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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가특별한교육 Jan 29. 2024

배움과 삶의 나침반을 찾는 여정

학교이야기 - 정선 남선초

  깎아지른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장관을 이루는 곳, 가을이면 민둥산의 하얀 억새 물결이 춤을 추는 곳, 과거 척박하고 고단한 삶의 애환을 담은 애잔한 아리랑이 흐르는 곳, 정겨움과 활기가 넘치는 착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이곳 정선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그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문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미래로 나아가는 희망찬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그리고 정선아리랑의 발상지 거칠현동이 있는 남면에는 정선을 고스란히 담은 ‘아리 교육과정’으로 배움과 삶의 나침반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하고 있는 남선초등학교가 있다.



  남선초등학교는 2022학년도부터 현재까지 ‘학생 맞춤 선택형 아리 교육과정 운영을 통한 학생 주도성 신장 방안’이라는 주제로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지정 교육과정 정책 연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아리 교육과정의 ‘아리(A.R.I.)’는 학생 주도성을 뜻하는 student agency의 A, 지역을 뜻하는 region의 R, 학생의 흥미와 적성을 뜻하는 interest의 I를 결합하여 만든 용어로 정선아리랑의 고장인 정선의 지역적 정체성을 담고 있다. 아리 교육과정은 지역 사회 이해 주제와 관련된 교육활동을 학생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스스로 선택하여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학생이 배움의 주도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활동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학생 스스로 교육활동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삶의 주도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학교에서의 배움을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과 연결시키고 실천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선택 교육과정과 지역 교육과정이 결합된 아리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배움을 삶 속에서 실천하며 배움과 삶의 주도성을 담을 수 있는 좋은 그릇이 되었다.


지역 연계 현장체험학습


  아리 교육과정이라는 좋은 그릇을 학생들의 성장으로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교육공동체 모두의 노력이 필요했다. 학생의 성장을 응원하며 노력하는 교직원들, 학교 교육에 믿음과 지지를 보내는 학부모들, 지역의 미래가 될 학생들에게 따스한 시선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지역 사회 그리고 스스로 배움과 삶의 방향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기쁜 마음으로 임하는 학생들.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아리 교육과정은 우리가 함께 만든 결과물이자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 갈 미래가 되었다.   


  아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사로서 가장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 중 하나는 학생들이 스스로 아리 교육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다. 아리 교육과정이 교사 주도로 짜여 진 교육과정이 아니라 학생들의 참여로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과정이라는 확신을 갖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아리 교육과정의 핵심활동인 아리다움은 학년군별 무학년제로 이루어지는 활동으로 2023학년도에는 남선초등학교만의 교과목으로 개설하여 운영하였다. 아리다움은 학년군 수업공동체 교사들이 개설한 지역 연계 교육활동을 학생이 자신의 흥미와 관심에 따라 선택하여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아리다움 선택 활동


지역 사람책과 함께 하는 활동


  아리 교육과정의 또 하나의 핵심활동인 아리위크는 학기별 1회, 5일 동안 학교 단위 무학년제 활동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지역 사람책(마을 선생님)과 함께하는 지역 연계 문화 예술 선택활동이다. 학생들의 문화 예술 선택활동뿐만 아니라, 지역과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도 이루어져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나누는 기회가 되었다.


  배움과 삶의 나침반을 찾아 떠난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학생들에게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아리 교육과정 이전의 남선초등학교는 ‘매우 평화롭고 잔잔한 물결 같은 학교’였다. 아리 교육과정 이후, 평화롭기만 하던 학교 분위기에는 생동감과 기분 좋은 소란함이 더해졌고, 학생들의 의견과 참여로 가득 찬 학교로 변하고 있었다. 또한 학생들은 학교 안과 밖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 속에서 배움을 실천하였다. 정선 이곳저곳을 탐방하고 생동감 넘치는 정선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서 경험하며 지역 속에서의 자신의 미래를 그려 보기도 하였다. 정선에 대해 관심을 갖고, 탐구해 보고, 다양한 경험을 내면화하면서 내가 나고 자란 고장 정선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아리 위크 선택활동


  2년 동안 이어진 아리 교육과정은 ‘학생들 개개인의 마음속에 주도적인 삶의 나침반을 갖는 과정’이었다.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서 활동을 선택하면서 배움의 주도성을 갖게 되었고, 학교 안에서의 배움을 삶과 연결하고 지역 사회와의 나눔을 실천하면서 삶의 주도성을 갖게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내기 위한 마음 속 나침반을 하나씩 갖게 되었다. 가끔은 나침반이 흔들리기도 하고,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이 옳은 방향인지 혼란스럽기도 하겠지만 그러한 경험들이 모여 학생 주도성을 갖고 개인적, 사회적 웰빙으로 나아가기 위한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앞으로 남선초등학교의 학생들이 어린 시절 초등학교에서 친구들, 선생님, 마을과 함께 삶을 즐기며 배움을 실천했던 경험, 나의 성장을 위해 든든한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교육공동체와 지역 이웃들에 대한 기억, 도전과 실천 속에서 크고 작은 결실을 맺으며 얻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마음속에 간직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마음 속 나침반을 따라 자신만의 삶의 방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글쓴이: 남선초 홍지혜 선생님.




매거진 설 특집호 목차


여는 글_모두가 특별한 교육, 설
1. 시론
2. 특집: 학력, 뭣이 중헌디?
3. 학교 이야기
4. 인터뷰: 후쿠이현 왕린펑 교수
5.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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