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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범사랑북극곰 Jul 25. 2023

16번째 5일간

76일째부터 80일째까지

76일째사춘기


눈이 많이 왔다. 날도 추웠다. 

이런 날이지만 연극 연습 때문에 다들 바쁜 관계로 나도 애들과 함께 했다. 

함께 하면서 추위를 잊고자 초코 음료를 마셨다. 달고 따뜻한 음료는 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좋은 기분을 이어가기 위해 친구들끼리 나무에 있는 눈들을 흔들어 사진을 많이 찍었다. 

오랜만에 눈에서 구르면서 놀은 것은 덤! 

우리 학교가 예뻐서 그런가? 학교가 하얀색으로 코팅되니까 그냥 하얀 정원이나 궁전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학교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을까? 고생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학교를 지어줘서 ㅋㅋ 


집에 오니 내가 인터넷 쇼핑으로 주문했던 쵸커가 도착해있었다. 한참을 바라봤다. 

너무 예쁘기도 했고 디자인도 신기해서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보기만 해도 행복한 걸... 

그런데 아빠 때문에 하루 종일 좋았던 기분이 박살났다. 아빠는 안 그러다가 꼭 한 번씩 짜증을 낸다. 

짜증내는 걸 완전히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굳이 왜 그래야하는지 모르겠는 것을 갖고 짜증을 내면 나도 좀 그렇다. 그럴 때는 참 답답하다. 그냥 내 성격이 그런 걸 이해하면 될 텐데... 

굳이 아빠는 아빠 기분에 맞추라고 강요한다. 나도 노력하는데 안 된다고~ 

아빠는 또 며칠 동안 뚱해 있을 거다. 집안 분위기가 가라앉을 텐데... 

에이 몰라~     




76일째갱년기


아... 짜증만땅! 평소 2시간이면 너끈하던 곳을 4시간이 넘게 걸려서 다녀왔다. 

이게 모두 하늘에서 내린 하얀색 쓰레기 때문이다! 

아! 눈! 눈! 그놈의 눈! 정말 싫다. 

갔던 일도 잘 안되어서 하루 종일 짜증이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괜히 막내한테 짜증을 부린 것 같다. 

나이 값도 못하고 에휴~ 애한테 웬 투정을... 한심하다. 

바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가족에게 풀다니 ㅠㅠ 그것도 막내한테...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내가 그 정도 자격도 없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 모르겠다. 아니다. 사과를 하는 게 맞다. 

내가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면 막내는 분명히 상처받았을 것이다. 

자식이라도 사과를 해야 할 때는 해야 한다.    




77일째사춘기


생판 모르는 남의 차에다 선물을 주었다. 

차 창문에 손바닥을 찍어서 ‘산타가’라고 메시지를 남겨두었다. 

차에 어른만 탄다고 하더라도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고, 난 분명히 선물이라는 마음으로 준 것이니 받은 사람도 기뻐할 것이다. 

나란 녀석~ 정말 산타와 같은 존재인 것 같다. 

유독 오늘 하늘도 맑고 아름다운 것이 위대한 나를 찬양하기 위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 기분을 이어서 불멍 때릴 수 있는 기계와 몇몇 사소한 물건을 사 제꼈다. 

이제 슬슬 엄마 생신 케이크 다자인이 가능한 곳으로 찾아봐야겠다뤼~    




77일째갱년기


갑자기 찾아온 무력감과 나태함에 잔뜩 밀려있었던 그 많은 일들을 대체 다 언제 처리할까 걱정이었는데, 새벽잠 아껴가며 열심히 하다 보니 되긴 되네? ㅎㅎㅎ 

항상 이럴 때 참 신기하고 내가 대견하다 ㅋㅋ 

오늘은 뭐가 좀 되는 날인지 낮에 일을 볼 때도 막힘없이 계획대로 잘 처리되었다. 

용인에서 미팅 후 수원을 넘어가야했었는데 약속시간을 40분이나 남겨놓고 도착하였다. 

와~ 길이 참 많이 잘 뚫려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세상이 많이 편해졌다는... 


남는 시간 동안 치매 예방을 위해 앵그리버드 게임에 매진하다가 지겨워져서 잠깐 뉴스를 보았다. 

법인세 인하 때문에 여야가 다투는 뉴스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정치는 다투는 것이 일이라지만 요즘 우리나라 정치는 다투기만 할 뿐 대화와 협상, 진전이 없다. 

그러니 그냥 옛날 그 상태에서 그대로 머물러 있을 수밖에... 

경제는 선진국인데 정치는 후진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평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정치인들은 부디 “O deus. Placet auxilium mihi sapientis consilium.”라는 말을 매일 되뇌기를 바란다. “신이시여. 부디 제가 현명한 판단을 하게 하소서”라는 말이다.      



             

78일째사춘기


원래 갖고 싶었던 바지를 포기하고 새로운 바지를 사려고 바지와 입에 받쳐입을 후드티를 쇼핑하고 있었는데 다 마땅치 않아서 맘에 안 들었다. 짜증이 많이 난다. 만사가 귀찮다. 

그런데 내가 뚱한 표정을 짓고 있다면서 아빠가 시비를 걸었다. 아~ 진짜 눈치는 빨라 가지고... 

아빠랑 나랑은 정말 비슷한 부분이 많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도 놀랄 만큼 아빠랑 감정적으로나 생각이 정말 비슷하다. 

