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뭐 좀 하려고 하면 우당탕~~
그건 나만의 특기라고 할 수 있다.
주방이 늘어놓은 것이 많아서 꽤 복잡하다.
어제는 비빔냉면을 해주기 위해 김치 냉장고에 든 냉면을 꺼내왔다.
냉면김치가 없으니 총각김치 무로 썰어서 비벼주려고 계획했다.
작은 방 김치 냉장고 맨 밑에 깔려 있는 총각김치를
꺼내기 위해 그 위에 놓인 콩국수 콩물과 수정과 꺼내고 건강에 좋은
약재로 끓인 물 꺼내 김치냉장고 위에 올려놓았다.
배추김치 썰어서 담아놓은 유리로 된 반찬통도 꺼내 올려놓았다.
그런데?
내가 주방에 간 사이 작은 방에 있는 김치냉장고 위에 있던
물병이 옆으로 넘어지며 반찬통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아뿔싸! 유리그릇인데 그 안에 썰어놓은 포기김치를 안고
우당탕 소리와 함께 쨍그랑.. 깨지고 말았다.
울님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다.
대락 두세 주에 한 번은 우당탕 소리가 나는 거 같다.
목욕탕에 화장실 두어 가지와 선크림 있는데 위에서 헤어드라이를
꺼낼 때 선이 늘어지면서 아래 선반에 있는 작은 것들을 자주 떨어뜨린다.
이건 우당탕 이 아니고 또로록 소리가 난다.
행동은 굼뜬 건지, 급해서 그런 건지 작은 것도 떨어뜨리게 된다.
헤어드라이를 벽에 고정시키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데..
천천히 해야 하는데 서두르다 보면 우당탕 아니면 또로록이다.
우당탕 소리가 나면
내가 다친 줄 알고 불안해한다.
조심해야지 하면서 뭔가 그릇을 깨고 나면 기분이 시원해진다.
버리는 것에 익숙지 않다.
45년 전 직장에서 만근 상으로 받았던 투박하고 넓은 접시가 있다.
그 외에도 43년 전 샀던 그릇이 몇 개 남아있다.
그런 그릇들이 깨지면 차라리 잘 됐다 싶어 마음이 시원하다.
귀가 나가거나 이가 빠지지 않았으니 차마 버리지 못한 거니까..
수정과나 물김치를 담는 유리그릇이나 유리잔 등.
오래돼서 예쁘지 않고 뿌옇게 보이는데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닦아도 때가 지워지지 않아 버린 사기컵이 두어 개 있다.
그런 것들을 버리다 보면 나도 그것들처럼 자리만 차지하는
잉여인간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다.
내 성격이 이상한 건가?
우리 집 냉장고가 14세라 나랑 연배가 비슷한 할머니다.
김치를 넣으면 금방 시기 때문에 김치냉장고에 넣고 덜어다 먹는다.
김치냉장고에 포기김치 2통, 돌산갓김치 반 통, 총각김치 1통,
동치미 남은 거 작은 통으로 반반통. 멸치젓 액젓 피트병 1개,
수정과 페트병 2개, 끓인 물 페트병 서너 개, 작은 물병 대여섯 개
새우젓이 든 플라스틱 병 큰 거 1통
큰며느리가 보내준 박대도 서너 마리와 조갯살 조금 뭇국 끓일
소고기도 넣어두었다. 정리 좀 하고 살아야겠다.
이렇게 복잡하니 하나를 꺼내려면 다 끄집어내야 한다.
끓는 물에 냉면을 넣고 2분이면 이렇게 뿌연 물이 끓어오른다.
이때가 가장 잘 익은 면 상태이다.
채반에 건져 빨래를 빨듯이 두 손으로 비벼 전문기를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비벼고 헹궁해줘야 한다.
얼음이 있으면 얼음물에 담가주면 탱글탱글해진다.
우리 집은 얼음 얼리는 것을 어디에 두었는데 찾지 못해 패스~
국수처럼 비벼서 헹굼 한 면에 참기름을 발라주면
꼬들한 식감으로 더 맛있어진다.
이건 내가 어제 점심에 해먹은 비빔냉면이다.
오이채 넣고 엄나무순 피클과 국물 넣어주고
냉면무 김치 남은 거 시어서 버려야 하지만 먹는데 지장이 없다.
국물을 꼭 짜서 넣고 양념한 고추장 넣고 비볐다.
오늘 냉면김치를 새로 조금 담갔다.
엄나무 피클이 새콤해서 식초나 설탕이 더 들어가지 않아도 맛있다.
점심에 냉면을 먹었다고 자랑했더니 밤참으로 냉면을 해주게 된 것인데
'우당탕!' 때문에 좀 미안했다.
오늘 아침과 점심에 소고기깻잎야채말이 했다.
울님은 고기를 거의 먹지 않으므로 편법을 쓸 수밖에.
나보다 몇 점 더 먹어야 하는 공식 때문에 매일
"이거 두 개만 더 드세요?"
라고 말하면 마지못해 하나 더 집어간다.
나이 들면 남의 살도 조금씩 먹어줘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