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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는 이유

[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부키 ]


[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부키 ]


새로운 길로 나아감을, 두려워 말자.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확실히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이 책의 저자 이름은 '장하준'이다. 현재 청와대에서 경제, 사회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정책실장 '장하성'이 아니다.

 이 비슷한 이름과 더욱 비슷한 이 두 사람의 경제관념 덕분에, 나는 책 중반에 다다라서야 이 책이 장하성이 아닌 장하준 교수의 책임을 깨달았다. 참 어이없는 실수에 웃음이 나왔다. 다른 분들은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점을 꼭 확인하기 바란다.


 [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는 내가 거의 아는 것이 없는, 제로베이스(Zero-base) 상태에 있는 '경제'대해 조금이라도 알고자 하는 마음에 읽게 된 책이다. 또한 조만간 시작할 취업 준비 과목에도 경제학이 포함되어 있기에, 다소 조급한 마음도 섞여 있긴 했다. 

 그러나 나뿐만 아니라 처음 경제학을 대하는 많은 이들이 그렇듯, 나는 처음에는 솔직히 경제에 대해 아는 것이 '꺼려졌고', 두려웠다. 그렇지 않은가. 전형적인 '문과' 학생으로서 수학은 대학교 들어온 이후로 담을 쌓고 살아왔는데, 흔히 떠올리게 되는 경제의 숫자, 통계, 함수 등의 난해한 이미지들은 나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책을 고르는 운'은 있었나 보다. 이 책 [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는 나의 이러한 우려를 고맙게도 아주 쓸데없는 '기우'로 만들어주었다.

 장하준 교수는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이면서, 영국 정치 평론지 [ PROSPECT ]에서 선정한 '올해의 사상가'에 선정될 정도로 저명한 경제학자이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뛰어난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철저하게 '경제 초보자'들을 위한 입문서로서 쓰였다.


 이 책은 영화와 책, 음악 등 우리가 친숙하게 느끼는 예시들을, 딱딱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경제의 갖가지 면모와 조화시켜 독자의 이해력을 한층 높였다. 또한 마치 경제 서적이 아닌, '여행 가이드북'처럼 장하준 교수는 독자가 읽고자 하는 부분만 읽을 수 있도록 책을 서술하고 있다. 

 그 예로 '경제학 칵테일'이라고 비유한 챕터에서는, 역사적인 경제 학파들의 이론들을 독자가 관심 있어 할 분야인 정부, 시장, 소비자의 역할에 따라 구분해 그 부분만 읽고 넘어가라고 쿨하게(?) 권유하고 있다. 즉 이 책은 부담 없이 술술 넘겨가며 읽어도 될 정도로 어렵지 않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장하준 교수가 '현재의 한국 경제'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다. 2008년의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시장 중심, 기업 우대의 '신자유주의 경제 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장하준 교수는 이제는 더 이상 여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받쳐줄 증거로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빈곤층인 사실, 끝없이 상승하는 청년 실업률 등을 제시한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는 과거에 없었던 시도, 즉 정부의 '유연한' 개입을 주장한다. 즉 정부가 더는 시장 거래를 '중재'하는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해 소비자이기 이전에 '국민'인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유연한 정부 개입이 과거에는 없었던 시도라고 말한 까닭은, 박정희, 전두환 등 3~5 공화국 때의 강압적인 정부 개입과는 이것이 다른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낮춰주는 것이 아니라, 불법 행위 단절에 초점을 맞추고 경제 주체들의 일방적인 착취(대기업의 중소기업 중복 하청을 들 수 있겠다)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 장하준 교수의 주장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위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경기 부양'이 일어나고, 이는 한국 경제를 투명하고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현재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더욱 이 책이 장하성 정책실장의 책이라고 착각했다. 부끄럽게도 말이다…….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장하준 교수의 주장에 공감하게 되었다. 지금의 한국 경제는, 내가 생각하기에 단 '몇 개의 거대한 기둥'으로 버티고 있는 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기둥들의 이름은 '대기업'이다. 


 이 대기업 위주의 경제 순환은 만일 이 중 하나의 기둥이라도 부서지거나 기운다면, 집 전체가 폭삭 내려앉을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기에 이 책이 말한 것처럼 다수의 '중소기업'을 육성해 거대하진 않더라도 수많은, 다양한 모습의 기둥들을 만들어 집의 무게를 지탱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이러한 경제 구조를 과거에서부터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노사정 대화가 활발할 정도로 중소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큰 '독일'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지금이라도 이런 아래로부터의 성장을 일구어내 낙수 효과가 아닌, 분수 효과(저소득층의 소비 증대가 경기 활성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일으켜야만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불평등과 빈곤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 썰전 ]에 진보 측의 대표로 나온 노회찬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현재 보수가 주장하는 기업 살리기, 규제 완화를 지난 9년의 보수 정권 동안 얼마나 적극적으로 추진했는데, 이것이 지금의 끔찍한 경기 불황에 어떤 도움이 되었느냐고 말이다.


 나는 이 말에 적극 공감한다. 이 방법이 반드시 옳다고 믿고, 맹목적으로 그것만 쫓다가는 그 길의 끝에 낭떠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일 이 길이 틀렸을지도 모름을 인정하고, 옆에 놓여있는 새로운 길로 한 발짝 걸어나간다면 그곳엔 우리가 바라던 이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과거부터 지속되어왔던 이 독점적인 경제 구조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가 지금, 당신의 선택은 어떠한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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