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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체인'을 점검해 보세요

말소리튜닝 47

by 신미이 Mar 12. 2025

  우리는 말로 의사소통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말로 하는 의사소통은 어떤 단계를 거쳐 이뤄지는지 생각해 보신 적은 없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스피치체인(speech chain, 말소리연쇄)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요.


  여러분이 친구와 대화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세요.


  여러분은 먼저 생각을 합니다. 친구에게 할 '말'을 머릿속에서 문장으로 떠올리는 거지요. 두 번째로, 그 '말'을 입에서 소리로 내뱉습니다.  세 번째로, 뱉어 낸 '말'소리는 파동의 형태로 공기를 타고 퍼집니다.  네 번째로, '말'소리는 곧이어 친구의 귀를 때립니다. 다섯 번째로, 친구는 그 청각신호를 해석해  '말'로 재구성합니다. 그래서 친구는 여러분이 한 '말'을 정확하게 알아듣습니다.


의사소통은  이렇게 다섯 단계를 거치는 데, 이를 '스피치체인(speech chain)'이라고 부릅니다.

이를 전문적인 용어를 써서 다시 설명해 보겠습니다. 말하는 여러분을 '화자', 여러분 말을 듣는 친구를 '청자'라고 부르겠습니다.


1단계에서는 화자가 발화를 기획합니다. 언어학적인 차원의 단계입니다.  화자의 머릿속에는 우리말의 재료가 되는 자음과 모음뿐만 아니라 이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드는 문법 지식이 입력되어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서, 말하고자 하는 순서대로 문장을 생각해 냅니다.


2단계는 화자가, 자신이 생각해 낸 추상적인 말소리를 실제 소리로 산출합니다. 운동신경과 근육이 관여하는 생리학적 차원의 단계입니다. 화자의 뇌가 조음에 관여하는 입술과 혀, 성대 주변 근육에 운동 명령을 내리면, 해당 조음 기관이 움직이면서 말소리가 산출됩니다. 성대가 울리고 입에서 말소리가 만들어지는 거죠.


3단계는 입에서 산출된 말소리가 공기를 통해 전파됩니다. 물리학적 차원의 단계입니다. 입에서 나온 말소리는 파동의 형태로 전파됩니다. 말소리가 클수록 파동이 커서 멀리까지 전달될 수 있습니다. 공기가 없으면 전달이 안되기 때문에 진공 상태에서는 말소리가 전파되지 못합니다.


4단계는 청자가, 지각된 파동으로부터 정보를 분석합니다. 그리고 청각 체계에서 분석한 정보를 청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합니다. 청자의 고막, 달팽이관, 청신경이 관여하는 생리학적 차원의 단계입니다.


5단계는 청자가, 청신경을 통해 전달받은 신호를 다시 언어로 복원하는 단계입니다. 청자의 머릿속에도 화자처럼 우리말 재료가 되는 자음과 모음, 그리고 문법지식이 있습니다.  각각의 청신호에 대응하는 자음과 모음을 찾아 화자가 한 말과 똑같은 문장으로 재구성합니다. 역시 언어학적 차원의 단계입니다.


이러한 스피치체인은 화자와 청자 사이에서 대화가 끝날 때까지 반복됩니다.


 이 다섯 단계 중에 어느 하나라도 원활하지 못하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발화를 기획하는 1단계가 원활하지 못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뭇거리게 되겠지요. 말주변이 없는 사람은 여기에 해당될 겁니다.


  제가 앞선 글들에서 내내 강조한 것은 바로 2단계입니다.

화자가 1단계에서 아무리 주옥같은 말을 생각해 내더라도, 2단계에서 산출하는 말소리가 부정확하면 전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달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스피치체인(speech chain)을 통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단계에서 산출된 화자의 부정확한 말소리는 4단계에서 청자의 청각체계에 그대로 입력됩니다. 청자에게 입력된 청신호 자체가 부정확한 정보인 셈입니다. 5단계에서 청자는 이 부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문장을 재구성합니다. 이때 각각의 청신호에 대응하는 자음과 모음을 찾아야 문장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눈치가 빠른 청자라면 맥락을 고려해 문장을 복원하는 데 성공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복원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이때는 화자가 무슨 말을 했는지 청자가 알 수 없습니다. 화자의 말이 청자에게 전달되지 못한 거죠. 의사소통에 실패한 겁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하고 있는 자신을 상상해 보세요.

수백 명이 운집한 대규모 강연장만을 생각하지는 마세요. 직장인이라면 회의실일 수 있도 있고, 교사라면 교실일 수도 있고, 서비스업 종사자라면 고객상담 카운터일 수 있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말소리는 어떤가요?

또렷한가요?

자신감이 느껴지나요?

상대가 신뢰하는 눈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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