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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범사랑북극곰 Jul 25. 2023

8번째 5일간

36일째부터 40일째까지

36일째사춘기


제출해야 할 수행평가 때문에 너무 바빴다. 

할 일을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턱 끝까지 숨이 차올랐을 때 하는 것은 내가 고쳐야 할 나의 가장 안 좋은 버릇 중 하나이다. 하지만 고칠 생각은 안한다. 왜냐면 난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는 이런 내 습관이 안 좋다고 늘 뭐라고 하지만 급하게 처리했더라도 결국 항상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내가 알아서 척척 다 해냈다. 오늘 수행평가도 다른 때처럼 잘 해치웠다. 후후~ 

그런데 이렇게 글로 쓰고 보니 게으른 것이 멋짐으로 커버가 되는 것 같군. 기분이 나쁘지 않군! 


아~ 그리고 며칠 전부터 바라던 니트랑 비니를 드디어 겟 하였다. 오늘 정말 기분이 나쁘지 않다~ 

물론 너무 행복해 들뜨기엔 수행평가 때문에 얻은 감점 포인트가 너무 많기는 하다. 

겸손할 줄도 안다. 나는 ㅋㅋ     




36일째갱년기


일주일 내내 펑펑 빈둥거리다가 끝에 거의 달해서 바쁜 척 뭔가 하는 막내의 태도가 마음에 아주 들지 않는다. 화가 날 지경이다. 평소에 공부를 죽도록 하는 것도 아니고 맨날 놀기만 하면서 왜 저렇게 생활패턴을 유지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소리 하려다가 똑같은 이야기의 반복이고, 또 입이 한 사발은 나올 거 같아서... 톤다운을 하고 가볍게 지나가듯 충고만 하고 말았다. 

아내에게 투덜거렸더니 “당신이 다 오냐오냐 받아주고 이뻐라 해서 이런 건데 누굴 탓해?”라면 되려 내게 뭐라고 했다. 아니 자기는 안 예뻐하나? 참내~ 


보통의 주말처럼 한강에 나가서 열심히 달렸다. 

다리 근육은 날로 늘어 가는데 체중은 줄지 않고 점점 운동 효과도 떨어지는 것 같다. 

근육돼지가 되는 느낌이다! 지금보다 10kg만 빼고 싶다. 

근데 10kg를 빼도 세 자리이다! ㅋㅋ        

                     




37일째사춘기


오늘은 화창하고 기분 좋은 일요일! 드디어 일요일이다! 

너무 행복했다! 할 일도 없고 난 마음먹고 침대에서 굴러다니려고 했지만 아빠가 엄마를 꼬드겨서 함께 외출을 하게 되었다. 평창동에 있는 카페였는데 막상 가보니 넓고 큼직한데 편안한 도서관(?) 같은... 음~ 친환경이면서도 파티룸 같은? 뭐 하여튼 아주 마음에 드는 곳이라 기분이 좋아졌다. 

앉은 듯 누워있을 수 있는 소파도 있었고, 카페에 붙어있는 정원에서는 밑으로 넓은 주택단지가 보였고, 멋진 소나무가 여러 그루 있고 해먹도 매달려 있었다. 

난 누워있을 수 있는 소파를 선택했고 엄마랑 아빠는 평범한 의자를 선택해서 따로 앉아 있었다. 

레몬에이드를 마시면서 내 워커를 바라봤다. 워커가 영롱하니 너무 예뻤다. 

오빠가 오지 못해 아쉬웠지만 엄마랑 아빠랑 오랜만에 외출! 만으로도 매우 즐거웠다. 

모처럼 정말 기분 좋은 날이었다. 응? 얼마 전에도 기분 좋았다고 한 거 같은데... 

뭐 어떤가? 하루가 지났어도 옛날이다. 옛날은 무조건 오래 전이다. ㅋㅋ     




37일째갱년기


학원에 간 첫째를 빼고 아내와 막내를 데리고 평창동에 전망 좋은 카페에 갔다. 

아~ 경치도 좋고 평창동 동네 분위기도 좋았다. 

역시 나는 아파트 생활보다는 주택 체질! 막내도 가게가 마음에 들었는지 얼굴이 내내 헤벌쭉 펴져있었다. 

