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자음 강도', 아는 자와 모르는 자

말소리튜닝 45

by 신미이 Mar 08. 2025

앞 글(말소리튜닝 44)에서 이어집니다.


'국민'은 [국민]이 아니라, [궁민]으로 소리가 납니다.  

글자대로 소리가 나지 않지요.  

왜 그런지  '배열규칙'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발음 소리는 [   ] 안에 표기합니다.


배열규칙: "앞 음절 받침의 자음강도는 뒤 음절 초성의 자음강도보다 클 수 없다."


전문용어로는 음소배열제약이라고 하지만, 어려운 말이기 때문에 저는 '배열규칙'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우리말소리는 '배열규칙'을 따릅니다. '배열규칙'에 어긋나는 말소리는 '배열규칙'에 맞도록 조정됩니다.

여기서 '배열규칙'은 말소리에만 적용된다는 걸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글자를 표기할 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표>를 보면서 설명을 들어 보세요.

<표> 자음의 강도

                유음  <  비음   <  장애음     

(양순음)                 ㅁ          ㅂㅍㅃ  

(치조음)       ㄹ       ㄴ          ㄷㅌㄸ,ㅅㅆ

(경구개음)                           ㅈㅊㅉ

(연구개음)              ㅇ          ㄱㅋㄲ

(후음)                                 ㅎ

             

 낱말 '국민'에서 연속되는 자음은 ㄱ-ㅁ입니다.  

'국민'을 글자 그대로 [국민(ㄱ-ㅁ)]으로 발음한다고 칩시다.

앞에 오는 ㄱ은 뒤에 오는 ㅁ보다 자음의 강도가 셉니다. '배열규칙'에 맞지 않습니다.

즉, [국민(ㄱ-ㅁ)]은 배열규칙에 어긋나는 말소리라는 뜻입니다. 배열규칙에 어긋나면 발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민'을 글자 그대로 [국민(ㄱ-ㅁ)]으로 소리 내 보세요.  

입이 힘들어해요.  입 속에 뭔가 장애물이 있어서 그걸 뛰어넘는 느낌이 들지요.

이렇게, 연속되는 두 자음이 '배열규칙'에 맞지 않으면 발음할 때 입이 부자연스럽습니다.

바로 이럴 때, 자음 강도 조정이 일어납니다.


자음의 강도가 조정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민'에서 연속되는 자음은 ㄱ-ㅁ입니다.

ㄱ의 조음위치는 어디지요?  

<표>를 보세요.  '연구개'입니다.


연구개음 중에서 ㄱ보다 강도가 낮은 자음은 뭐가 있는지 찾아보세요

비음이 있네요. 바로 ㅇ입니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어요. 자음의 강도 조정은 같은 조음 위치에서만 일어납니다.

따라서 앞에 오는 자음 소리 ㄱ이, 강도가 더 낮은 ㅇ소리로 조정됩니다.

ㄱ과 ㅇ 둘 다 연구개음이지요. 같은 조음위치에서 만들어지는 자음 소리입니다.


조정 전  ㄱ-ㅁ

조정 후  ㅇ-ㅁ


그래서 [국민]이 아니라, [궁민]으로 소리가 나는 거예요.

이 경우 연속되는 두 자음은 ㅇ-ㅁ이 되기 때문에 배열규칙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비교해 보세요.

[국민] vs [궁민]


[국민]은 앞 자음 소리 ㄱ이 뒤 자음 소리 ㅁ보다 강도가 세기 때문에 배열규칙을 어겼습니다. 그래서 발음이 부자연스러워요.

[궁민]은 앞 자음 소리 ㅇ와 뒤 자음 소리 ㅁ의 강도가 같아요. 같은 비음이에요. 즉 앞 자음 소리가 뒤 자음 소리보다 강도가 세지 않기 때문에  '배열규칙'에 맞지요. 그래서 발음이 자연스러워요.


한 단계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국력'을 가지고 해 보겠습니다.

'국력'도 글자대로 소리 나지 않는 낱말입니다.

국력은 [국력]이 아니라, [궁녁]으로 소리가 납니다.

왜 그럴까요?


