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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범사랑북극곰 Jul 25. 2023

12번째 5일간

56일째부터 60일째까지

56일째사춘기


오늘은 애들이 정말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의자에서 서로 뒤엉켜 뒤집어지고 난리였다. 

아~ 이게 글로 표현하기에는 참 애매한데 사진으로 보면 금방 알 수 있지만 안타깝게 누구도 그 상태를 찍지 않아 사진이 없다. 또한 급식 먹고 나서도 가위바위보를 한 다음 내리막길에서 날라가기 등 여러 무모한 도전들을 감행했었다. 

얼어있는 한강에 뛰어드는 것이랑 도대체 뭐가 다른지 모르겠는 행동을 아이들이 자꾸 해댔지만 나도 바보라서 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가위바위보를 이기고는 멀찍이 서서 우아하게 비웃고 있었다. ㅋㅋ 

저녁에는 가족들끼리 종로에 있는 독일 음식점에 갔다. 

음식이 진짜 맛있었다. 독일 음식 맛없다는 소리는 대체 어디서 나온 소리인지! 

슈바이네학센(독일식 족발요리) 뜯고, 역시 독일식 소세지도 먹고, 샐러드도 먹었다. 

그 가게를 나와서는 아빠의 요청에 따라 오래된 참새구이 집에 갔는데 맛있는 참새구이를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갑자기 기억이 나는데 처음 참새구이를 봤을 땐 ‘으악! 이걸 어떻게 먹어!’라고 잠깐 주저했었다. 하지만 먹어보고는 캬!!!!! 

우리 가족 모두 행복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이러한 모습이 나는 좋다.     




56일째갱년기


가족들과 저녁에 외출! 

그래~ 우울감은 어떻게든지 이겨내야지~ 광화문 광장에 들러 가족 모두 산책하고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순신이 할아버지 저희에게 복 주세요~’라고 기도한 뒤, 원식형님 가게에 가서 저녁식사 대용으로 슈바이네학센과 모듬 소시지, 샐러드, 그리고 밀맥주를 마셨다. 

언제나 만족도 높은 선택지! ㅎㅎ 


종로 일대를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2차로 들린 집은 종로의 유명한 노포인 참새집~ 메뉴는 당연히 참새구이~ 예전에 허영만 식객 만화에서 본 이야기, “참새 한 마리로 소주 한 병을 마시지~ 양 쪽 다리로 두 잔, 양 쪽 날개로 두 잔, 몸통으로 두 잔, 머리로 한 잔”... 이 작은 참새 한 마리가 소주 한 병의 안주가 될 만큼 맛깔 난다는 소리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어려웠던 주머니 사정을 말해주는 일화이다. 


오늘 즐거운 시간을 SNS에 올렸는데 어떤 사람이 참새구이가 징그럽다고 그걸 어떻게 먹느냐고 댓글을 달았다. 시비를 걸려는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아니 그런 논리면 전기구이통닭은 안 징그럽나? 

그리고 참새를 마구잡이로 잡는 것도 아니고 요새는 포획 시기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데... 

세상에는 왠지 모를 불편함이 많이 존재한다.    




57일째사춘기


폰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서 열심히 배경화면을 찾았다. 

하지만 마땅한 게 없어서 내가 좋아하는 스트리머의 사진으로 배경화면을 맞췄다. 

핸드폰에 계속 들어오고 싶을 것 같다. 사랑하나? ㅋㅋㅋ 

사실 요새 핸드폰에서 할 게 없어서 폰을 잘 안 했는데 지금은 그냥 화면만 봐도 행복할 것 같다. 

맨날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잘생겼군. 

다시 말하지만 난 공부하느라 바쁘다. 응응 바쁜 거다! 

그런데 바쁜 나를 붙들고 아빠가 영화를 보러가자고 했다. 공부 때문에 바쁘지만 아빠의 오더인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랴~ ㅎㅎ 

게다가 아빠랑 영화를 보러 가면 항상 VVIP 좌석 극장으로 가서 편하고 좋다. 

물론 오늘도 그랬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였는데~ 

와~ 쫄림! 무서운 장면 없이 정말 무섭고 벌벌벌~ 근데 아빠가 아들을 죽이다니... 

진짜 그럴 수 있을까?  



