솨아 솨아
금빛 파도들이 물결치는
어스름한 오후
한들한들
나에게 오세요
이제는 가세요
가을바람에 맞추어
작고 여린 몸을
이리 한들, 저리 한들
그립지만 그립지 않다
애달프지만 애달프지 않다
그저 여기까지 온 너와 내가
얼싸안고 서로를 받아주는
억새의 환영
그 안에서 한없이
너를 듣는다
녹아내린다
p.s 가을이 오고 가는 길목에 서면 한없이 쓸쓸해지기도 하고, 또 한없이 황홀해지기도 합니다. 어릴 때는 꺾어 서로를 향해 갖다 대기 바빴던 억새가 이제는 그저 그곳에서 한들거린다는 사실에 눈물이 나는 건 나이가 들어서만은 아닐테지요. 삶은 고단할 수 있지만, 자연은 그 고단함마저 위로할 치유의 힘이 있나 봅니다.
어린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가을의 환영은 어설프지 않아 보이려 애써 온 어르들에게 주는 자연의 위로라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저물어가는 가을의 통로에서 또 찾아올 아름다울 겨울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