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가득 든 항아리에
돌돌 말린 생각이 들어가면
무겁고 번식력이 강한 고 생각이란 놈이
바닥에서부터 차올라
잠을 넘치게 한다
넘쳐서 흘러버린 잠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면 항아리는 꼬인 생각 판이다
고놈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으려면
일단 눈을 뜨고
일어나 일을 하는 것이다
새벽 4시다.
마방진 라틴 방진 오일러.....
친절한 나무위키를 보며
어떻게 아이들의 가슴에 돌을 던질지 궁리 또 궁리
집 앞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와준 900번 버스
휴대폰 뒷면을 대는데 반응이 없다.
기사님과 눈이 마주친다.
휴대폰 뒷면을 보는 순간 머리에서 번개가 번쩍
새로 휴대폰을 바꾸었고
예전의 것은 검색과 유튜브 보는 용도로만 쓰는데
고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일단 뛰자.
뒤통수가 따갑다.
칠칠맞은 놈, 쯔 쯔 쯔
다시 돌아온 정류장
15분 후면 차가 도착한단다.
깊게 한숨을 쉬는데 아랫배가 찌릿
유독 민감한 내 배가 스트레스에 한 방 크게 얻어맞고
정신 줄을 놓은 모양이다.
작전을 바꾸자.
6-2번을 타고 금정역으로
엎드리면 배꼽 닿을 거리를 빙빙 돈다.
신호등도 무시하고 속도를 높이는 내 발걸음에 걱정이 먼저 뛴다.
비어있는 화장실은 있을까?
그렇다면
와 답이 없는데
등줄기가 후끈해진다.
이마에 맺히는 땀
문을 여는데, 사람이 없다.
다행이다
그런데 쪼그려 쏴다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리게 생겼나?
휴
아차 혹시 휴지는?
있다 새로 한 통이
행복이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1호선 하행열차를 탄다.
문이 닫히지 않고 뭐라고 안내방송이 나온다.
맨 귀로 들어보니 다음 열차가 급행이라나.
그럼 내려야지
이 정도는 이제 나도 안다.
두 번 만에 수원역
수인선으로 갈아타는 오르고 내리는 복잡한 길도 척척
그냥 사람 많이 가는 곳으로 따라가면 된다.
여기는 완전 광장시장이다.
그 틈에 앉아있는 모나리자
왼손에 거울이 달린 통을 잡고
오른손으로 통을 몇 번
눈 아래를 수도 없이 두드리는데
눈썹이 없다.
이마까지의 공간이 너무 넓다.
그림을 완성하려면 시간이 많이 아주 많이 걸리겠구나.
매탄 권선역에서 내린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어 성당이어야 하는데 교회네!
두리번두리번
대각선 길 건너편에서 손짓하는 덩치 큰 성당
방심했다.
터덜터덜 길을 건너 낙엽 쌓인 길을 따라
허둥대는 발걸음들을 거슬러
낙엽이 깨어나는 소리를 들으며 한 20분
멀리 마지막 신호등의 파란불, 15라는 숫자
그래 뛰자, 죽어라고 뛰자.
7시 50분
아등바등 허둥댔지만 결국 비슷하게 교문을 통과한다.
교훈이 적혀있는 돌에
지혜 성실이라고 쓰여있다.
성실 하나만큼은 둘째가라면 서운하지.
2달 동안 지혜를 호주머니 두둑하게 채워봐야지 .
사과 소녀가 보고 싶다.
달덩이 같은 얼굴에 너무 좁은 틈
그 안에서 빛나는 영롱한 빛
오늘도 작두를 타고 있다.
a : b = c : d이면 ad = bc 이죠?
왜?
기가 막히게 한 방 먹일 타이밍인데
종이 울린다.
내가 너무 흥분했다.
제정신이 아니다.
“이제 막 재미있어지는데, 아쉽네”
사과 소녀는 오늘도 내가 존재하는 의미를 만들어준다.
시인을 찾아서라는 책을 펴놓고 자울자울 졸고 있다.
학교가 바뀌고
자습에서 칠판을 두드리는 수업으로
광명에서 수원으로
그래, 힘들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