    

57일째갱년기


내 가을 우울증을 타파하기 위해 오늘도 가족들을 이용 ㅋㅋㅋ 

극장 특별관을 예약하여 가족들과 즐거운 영화 관람시간~ 조선의 인조 시대를 배경으로 밤에만 눈이 보이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팩션인데 진짜 오래간만에 상영시간 내내 심장 쫄깃해져서 보았다. 

와~ 스릴러인데도 한국식 권선징악을 담고 싶었는지 결말이 약간 상투적이긴 하지만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가족들 모두 아주 만족스럽다는 반응! 

내가 평소 조선왕조 500년간 최고로 무능한 왕을 둘 꼽으라면 주저 없이 선조와 인조를 꼽는데, 선조는 그나마 정통성이 있는 왕이고 이순신을 등용했다는 코딱지만 한 면죄부라도 줄 수 있는 반면, 인조는 자기가 왕이 되려고 반정에 앞장 설 정도로 인성 개판이고 정세 판단도 못해서 삼전도의 굴욕을 겪는 등 뭐하나 편을 들 수가 없는 작자이다. 

게다가 늘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어 왔지만 자기의 친자식인 세자 살해에 관한 음모설에 까지 휘말리는 것을 보면 쓰레기는 쓰레기인 듯... 

속칭 국뽕이어서가 아니라 요새 우리나라 문화예술 분야 콘텐츠들은 정말 놀랍다. 

영화, 음악, 미술까지 정말 자부심이 가득 찰 정도로 놀랍기 그지없다.    



                         

58일째사춘기


저녁에 갑자기 마카롱이 먹고 싶어서 엄마에게 쏜살같이 뛰어가 엄마의 휴대폰을 들고 배달앱의 마카롱 카테고리에서 있는 맛은 전부 다 구매했다. ㅋ 

아빠가 알면 날 죽이려 들텐데... ㅋㅋ 

너무 맛있을 것 같아 기대를 하면서 애타게 기다렸다. 배달이 오자마자 모든 마카롱을 다 꿀꺽했다! 

이러다가 정말 돼지가 되어버리면 어쩌지 생각도 많이 했지만 많이 소비하면 되지 뭐가 문제인가~ 라고 생각하고 그냥 맛있게 먹었다. 

맛있게 먹으면 살이 안 찐다는 예수님의 말씀~ ㅋㅋ    



58일째갱년기


오늘은 도통 대화가 없는 아들놈을 끌고 강남역 카카오 프렌즈샵 매장에 산책 겸 다녀왔다. 

1시간 30여분을 걸어갔지만 결국 별 대화는 못하고 단절되는 이야기만 짧게 나누고 귀가했다. 

같은 남자인데 왜 대화가 잘 안될까? 

일단 내가 문제겠지. 아빠라서 대화가 쉽지 않을 텐데 편하게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에 더 그럴 것으로 생각된다. 참~ 세상 살기 어렵다. 바깥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기도 바쁜데... 

편안해야 할 가족들과의 대화 방법까지 반성하고 살아야하니... 


자기 직전에 본 일기를 열심히 쓰고 있는데 느지막이 배달이 왔다. 

뭔 일로 막내가 음식을 받아서는 후다닥 자기 방으로 사라진다. 

저 녀석~ 분명히 마카롱 아니면 설탕으로 만든 것 거 뭐더라... 하여튼 그런 거구만... 

이그~ 오히려 저러면 내가 더 눈치 빨리 채지 ㅋㅋ 똑똑한 척해도 아직 애는 애다. 

일부러 모르는 척 아무 말도 안했다. 맨날 그러는 것이면 뭐라 하겠지만 사람이 어쩔 때는 단 것이 당길 때도 있는 것이니까... 

뭐 아내 말을 들어보니 여자들은 생리적으로 그럴 시기도 있다고 하니 이해해야지~ 

너무 많이 먹는다싶으면 아내가 통제하겠지~                    




59일째사춘기


학교에 갔더니 시험을 앞두고 애들의 상태가 저번 때보다 더 안 좋다. 

애들 얼굴 상태가 정말 말이 아니었다. 친구들의 머릿결이 윤기가 좌르르 흐른다. 

안 씻은 게 아니라 건강한 것이겠지? 

아니 공부들도 안하면서 왜들 저렇게 정신을 차리지를 못하지? 

