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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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에서 예술로
ㅡ앤디 워홀이 바꾼 시선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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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릴 코널리 (Cyril Vernon Connolly, 1903년 ~ 1974년 )는 '저널리즘과 문학'을 "저널리즘은 한 번만 고민하는 것이고, 문학은 다시 보는 것"이라고 구분했다.
신문 기사를 떠올려 보라.
신문은 그날 읽고 나면 버리는 것이고, 다음 날이면 새로운 기사로 덮인다. 뉴스는 순간의 정보, 한 번 소비되고 끝나는 것이다.
반면 문학 작품은 다르다. 한 번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다시 꺼내 읽으며 의미를 되새긴다. 오래된 책장에서 먼지를 털어내며 다시 읽는 소설이나 시처럼 말이다.
이 관점에서 '통조림'을 생각해 보자. 통조림은 기본적으로 실용적인 물건이다. 내용물을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금속 용기, 한 번 열면 그저 먹고 버리는 것이다.
즉, 통조림은 코널리의 정의에 따르면 저널리즘에 가깝다. 잠깐 필요할 때 열어보고, 다 쓰면 잊히는 존재인 것이다.
팝 아트의 거장 *'앤드루 워홀라 주니어(영어: Andrew Warhola Jr., 1928년 ~1987년 )는 이 평범한 통조림을 전혀 다른 것으로 변모시켰다. 그는 '캠벨 수프' 통조림을 캔버스에 그려 넣어 미술관 벽에 걸었다. 워홀이 통조림을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사람들이 매일 슈퍼마켓에서 보던 그 통조림이, 이제는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작품이 되었다.
식료품이었던 통조림이 워홀의 손을 거쳐 ‘문학적’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이 통조림은 이제 한 번 보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라, 반복해서 감상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통조림이 그려진 그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워홀은 일상에서 흔히 지나치는 사소한 것들, 우리가 한 번 보고 잊어버리는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
우리가 별 의미 없이 지나치던 물건들도, 다른 시선으로 보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처럼 워홀은 저널리즘적 대상으로 여겨지던 통조림을 문학적 반열로 끌어올렸던 것이다.
마치 매일 마시는 커피 종이컵이 누군가의 손을 거쳐 멋진 예술 작품이 되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그저 커피를 담는 용기에 불과했지만, 누군가가 그 종이컵에 그림을 그리거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 그 컵은 단순한 일회용품이 아니라 감상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사소한 것이 예술로 변하는 순간, 우리는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결국, 워홀의 작품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것이 예술인가?”라는 물음이다. 통조림이 단순한 식료품인지, 아니면 감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보는 사람의 시각에 달려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한 번 보고 지나치는 것들도 다시 바라볼 때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곧 저널리즘과 문학의 차이, 즉 순간적인 것과 지속적인 것의 차이를 보여준다.
워홀은 이러한 차이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통조림이라는 일상적 사물을 통해, 예술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통조림이든 커피컵이든, 우리가 반복해서 바라보고 의미를 찾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선다. 워홀이 그려낸 통조림은 더 이상 식료품이 아닌, 생각을 자극하는 예술 작품이자 문학적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워홀의 작품은 우리의 시각을 바꾸는 힘을 가진다. 무엇이 저널리즘적이고 무엇이 문학적인지는 결국 우리가 얼마나 깊이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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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릴 버논 코놀리 (Cyril Vernon Connolly, 1903년 9월 10일 ~ 1974년 11월 26일)
영국의 문학 평론가 이자 작가이다.
그는 영향력 있는 문학잡지 Horizon (1940~49)의 편집자였으며 문학 비평과 그가 열망했던 소설의 성공적인 작가가 되지 못한 이유에 대한 자전적 탐구를 결합한 Enemies of Promise (1938)를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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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워홀라 주니어(영어: Andrew Warhola Jr., 1928년 8월 6일~1987년 2월 22일)는 앤디 워홀(영어: Andy Warhol)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미국의 미술가, 출력물 제작자, 영화 제작자다. 시각주의 예술 운동의 선구자로, 팝 아트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산업 일러스트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후에 화가, 아방가르드 영화, 레코드 프로듀서, 작가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