먼저 배열규칙에 맞는지, 아니면 어긋나는지부터 검토해 보겠습니다.


'국력'이 글자 그대로 [국력]으로 소리 난다고 칩시다.

[국력]에서 연속되는 두 자음은 ㄱ-ㄹ입니다.  

앞 자음 소리 ㄱ의 강도가 뒤 자음 소리 ㄹ보다 크기 때문에 '배열규칙'에 어긋납니다.

따라서 [국력(ㄱ-ㄹ)]은 조정대상이 되는 소리입니다.


  다음으로, 조정과정을 살펴봅시다.

  [국력(ㄱ-ㄹ)]은 앞 자음 소리 ㄱ이 뒤 자음 소리 ㄹ보다 강도가 크기 때문에 앞 자음 소리 ㄱ을 뒤 자음 소리 ㄹ보다 크지 않게 조정해야 합니다.  

  그럼 조정해 봅시다.ㄱ의 조음위치는 연구개입니다. 연구개에서 만들어지는 자음 중 ㄱ보다 강도가 낮은 자음 소리는 ㅇ입니다. 따라서 [궁력(ㅇ-ㄹ)]로 조정됩니다.

  그런데 이것도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궁력(ㅇ-ㄹ)]을 보세요.  앞 자음 소리 ㅇ이 뒤 자음 소리 ㄹ보다 여전히 강도가 셉니다.  '배열규칙'에 맞지 않지요.


조정 전  [국력(ㄱ-ㄹ)]: 배열규칙에 어긋납니다.

조정 후  [궁력(ㅇ-ㄹ)]: 배열규칙에 어긋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표> 자음의 강도

                유음  <  비음   <  장애음     

(양순음)                 ㅁ          ㅂㅍㅃ  

(치조음)       ㄹ       ㄴ          ㄷㅌㄸ,ㅅㅆ

(경구개음)                           ㅈㅊㅉ

(연구개음)              ㅇ          ㄱㅋㄲ

(후음)                                 ㅎ


  <표>를 보면 연구개에서 만들어지는 소리 중 ㅇ보다 더 강도가 낮은 소리는 없습니다.

이럴 때는 뒤에 오는 자음 ㄹ의 강도가  동시에 높아집니다.

ㄹ의 조음 위치를 보세요. 치조(잇몸)입니다. 치조에서 만들어지는 자음 중 ㄹ보다 강도가 한 단계 높은 것은 ㄴ입니다.  따라서 자음 소리 ㄹ이 ㄴ으로 조정됩니다. 결과적으로 한 번 더 조정을 거쳐 [궁녁(ㅇ-ㄴ)]으로 소리가 납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정 전        [국력(ㄱ-ㄹ)]:  배열규칙에 어긋납니다.

조정 후        [궁력(ㅇ-ㄹ)]:  배열규칙에 어긋납니다.

한번 더 조정 [궁녁(ㅇ-ㄴ)]:  배열규칙에 맞습니다.


따라서 '국력'은 [국력]도 아니고, [궁력]도 아니고, [궁녁]으로 소리 납니다.

[궁녁]으로 소리를 낼 때 입이 가장 자연스럽게 움직입니다.


'법률'이 [범뉼]로 소리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여러분이 <표>를 보고 직접 따져 보세요.


 낱말을 정확하게 소리 내려면, 위에 있는 <표> 자음의 강도를 머릿 속에 담아 놔야 합니다.  

그래야 책이나 글을 읽다가 어떤 낱말을 만나더라도 자연스러운 우리말 표준 발음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낱말의 표기를 보고 연속되는 두 자음이 배열규칙에 맞으면 표기대로 읽으세요.

그러나,  배열규칙에 어긋나면  표기대로 읽으면 안 됩니다.

배열규칙에 맞도록 자음의 강도를 조정해서 발음해야 표준 우리말 소리가 됩니다.


이러한 우리말소리의 특성을 무시하고 무작정 글자대로 읽으려고 애쓰다가는 '저 사람 말소리가 왜 저래?' 하는 비웃음을 살 수도 있습니다. '인류(humankind)'를 [일류]가 아니라, [인뉴]라고 읽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전 10화 연속되는 두 자음 소리내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