌 순 없다. 매미 울음소리에 반에 선풍기 소리는 시원하니까.
나는 창틀에 고개를 기대고 살갗을 벽에 대었다. 벽이 주는 잠시의 서늘함을 흡수했다. 미지근해질 즈음 기지개를 켜며 몸을 비틀었다. 그 순간, 모한비가 보였다. 잠시지만 모한비가 내 쪽을 쳐다보고 있다가 시선을 돌린 느낌을 받았다.
모한비는 단정하고 모범적인 아이였다. 구김 하나 없는 교복, 깔끔한 가방, 그리고 새하얀 나이키 에어포스. 돈 냄새가 났다. 그런데도 과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렸고, 책상 위는 언제나 정돈되어 있었다. 필통엔 하이테크 펜들이 가지런히 누워 있었고, 그중 몇 개는 내가 빌려 갔다. … 아마 몇 개는 잃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야, 모한비 너 좋아하는 거 같은데?"
강찬이 툭 던지듯 말했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도 안 된다며 넘겼다. 그런데 강찬은 진지했다.
"걔 남자애들한테 펜 안 빌려주잖아. 근데 너한테는 망설이지도 않고 주더라? 그것도 비싼 하이테크 펜. 돌려달란 말도 안 하고. 그리고 널 엄청 쳐다보던데?"
그 말을 들은 뒤로, 이상하게 한비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설마... 날 정말 좋아하겠어?
“야.”
강찬이 뒤에서 내 어깨를 툭 쳤다.
“앞에 좀 봐”
아차! 정신이 들었다. 내가 모한비를 너무 오래 쳐다봤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도덕선생님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의 감정을 가지고 창난치지 않는 것이다...”
나를 쳐다보고 있던 선생님께 눈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그리고 잠시 집중하는 듯하다가 기이잉- 소리를 내는 선풍기를 바라봤다. 선풍기를 바라보는 방향에 마침 모한비가 보였다.
이번엔 모한비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나는 선풍기를 보고 있던 건데, 하필이면 방향이 겹쳤다. 모한비는 내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줄 알았고, 눈이 마주쳤다.
나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 뭐야? 내가 왜 피하는 거지?’
그 뒤로, 난 선풍기 쪽은 절대 안 봤다.
<계속, 주 2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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