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sind Weicheier!
출근 전 아침, 눈을 뜨자마자 머릿속은 이미 피로로 가득 차 있다.
차라리 몸이 아파 병가라도 내고 며칠쯤 쉬었으면 싶지만, 내 몸은 뜻밖에도 너무나 튼튼하다..
살짝 감기 기운이 있는 지금도 병가를 내기에는 망설여진다.
내 주변의 독일인 동료들은 대부분 병가를 주저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들이 병가를 낼 때마다 그 공백을 메우는 건 남아 있는 사람들, 즉 나 같은 사람의 몫이라는 것이다. 일이 쌓이고, 추가 근무는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정말이지, 짜증 나는 일이다!!
환절기가 되면서 병가를 내는 동료들이 더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내 업무량도 불어난다.
특히 내가 맡은 행사가 많은 요즘 같은 시기에는 그 부담이 배가된다. 계속되는 추가 업무와 스트레스는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직장인들은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는 말이 절실히 와닿는 요즘이다.
그렇다고 진짜로 그만둘 수는 없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특히 내가 사랑하는 고양이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해 주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가장의 책임' 때문에 사직서를 가슴속에 품고 다니는 현실을 떠올리면,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낀다.
솔직히 말하면, 누군가는 내가 이런 투정을 하는 걸 보고 ‘좋은 직장에서 워라벨을 즐기면서 배부른 소리 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속 투정은 오늘도 사라지지 않는다. ’밥벌이의 고단함‘이라는 말, 진짜 그 고단함이 뭔지 너무나도 실감한다. 결국, 다들 본인 십자가가 제일 무겁다고 느끼며 살아가니까.
그리고 문득 생각한다. 왜 내 동료들은 이렇게 자주 아플까? 나만 유난히 튼튼한 걸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는 날이 얼마나 많은데도 말이다. 책임감의 문제인가? 이런 생각들로 내 입은 불평으로 가득하다. 흥미로운 건, 독일에서 자리 잡고 있는 '외국인'들은 비교적 병가를 덜 내고,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특정 세대를 지칭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요즘 MZ세대 역시 정말 병가를 자주 낸다. 책임감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떼잉!!) 아마 이런 나의 생각을 칭해서 '꼰대'라고 하는 거겠지. (하지만 나는 꼰대니까 상관없다!!)
한 번은 교장선생님과 병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가 말하길, “그들은 아픈 게 맞을 거야. 하지만 그 아픔은 아마도 멘탈의 약함에서 오는 것일지도 몰라. 무슨 일만 생기면 멘탈이 부서지면서 아프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독일어에는 이런 사람들을 부정적인 뉘앙스로 표현할 때 쓰는 단어가 있다. Weichei.
'Weich'는 부드럽다는 뜻이고, 'Ei'는 달걀을 의미한다. 부드러운 달걀은 쉽게 부서지기 마련이니 즉, 'Weichei'는 부서지기 쉬운 달걀처럼 나약한 멘탈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바스락 멘탈’. 이 표현이 이 상황에 어쩌면 이렇게도 잘 맞을까 싶다.
오늘도 가슴속에는 무거운 책임감과 지친 마음이 공존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속삭여 본다.
Oh Mann, alle sind Weicheier...!
(아, 진짜.. 나약한 인간들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