사춘기 때문이라 퉁퉁거려도 아빠,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을 진심으로 즐기고 그런 것 자체를 거부하지 않는 착한 우리 막둥이~ 

유유자적 가족들과 커피 한잔에 행복해질 수 있는 이런 삶을 아주 오랫동안 영위하기 위해서는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지? 

젊을 때는 카페에서 죽치고 시간 때우는 것을 그렇게나 싫어했는데 요새는 참 편안하고 차분한 시간이 좋다. 다른 사람에 비해 변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는 나임에도 이렇게 변하는 거 보면 시간의 마법은 참 신비롭다. ㅎㅎ     

 


  

38일째사춘기


학교에 막 가려고 하는데 눈에 하얀 비니가 자기를 데려가라 눈빛을 강렬히 보내왔다. 

그 강렬함에 못 이기는 척 비니를 슬쩍 데리고 학교에 갔다. 근데 막상 학교에 가니 비니 쓰기가 너무 눈치가 보였다. 솔직히 비니를 쓰기엔 너무나 따뜻한 날씨! 

한참 머뭇대다가 그냥 썼는데, 쓰고 나니 애들이 나를 신비한 동그란 동물처럼 바라보았다. ㅋㅋㅋ 

내가 한 동글하기는 하지 ㅋ 

아이들 같은 눈빛에 웃음이 나왔지만 만약 그러면 내가 내 자신을 웃긴 놈으로 인정하는 게 되니까 웃지 않았다. 쎈 척! 뭐~ 애들이 신기해하던 말든 거울을 보니 다시 봐도 비니는 예쁘다. 

역시 엄마 손이 진리다! 엄마가 사다준 것은 모두 믿을 만하다. 

내 얼굴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비니는 분명히 너무 너무 예뻤다. 예쁜 비니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거울 샷은 기본! 친구는 옵션! 옵션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역시 내가 더 낫다. 

혹시 내 일기를 우연히 친구가 보게 될 수도 있으니 “친구야~ 내 말... 장난 아니다. 진심이다!” ㅋㅋ   

  



38일째갱년기


특별히 의도한 것은 아닌데... 새벽 2시에 잠들어서 3시에 잠을 깼다!!!! 이런 젠장... 

다시 자보려고 30분을 엎치락뒤치락 했지만 결국 포기! 

뭔가 하려고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켰지만 뭘 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아 한참을 멍하고 시간만 죽이기... 

일찍 일어난 덕분에 하루 종일 멍~ 정말 뭐 하나 특별한 일 없던 지극히 평범한 하루였다. 

사실 일기도 쓰기 귀찮아서 뭉그적거리며 끄적거리고 있다. 일찍 누워야겠다. 

잠이 보약이지 뭐...  



                                                              

39일째사춘기


오늘도 별로 재미없는 학교에 다녀왔다. 학교에 가면 지루하다. 너무 너무 지루하다. 

공부 잘하는 애들은 학교에 오면 신날까? 자퇴를 하지 않는 한 학교는 와야 하니까... 

물론 좋아하는 시간도 있다. 체육하고, 바로 실험실에서 실험을 할 때이다. 

오늘은 산과 염기 떨어뜨리면서 색깔의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을 했었는데 재미있었다. 

첫 시작은 노란색이었다. 노란색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색이라 아무런 느낌도 없고 그냥 감기약 같아 보이기만 했다. 그런데 오오! 점점 에메랄드 같은 색이 되어가는 게 아닌가?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다. 이어 푸른빛을 띠기 시작할 때부턴 정말 반할 수밖에 없는 사파이어 블루와 같은 색이 나타났다. 더 이상 색은 변하지 않았지만 너무 예뻐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사파이어 블루 색깔 전에 나온 하늘색도 괜찮았지만 역시 오늘의 베스트는 진한 색의 파란색, 사파이어 블루였다! 와! 사파이어 블루를 담은 사진이 대체 몇 장이래? ㅋ

   


   

39일째갱년기


이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새벽 일찍 깨서 뜬 눈으로 지새웠다. 왜 이러지? 자꾸 이런 식으로 피로가 쌓이는 것은 좋지 않은데... 아무리 혈압이 잘 조정된다지만 이렇게 유지되면 좋을 리가 없다. 건강한 수면에 더 신경 써야겠다. 