그러다보니 다 좋은데 서로 뭔가 틀어지면 정리가 안 된다. 둘 다 뒤끝이 없기에 망정이지! 

나는 만약에 나중에 누군가를 만난다면 나랑 성격이 다른 사람을 만날 꺼다. 

아빠가 엄마 만난 것처럼...    




78일째갱년기


뭐 때문인지 막내가 부어터졌다. 괜히 말 걸었다가 기분만 상했다. 

에잉~ 말을 해야 알지! 말을! 차라리 자기 기분 나쁘니까 내일 이야기하자던지...

뭔 의사표현을 해야 건들지 않을 것 아니야? 

와이프는 애 좀 그냥 두라는데... 

아니 애가 기분이 안 좋은 게 눈에 뻔히 보이는 데 그냥 두라는 것은 뭔 심보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아님 다른 뭔일 있는지 알아야 대비를 할 것 아냐? 

원래 그 또래 여자는 그렇다고? 웃기고 있네! 여자가 무슨 벼슬이야? 

난 여자보다 신성한 아빠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뭐가 필요해? 

응? 말해봐! 

젠장...



                                                             

79일째사춘기


이제 크리스마스가 5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 기념으로 물감으로 캔버스에 크리스마스트리를 그렸다. 

촛불 뒤에 두니 매니큐어로 칠해준 반짝이가 더 부각되어서 아름다웠다. 

뭔가 매우 몽환적인 분위기인데 엄마는 나의 트리를 보더니 바로 하는 얘기가 트리가 매우 착하고 순해 보인다고 했다 ㅋㅋ 


기분이 좋아져서 엄마와 함께 TV 시리즈 ‘웬즈데이’를 보기 시작했다. 

너무 재밌다! 나중에 한 번 더 보게 된다면 좋겠다. 

물론 억지로 누가 못 보게 하는 거 아니니 내가 원하면 다시 볼 것이다. ㅎ

아빠가? 에이~ 아빠가 나한테 가끔씩 삐져서 그렇지 그럴 사람은 아니다. ㅋㅋ     




79일째갱년기


며칠 전에 걸린 코감기가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완전하게 떨어지지를 않는다. 

에이~ 될 대로 되라하는 심정으로 꽁꽁 언 한강 길을 운동 삼아 한참 걸었다. 

어제 잠을 한숨도 못 잤는데... 

오늘은 적당히 피곤한 것이 잠을 좀 잘 것 같다. 내가 잠 못 자고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도 아닌데 참 그놈의 번뇌가 잘 안 없어진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 ㅎㅎ 

코가 막히니 집중력이 확실히 떨어진다. 일찍 자야겠다.   


 

80일째사춘기


어머니 생신이 머지않았기 때문에 오빠랑 계획 중인 생일 축하 노래 앙상블 연습을 매우 열심히 했다. 

시험도 벼락치기로 하고, 앙상블 연습도 벼락치기로 하다니... 

이게 이래서는 안 되는데... 알지만 이미 늦은 거 지금이라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ㅎ 

당연히 앙상블에서 오빠는 바이올린, 나는 피아노를 하기로 했는데... 

어째 피아노가 더 어려운 건 기분 탓만이 아니겠지? 

내가 게으름을 피운 탓이겠지... 

멋진 앙상블이 되기 위해 왼손과 오른손을 둘 다 쓰려고 하니 손이 제멋대로 꼬인다. 

오빠는 이미 아는 노래라고 건방지게 연습을 2번만 하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 가버렸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혼자 거실에 남아서 열심히 연습을 했는데... 

피아노를 치는 중에도 학교 연극은 어쩌지? 엄마 생신 케이크는 어쩌지? 계속 고민만 밀려왔다. 

왜 이렇게 고민이 많은 건지도 고민이다. 

대한민국 10대 여성들의 하루는 고민으로 시작해서 고민으로 끝나는 것 같다. 

요새 가끔 귀가 계속 욱신거려서 또 고민이다. 고민이 많아 그런 것 같다. 

음~ 근데 곧 괜찮아질 거다. 고민을 빨리 해결할 것이기 때문이다.    



  

80일째갱년기


오늘 갑자기 몸살 기운과 함께 코감기가 심해지고, 기침이 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열은 없다. 2시간 간격으로 하루 종일 코로나 검사를 해봤지만 5번째 음성이 나왔다. 

코로나는 아닌 것 같다. 독감일지도 모른다. 

내일부터 출장 계획이 잡혀 있어 독감은 아니어야 할 텐데... 

에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코감기라고 하더라도 감기에 걸린 게 5년만이다. 

그리고 감기에 걸렸더라도 2일이면 너끈히 멀쩡해졌었는데 이제 몇 날 며칠을 아파도 낫지를 않는다. 

주변에선 요즘 감기가 독해서 젊은 애들도 여러 날을 아프다고 위로(?)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내가 약해진 것을 내가 느끼는데... 

그래도 엄마 생일이라고 늦게까지 피아노 연습하고 앙상블 하겠다고 난리를 치는 아이들 모습에 잠깐이나마 웃는다. 이런 소소하지만 행복함을 바탕삼아 강한 의지로 이겨내야지!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시간은 간다. 

영원한 역경은 없다. 

죽어서라도 끝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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