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흡 <낙치설(落齒說)>
무술년(1718)에 나는 예순여섯이 되었다. 앞니 하나가 까닭 없이 빠져 버렸다. 갑자기 입술이 일그러지고 말이 새며 얼굴도 비뚤어지는 것을 느꼈다. 거울을 들고 살펴보니 다른 사람 같아 깜짝 놀라 거의 눈물이 줄줄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중략) 이제 한 차례 입을 벌리면 그 소리가 깨진 종과 같다. 빠르고 느림에 가락이 없고 맑고 탁함은 조화에 어긋나 칠음(七音)을 구분하지 못하고 팔풍(八風)을 알지 못한다. 처음엔 낭랑하게 하려 하다가도 나중에는 말을 더듬게 되니 이에 서글퍼져서 읽기를 그만두고 만다. (중략) 이제 느닷없이 형체가 일그러져서 추한 꼴이 드러났다. (중략) 이제부터 비로소 노인으로 자처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중략) 형체가 일그러지니 고요함에 나아갈 수가 있고 말이 헛 나오니 침묵을 지킬 수가 있다. 살코기를 잘 씹을 수 없으니 담백한 것을 먹을 수가 있고, 경전 외는 것이 매끄럽지 못하고 보니 마음을 살필 수가 있다. 담백한 것을 먹으면 복이 온전하고 마음을 살피면 도가 모인다. 그 손익을 따져 보면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지 않겠는가? 대개 늙음을 잊은 자는 망령되고 늙음을 탄식하는 자는 천하다. 망령되지도 천하지도 않아야 늙음을 편안히 여기는 것이다. 편안히 여긴다는 말은 쉬면서 자적하는 것을 말한다. 기쁘게 화평함에 처하고 성대하게 조화를 올라타 형상의 밖에서 노닐며 요절과 장수를 마음으로 따지지 않으니 천리를 즐겨 근심하지 않는 사람에 가깝다 하겠다(주 1).
기쁘게 화평함에 처하고 성대하게 조화를 올라타 형상의 밖에서 노닐며 요절과 장수를 마음으로 따지지 않으니 천리를 즐겨 근심하지 않는 사람에 가깝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