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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범사랑북극곰 Jul 25. 2023

14번째 5일간

66일째부터 70일째까지

66일째사춘기 


학교의 내 자리가 너무 추워서 정말 골로 갈 정도이다. 

나무쿠션에 머리를 두고 자는데 머리에 한기가 돌아 일어날 정도이다. 

뭐 일단 학교에서 자면 안 되겠지만 흠흠 졸린 걸;;; 

어쨌든 손을 쿠션 위에 올려두면 손이 차가워서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춥다. 

실내에 히터를 아무리 틀어놔도 블라인드를 내려도 바람이 다 들어와서 나를 얼리는 느낌이다. 

정말 나에게 물을 뿌려놨다면 얼었을지도 모른다. 


엄마에게 전화해서 징징댔더니 엄마가 하신 말은 명쾌했다. “어쩌지? 집으로 얼른 와. 조퇴해! 춥다고...” 

어머니 늘 존경하고 사랑해요~♡ 아빠한테 물어봤어도 아마 똑같이 말했을 것이다. 

우리 집은 다른 집과 반대다. 나는 학교에 가려고 하고, 엄빠는 좀만 뭐가 있어도 학교 가지 말라고 한다. 

아동학대 아닌가? ㅋㅋ 

아니다! 나를 사랑해서다!     




66일째갱년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다. 

제법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후배 녀석에게서 연락이 와서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받았더니 만나자고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서둘러 약속을 잡고 저녁 전에 차를 한잔 마시기로 했다.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도착했더니 여전히 든든한 모습의 후배를 볼 수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일정 때문에 헤어지려는데 갑자기 자기가 주류 수입을 하게 되었다면서 나를 주려고 한 병 가져왔으니 성의로 받아달라며 내게 양주 한 병을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극구 사양했지만 결국 받았고 고마움을 표하였다. 요사이 새롭게 떠오르는 young 한 브랜드의 위스키였는데 스무스한 향과 그에 비해 강렬한 스파이시한 첫 맛을 가진, 그리고 귀엽고 스위티한 느낌의 매력 넘치는 위스키였다. 

정통적인 스카치 위스키의 맛을 지키면서도 자신만의 매력을 분명히 갖춘 위스키라고 후배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좋은 술의 풍미에 취해 일기를 쓰니 기분이 좋다~  



                           

67일째사춘기 


눈이 많이 내려 학교에서 눈을 맞으면서 놀았다. 시험 이틀 남은 거 맞나 싶다. 

하지만 눈이 너무 예쁘게 와서 참을 수 없었다. 

운동장은 온통 하얀 세상이고 친구들의 검정 패딩들이 둥둥 떠다녔다. 별로다. 바다에 오염물질이 떠있는 느낌이었다. ㅋ 

격렬한 눈싸움을 했는데 평소 차가운 내 손이 눈을 뭉치니까 더 차가워져서 얼어 터질 것 같았다. 다행히 터지지는 않았지만 눈뭉치를 친구들에게 하나라도 더 많이 맞추는 내 목적을 달성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조용히 크게 눈을 뭉쳐서 크게 한방을 터트리려고 준비했다. 

작전은 대성공이었고 내 눈을 맞은 친구는 눈사람이 되었다. 

ㅋ 재미있었다.     




67일째갱년기


하늘에서 하얀 쓰레기가 엄청나게 내린 하루였다. 

중년 아저씨가 되어서 낭만이 없어졌다고 흉볼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요즘 같이 바쁜 연말에 내리는 눈은 낭만이고 나발이고 그냥 불편함 그 자체일 뿐이다. 


오늘 새벽에 열린 월드컵 16강전에서 브라질에게 완패했다. 

심판의 판정이 매우 거슬리는 일도 있었지만 냉정하고 냉정하게! 실력 차이가 명백했다. 

우리가 못한 게 아니라 그냥 브라질이 브라질이었다. 체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실력 차까지 있다 보니 4:1이라는 결과가 오히려 최상의 결과처럼 느껴졌다. 


축구가 끝난 후 바로 용산역으로 향했고 KTX를 이용하여 여수로 향했다. 

오전 10시에 잡힌 미팅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복귀해서 2개의 미팅을 더 하고 지친 몸으로 귀가하여 씻고 자려한다. 

참 먹고 살기 힘들다...



                                                  

68일째사춘기 


문득 내가 웃긴 자세로 잠을 자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잤으면 좋겠다. 

엄마한테 들어보면 예전엔 365도 빙빙 돌면서 잠을 잤고, 어쩔 땐 자다가 말을 했다고 한다. 이를 갈진 않았다고 한다. 꿈을 좀 격하게 꾸는 편이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혼자 생각하다보니 그런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 생각이 들었다. 난 ㄱㅊ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괜찮은 건데? 왜 일기를 쓰다가 갑자기 괜찮다고 이 ㅈㄹ을 하는 거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 

내일이 시험이다. 난 심신의 안정이 필요하다.    




68일째갱년기


아... 오늘은 모처럼 밖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좋은 후배들과 좋은 시간이었다. 정말 모처럼 취했다. 

의무감에 일기를 쓰고 있지만 길게 쓰기 어렵다. 

자야겠다.   


                                         

69일째사춘기 


드디어 시험 첫날! 

결과는 생각보다 JUST BAD! 

와~ 정말 큰일이다 ㅠㅠ 

일기를 쓰는 시간조차 아깝다. 

뭐든 하나라도 더 봐야겠다. 언능 공부해야겠다. 

안녕     




69일째갱년기


오늘 기쁜 일이 하나 있었다. 내 두 번째 책이 나온 것이다. 

중요한 내용들만 핵심적이고 압축적으로 담아 사회복지학 전공 서적을 연작으로 내는 것이 계획이 이루어졌다. 2년간 내가 세운 계획이 모두 달성되어 기쁘기 그지없다. 

다만 최근 여러 경제적 환경 때문에 책값이 불가피하게 올라간 것은 조금 아쉽다. 

더 열심히 매진해서 내년에는 행정학 서적과 인문교양서를 한권씩 쓸 예정이다. 


저녁에는 롯데타워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좋은 공연에 초대를 받아 기쁜 마음으로 갔었다. 

아~ 그런데 말이 씨가 된다고... 초청해주신 호스트에게 “현장에 갑자기 간 직원에게서 전화만 오지 않으면 끝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인터미션 때 커피를 한 잔하고 있는데 진짜 직원에게서 전화 ㅠㅠ 

양해를 구하고 중간에 일하러 사무실 행 ㅠㅠ 

난 우아하면 안 되는 건가?      



          

70일째사춘기


지금 집안 분위기는 최악 of 최악이다. 

내가 지구 반대편으로 가라앉을까봐 무섭다. 그만큼 무거운 분위기의 공기가 나를 억누른다. 

엄마와 아빠가 정말 화가 많이 났다. 

최근에 엄빠의 이런 모습 처음 본다. 에휴~ 오빠! 오빠! 

정말 머리가 어질어질한 분위기 너무 싫다. 

하~ 모르겠다. 왜 내 시험기간에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조용히 있고 싶은데... 

그런 공간은 없다. 빼꼼 숨쉬기도 힘들다. 

제발 나는 좀 빼고 하세요. ㅈㅂ~        

 




70일째갱년기


아무리 그 녀석이 스스로 책임질 그 녀석의 인생이라고 위로해도 마음이 풀리지를 않는다. 

너무 섭섭하고 화가 나고... 

인생 참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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