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처음 맞이한 축제

“용택이 형! 큰일 났어요!”

영실은 주점 천막을 박차고 뛰어 들어왔다. 선배들이 분주히 술잔을 닦고, 불판 위에 전을 부치던 손길들이 잠시 멈췄다.
“왜 그래, 영실아? 무슨 일인데 그래?”
“부추전 재료가 다 떨어졌어요! 손님은 계속 주문하는데…”

용택은 잠시 영실을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걱정 마. 다 방법이 있지.”

그는 검은 비닐봉지 하나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영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따라갔다.
밤공기 속엔 막걸리와 고소한 기름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캠퍼스 한쪽의 어둑한 숲길, 달빛 아래 젖은 잔디가 은빛으로 반짝였다.

“여기 좀 뜯어.”
“네? 뭘요?”
“잔디.”
“잔디요?”
“그래. 매년 부추 떨어지면 이걸로 부추전 만들어. 다들 취해서 몰라.”

영실은 말없이 잔디를 뜯기 시작했다. 손끝에 차가운 흙 냄새가 묻었다.
“형, 이거 괜찮을까요?”
“괜찮아, 인생이 다 그런 거야. 어쩔 수 없을 땐, 잔디라도 부추인 척해야지.”

용택은 웃으며 능숙한 손놀림으로 잔디를 씻고, 반죽에 섞었다. 노릇노릇한 부추전이 팬 위에서 지글거렸다.
“봐라, 영실아. 이럴 땐 좀 태워야 돼. 그래야 향이 살아.”
그는 팬을 살짝 기울여 전을 뒤집었다. 노릇하게 익은 가장자리가 마치 청춘의 불꽃처럼 타올랐다.

잠시 후, 영실은 용택이 만든 ‘잔디 부추전’을 받아 들고 천막 안으로 돌아갔다.
그곳엔 이미 공대 학생회 선배들이 앉아 있었다. 막걸리 잔이 쏟아지고, 웃음소리가 폭죽처럼 터졌다.
“얘가 영실이니? 햇빛촌 신입생이 너 하나 남았다며?”
공대 학생회장 대영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
“네, 93학번 임영실입니다.”
“그래, 고생 많다. 힘들면 언제든 3층 학생회실로 와. 형들이 술 사줄게. 자, 완샷!”

술이 목을 타고 내려가며 영실의 가슴은 묘하게 따뜻해졌다.

그 순간, 세상에 이런 정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게… 고대인의 정(情)이구나.’
영실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때 공대 선배 한 명이 소리쳤다.

“야! 이 부추전 누가 구웠냐? 고소하니 죽이네!”
모두가 웃었다. 영실은 괜히 식탁 밑으로 시선을 돌렸다.
불빛이 살짝 비추는 그릇 속에서 잔디 잎사귀 몇 가닥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래도 맛있다니 다행이다.’
영실은 몰래 미소 지었다.


그날 밤, 기름 냄새와 웃음, 그리고 술 냄새가 섞인 캠퍼스의 공기 속에서
그는 처음으로 **‘함께 산다는 것’**의 기쁨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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