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문 산자락에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가운데 살짝 나 있는 길옆으로 나무가 듬성듬성 자라 있다. 공들여 가꾸지 않는 산길이 투박하지만, 정감이 있다. 아직 푸르고, 꽃도 피어있지만, 왠지 저 길 끝은 자식이 다 떠난 부모님의 집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예전엔 저 길을 따라다녔지만, 어느 때부터 내 길과 저 길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길이 엇갈리면서 부모와 내 삶도 점점 엇갈렸다. 엇갈려 갈수록, 뚜렷이 보이던 옛길은 점점 흐릿해진다. 고개를 돌려 보니, 돌아갈 길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 다시 돌아가기도 어렵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이미 다른 길로 너무 많이 와 버렸다. 나는 내 길에 서서 오롯이 내 길을 가야 한다.
저 멀리 엇갈려 온 길 끝, 부모가 있다. 부모에게서 온 건 어느 하나도 세련되거나, 정리되지 않았지만, 강인하다. 여전히 나무는 푸르고 꽃은 짙은 분홍색을 지키고 있다.
그러니 가끔은 내 길에서 위를 올려 보기도, 아래를 내려 보기도 하는 게 좋겠다. 저 길 끝에 부모가 있고, 그분들이 내게 주었던 안식과 강인함도 함께 발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분들을 기억하며, 나에게 말한다.
사랑한다 나를,
하나뿐인 귀한 보물이다.
나는 하나뿐인 귀한 보물이다.
(가톨릭 생활 성가의 일부를 인용하였습니다.)
박은성, <지리산 진달래>, 캔버스에 아크릴, 72.7 x 60.6cm, 202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