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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되는 두 자음 소리내기

말소리튜닝 44

by 신미이 Mar 07. 2025

어떤 우리말은 표기와 말소리가 왜 다를까요?

'인류, 닫는, 먹는, 법률'  

[일류, 단는, 멍는, 범뉼]


아래처럼 글자대로 읽히면 참 좋을텐데 말이지요.

'얼굴, 율곡, 순환, 감기'

[얼굴, 율곡, 순환, 감기]


이렇게 표기대로 소리나지 않고 소리가 바뀌는 걸 두고 음운동화라고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음운동화: 소리와 소리가 이어서 날 때에 한 소리가 다른 소리의 영향을 받아서 그와 같거나 비슷하게 소리가 나는 음운현상.


이 글에서는 자음소리와 자음소리가 이어서 날 때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중고등학교 국어문법시간에 배운 내용입니다.  '비음화'니 '유음화'니 이런 문법용어가 기억나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어떤 조건에서 소리가 달라지는지 그 원리를 이해시켜 드리겠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 이해하고 나면 어떤 낱말을 만나도 자신있게 소리 낼 수 있습니다. 집중하고 따라 오셔야 합니다. 그럴려면 먼저 '자음의 강도'가 뭔지 알아야 합니다.


자음 19개를 자음의 강도에 따라 배열해 보겠습니다. 


<표> 자음의 강도 


                유음  <  비음   <  장애음     

(양순음)                 ㅁ          ㅂㅍㅃ  

(치조음)       ㄹ       ㄴ          ㄷㅌㄸ,ㅅㅆ

(경구개음)                           ㅈㅊㅉ

(연구개음)              ㅇ          ㄱㅋㄲ

(후음)                                 ㅎ

             

  장애음의 강도가 가장 셉니다. 그 다음이 비음이고, 유음이 가장 약합니다. 


유음 ㄹ   <   비음 ㅁㄴㅇ   <   장애음 ㅂㅍㅃㄷㅌㄸㅅㅆㅈㅊㅉㄱㅋㄲㅎ


장애음은 성대를 거쳐 올라온 공기가 입속에서 방해를 받고 만들어지는 소리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공기가 지나는 길이 입술이나 혀에 막혔다가 터지면서 나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강도가 가장 셉니다. 

반면, 비음은 공기가 코로 빠지기 때문에 장애음보다는 강도가 약합니다. 유음은 흐르는 소리라고 해서 강도가 제일 약합니다. 


우리말소리는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앞 음절 받침의 자음강도는 뒤 음절 초성의 자음강도보다 클 수 없다."

 

기억하셔야 하는 규칙입니다. 저는 이규칙을 '배열규칙'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규칙은 두개의 자음소리가 연속될 때 적용됩니다. 그럼 우리말 소리에서 자음소리와 자음소리가 연속되는 때는 언제일까요?


아래 낱말을 보세요.

'인류':  자음 ㄴ과 자음 ㄹ이 연속되는 군요.

'얼굴':  자음 ㄹ과 자음 ㄱ이 연속되는 군요.

받침에 오는 자음과 초성에 오는 자음이 연속됩니다. 


즉, '배열규칙'은 앞 음절 받침에 오는 자음소리와 뒤 음절 초성에 오는 자음소리에 적용됩니다.


배열규칙: "앞 음절 받침의 자음강도는 뒤 음절 초성의 자음강도보다 클 수 없다."


자! 이제부터 집중하세요. 


'얼굴'은 [얼굴]로 소리가 납니다.

'얼굴'에서 연속되는 두 자음은 ㄹ-ㄱ입니다.  ㄹ의 강도는 ㄱ의 강도보다 크지 않습니다. 

배율규칙에 맞습니다. 배열규칙에 맞으면 글자대로 소리가 납니다. 얼굴[얼굴]


그런데 '인류'는 [일류]로 소리가 납니다. 

'인류'에서 연속되는 두 자음은 ㄴ-ㄹ입니다. 위에 <표>를 보면 ㄴ의 강도가 ㄹ의 강도보다 큽니다. 

배열규칙을 어겼습니다. 배열규칙을 어기면 글자대로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배열규칙에 맞도록 '자음의 강도'를 조정해야 합니다.


어떻게 조정하는지 알려드릴게요. 집중하세요.

연속되는 두자음 ㄴ-ㄹ에서 ㄴ의 강도가 ㄹ보다 강하기 때문에 ㄴ의 강도를 낮춰야 합니다.

그럼 ㄴ의 강도를 어떻게 낮출까요?

자음의 강도를 낮추는 방법은 같은 조음위치에서 만들어지는 더 강도가 낮은 소리로 바꿔주면 됩니다.


저 위에 있는 <표>에서 자음의 강도를 확인해 보세요.

ㄴ과 같은 조음 위치, 즉 잇몸에서 만들어지는 더 강도가 낮은 소리는 뭐가 있습니까? 

네, 바로 ㄹ입니다. ㄹ도 잇몸에서 만들어지는 소리지요.

따라서 '인류'의 ㄴ-ㄹ를  ㄹ-ㄹ로 바꿔서 [일류]로 소리 내는 겁니다. 배열규칙에 맞도록 조정하는 거지요.

이렇게 자음이 연속될 경우, 앞의 자음의 강도는 뒤의 자음의 강도보다 크면 안 됩니다. 

그래서 자음의 강도를 배열 규칙에 맞게 조정을 해야 자연스럽게 발음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 구체적으로 더 이야기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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