뭐 어쩌겠는가? 그래도 내 친구들이니까 괜찮아~ 내 눈만 버리는 거야~ 

음... 생각해보니 그게 문제다. 내 눈은 소중한뎅... 

오늘 찍은 사진은 모두 엽사! 엽사로 시작해서 엽사로 끝났다. 애들이 그러던지 말든지 나는 오늘도 시험이 끝나고 무엇을 할지 열심히 생각했다. 

근데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엽기적인 친구들 상태 때문에 내 눈이 건강이 나빠진 건지 일기를 그만 쓰고 싶다. 병결을 내야할 것 같다. 

오늘만 일기 쓰기 휴업이다. ㅋ     




59일째갱년기


잠을 제법 긴 시간동안 잤는데, 자는 내내 꿈을 꾸고 있음을 자각할 만큼 자기망상과 밤새 싸우느라 오히려 더 피곤하다. 

아침을 이런 식으로 시작하면 하루 혹은 한 주 내내 운이 따르지 않는데... 

다행히 오늘 하루 큰 문제없이 무난하게 넘어갔다. 

엥? 그런 줄 알았는데 웬걸!!! 지금 일기를 쓰면서 보고 있는 월드컵 예선전이 엉망진창이다! 

전반에만 가나에게 2골을 어이없이 내어줬다. 

역시 징크스는 변하지 않는다. 젠장... 기분이 너무 더럽다. 자야겠다.     




60일째사춘기


친한 친구가 썸을 타다가 결국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배알이 꼴려서 앓아누울 것 같다. 물론 오래가라고 축복은 해주었다. 

워낙 연애에 무딘 녀석이라 믿고 있었는데 이렇게 아프게 통수를 맞을 줄은 몰랐다. 

정말 친했던 4총사 중 2명이 연애의 바다로 떠나버렸다. 

나 빼고 나머지 한명만은 제발 떠나질 않기를 빌고, 빌고 또 빌어야겠다. 

‘하느님! 이대로 나만 솔로부대에 남을 순 없습니다.’ 물론 모두 소중한 친구들이니 그들의 사랑이 오래가고 행복했음 한다. 

그냥 친한 친구들이 연애 때문에 우정에 소홀해지는 것이 싫은 것뿐이다.    



  

60일째갱년기


역시 사람은 인내를 가져야 한다. 

어제 내가 잠들고 후반에 2골을 때려 넣은 축구 국가대표팀은 아쉽게 1골을 더 빼앗기고 분투 끝에 패배했다고 한다. 

나는 축구경기를 꼭 이기라고 응원하는 것이 아니다. 이기면 최상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뿜어낸다면 지더라도 열렬히 응원한다. 무기력하고 움츠려든 모습이 싫은 것이다. 그런 것에 비춰보면 어제 내가 너무 섣불리 잠들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전반 경기 내용은 내가 싫어하는 무기력 그 자체였으니까... 

하여튼 다음 경기는 이기던 지던 끝까지 응원하리라! 


오늘 막내가 자기 친구 중에 한명이 연애를 시작했다며 투덜거리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너도 연애해”라고 했더니 자기는 관심 없단다. 그런데 왜 연애하는 애들을 샘을 내냐고 했더니 “아빠 샘을 내는 게 아니라 난 연애에 빠져서 친구들 사이가 데면데면해지는 게 싫은 거야. 그런 모습을 그동안 종종 봤으니까”라고 약간의 짜증을 부렸다. 

더 말하면 화를 낼 것 같아 알았다고 말은 더 이상 이어가지 않았는데, 왠지 나는 막내가 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물론 전적으로 내 일방적인 판단이다. 


만약 우리 딸이 연애를 한다면 난 어떨까? 

무척 궁금해 할 것이고 상대에 대해 안 알려준다면 내가 알아낼 것이다. 좋은 놈인지 나쁜 놈인지... 

그런데 세상에 내 딸한테 좋은 놈이 어디 있는가? 전부 나한테서 딸을 뺏어가는 죽일 놈들뿐이지! 

아~ 갑자기 열이 확 받는다. 아령도 더 열심히 들고 샌드백을 더 열심히 두들겨야겠다. 

혹시 딸에게 잘못하기라도 하면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 놔야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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