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 새벽 5시 30분 알람이 울렸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수를 하고 미즈 근한 물 한잔 마셨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고 출근을 할까? ‘
처벅처벅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평소에는 집을 나설 때 핸드폰을 집어 드는데, 그날따라 드레스룸으로 향하는 내 손에 휴대폰이 들려있었다.
옷을 고르는 중에 울리는 진동이 울린다. 이 시간에 전화 올 곳도 없지만 전화가 울려서는 안 되는 시간 아닌가? 발신자는 엄마였다.
“응 엄마…?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어떡하면 좋니…..”
“무슨 일인데? 왜 왜..?? ”
안방에서 자고 있는 남편까지 깨우고 싶진 않았다. 놀랐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통화를 이어갔다.
아빠는 평생을 잔병치레 한번 없이 건강하게 살아왔다. 코로나19가 온 국민을 공격할 때도 아빠는 피해 갈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40년을 살면서 아빠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도, 기억도 없었다. 그만큼 아빠는 타고난 강철체력의 소유자였다.
아빠는 3주 전 코감기로 동네 이비인후과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감기의 계절 11월이니까 목감기 코감기는 흔하게 왔다 가는 바이러스겠지 생각했다. 병원 약을 먹으며 2~3주를 통원치료했지만 여전히 코는 막히고 콧물이 흘러내렸다. 감기가 오래간다고 생각했다. 항생제 처방을 위해 다시 찾은 동네 병원.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던 의사는 그 자리에서 상급병원으로 가서 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게 소견서를 써주었다. 가장 빠른 예약날짜를 잡아주었고 곧바로 대학병원으로 향할 수 있었다. 코감기로 동네 병원을 찾았다가 갑자기 대학병원이라니. 코가 막히는 것 이외에는 멀쩡한데 아빠는 별일 있겠어하는 마음으로 엄마와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11월 28일 대학병원 진료를 보고 12월 1일 정밀 검사와 CT 촬영을 했다. 엄마와 아빠는 2~3일 사이 일어난 일들에 정신이 없었다. 검사결과를 들으러 다시 찾은 병원. 엄마와 아빠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적막감을 이겨내고 있었다.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난 괜찮아. 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걱정하지 마라”
아빠의 말이 끝나자마자 간호사가 아빠 이름을 불렀다. 진료실 안의 공기는 더 무거웠다. 의사의 찌그러진 미간을 보자마자 큰 병에 걸렸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모니터로 검사 결과를 한참 처다보던 의사가 오랜 침묵끝에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 아프셨어요?”
“2~3주 전부터 그냥 코가 좀 아프고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을 쉬었습니다.”
“다른 데는 아픈데 없으시고요?”
“네 그런 건 전혀 없습니다 멀쩡합니다”
“음.. 지금 코 안쪽에 큰 혹이 있습니다. 조직검사를 했는데 양성으로 나왔어요. 비인두암이라고 하는데 환자분은 지금 …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 암이요? ”
“네 4기입니다”
…..
“그러면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소립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