이번 학기 강의 수강생이 모두 4학년이고 10여명밖에 안되는데 그중에서 6명이 오늘 면접을 본다고 수업을 빠졌다. 물론 저번 주에 모두 미리 이야기하였고, 증빙서류를 모두 제출해서 의심할 일조차 없었지만 서류를 안냈더라도 결석의 정당성을 믿었을 것이다. 

곧 사회로 나가는 4학년이 이런 일로 남을 기만하는 행위를 한다면 사회에 나가서도 도태되거나 퇴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쩔 땐 개인의 인성을 근거로 믿기보다 상황이 신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여튼! 이미 알고 있던 일정이다 보니 이번 주차는 모두 합의 하에 영상강의로 대체하였다. 

매주 하던 일을 건너뛰니 왠지 매우 허전하다. 아마 지금보다 세월이 더 흘러 내가 나이가 더 많아지면 이런 허전함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때 나는 그 허전함을 이길 수 있을까? 외로움은 참을 수 있는데 허전함은 참지 못할 것 같다. 허전함은 외로움보다 더 감성적이기 때문이다. 

뭐가? 몰라~ 그냥 내 마음이야 ㅎㅎ   



                                          

40일째사춘기


학교가 끝나고 ‘인생네컷’을 찍는 날. 나의 최애 ‘크림’의 사랑스러움을 온 세상에 알릴 아주! 아주! 중요한 날이다. 아~ 물론 크림은 내 비니의 이름이다. ㅋ 그렇다고 나 이상한 사람 아니다. 나를 부를 때 3인칭으로 이름 부르고 그런 애 아니다 이 말이야! 

원래 애정 하는 물건에는 이름이 필요한 법이다. 구럼구럼! 암튼 그렇다. 

엄빠도 내게 매일 그러시지만 내가 비니를 쓰고 선글라스를 딱 쓴 뒤 거울을 보면 지구와 같이 동그란 모습이 보인다. ㅋㅋ 

나도 내 친구들을 모두 살펴보아도 나만큼 탁구공 같이 똥그란 머리는 없다. 

혹시 커다란 타조알에 선글라스를 씌워놓은 것 같은 비주얼! 다들 본적이 있는가? ㅋㅋ 

‘인생네컷’을 찍을 때 나의 자세는 일관된다. 처음엔 경례, 두 번째는 엄지척, 세 번째는 반쪽하트, 네 번째는 롹 자세 순이다. 

오늘 입은 목폴라에 회색 후드짚업 꽤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 까다로운 아빠도 예쁘다고 해줬다! 

다음엔 놀 때도 이렇게 입어야겠다. 



     

40일째갱년기


오늘은 아내가 저번 남영성지에 이어 한술 더 떠 어머니까지 모시고 감곡매괴 성지에 가고 싶다고 징징거려서 결국 사무실 일을 모두 오후 늦게로 미루고 운전대를 잡았다. 

뭐~ 사실 가족들을 위해 아침저녁으로 기도하는 아내가 이상한 것은 아니지~ 내가 신경을 쓴다고 쓰는데...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 

충북 음성에 있는 성지는 정말 고즈넉했다. 시골풍경 속에 우뚝 솟아있는 성당첨탑은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예쁘게 공존하고 있었다. 저번과 달리 오늘은 미사를 드리고 싶지 않아서 어머니와 아내만 미사를 보게 해놓고 나는 감곡매괴 성지가 자랑하는 산상십자가를 만나러 산에 올랐는데... 

와! 정말 골고타 언덕의 수난이 저절로 떠올랐다. 왠 작은 산이 경사가 그렇게 가파른지!!!! 

정상 쪽은 평평하고 공간의 폭이 꽤 되는데, 오르내리 하는 길은 폭이 좁아서 자칫 심각한 낙상 사고도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려움을 뚫고 산꼭대기에 세워진 십자가를 만나보고, 내려와서 동굴 속 성모님을 만나보았다. 미사가 끝나고 불고기 정식차림으로 식사를 한 후 상경하였다. 

나를 비롯해서 아내와 어머니가 모두 만족한 정말 좋은 일정이었다. 집에 와서 너무 좋았다고 막내에게 아빠랑 가자고 했더니 “엄마랑 가”라고 단호하게 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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