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에 새긴 이름》
우재(愚齋) 박종익
바닷속 풍경이 공짜예요
목 좋으면 대박 날 거라고
재빨리 분양받았어요
튼튼한 밧줄로 엮은 집이지만
알고 보면 구 할은
수협에서 빌려온 집이랍니다
단단한 지붕과 지붕 사이에
허공으로 충만합니다
바람 불면 바람이 통과하고
파도치면 포말이 노래하며 지나갑니다
사는 게 구멍투성이인데
삶의 중심은 그물망 같아서
어디로 튈지 모르고
어느 샛길로 빠져들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지붕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흔들리는 거라고
기왕이면, 저 바다에서 멋대로 꼬리를 흔드는
가오리라면 어떨까요
그깟 파도에 좀 흔들리면 좀 어떻습니까
구멍은 어긋나기 위해서 존재하는데
파도가 치면 구멍 난 꼬리라도 붙들고
흔들리지 않는 반대편 파도에
윙크라도 마구 날려 보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