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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파 솔로시죠?

[ 시 밤, 하상욱, 위즈덤하우스 ]


[ 시 밤, 하상욱, 위즈덤하우스 ]


 도레미파

 솔로시죠?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에게 또한 셀 수없이 많은 얼굴이 숨어있듯이 '시'의 모습 또한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SNS로 짧지만 묵직하게 가슴을 때리는 - '하상욱' 시인의 시가 바로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시 밤 ]은 하상욱 시인이 SNS에 올린 시들 중 '사랑 시'를 모아 엮은 책으로, 읽는 내내 미소를 띠게 만들어주는 귀한 시집이다.  


 요즘도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는 음악 장르인 랩(Rap)에 쓰이는 가사에는 '라임Rhyme'이란 것이 중요하다. 라임이란 일정한 자리에 같거나 비슷한 발음을 반복적으로 쓰는 것으로, 듣는 이에게 중독성은 물론 흥을 돋워 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마찬가지로 시에도 '운율韻律'이란 것이 있다. 이 역시 같거나 비슷한 발음을 행에 규칙적으로 쓰는 것으로, 라임 못지않게 시의 맛을 감칠맛 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내가 하상욱 시인의 시를 읽으며 가장 감탄한 부분이, 이 운율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능력이다.

 8글자에 불과한 위의 시 '도레미파 솔로시죠?'( 짧으니 본문에 쓰기도 좋다! )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즐겁게 감상한 시인 동시에, 하상욱 시인의 솜씨에 제일 감탄한 글이기도 하다. 우리 중 피아노의 음계인 '도레미파 솔라시도'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단 두 글자에 물음표만 첨가해 전혀 다른 주제로 바꾸면서, 노래 부르듯 자연스러운 운율을 첨가하다니! 정말 놀랍고 대단한 시라고 할 수 있다. 만일 내가 솔로일 때 이런 재치 있는 질문으로 놀림을 받는다면, 씁쓸하기는커녕 자지러지게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시란 어렵고 길기만 한, 재미없는 것이라는 인식을 / 하상욱 시인은 [ 시 밤 ]에서 철저히 부숴버렸다. 일단 [ 시 밤 ]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이것은 우리가 흔히 쓰는 비속어를 연상케 하여 웃음을 자아낸다. 이와 같이 하상욱 시인은 젊은 세대의 연애와 사랑을, 청춘靑春들의 언어로 풀어내기에 읽는 이에게 더할 나위 없는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 보았을 일상 속 사랑의 모습을, 그는 단 몇 줄의 시로 눈에 보일 듯 묘사한다. 거기다 두세 번은 읽어도 질리지 않고 새로운 의미를 계속 발견하게 되니 - 나 역시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정말 부러운 동시에 배우고 싶은 재주임이 틀림없다.


 어떤 이들은 시란 보다 깊은 의미를 담아내야 한다느니, 언어적으로 훌륭해야 한다느니 하며 하상욱 시인을 깎아내릴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그의 시가 앞으로도 쭈욱 웃을 일 부족한 이 세상에 봄비처럼 잔잔한 미소를 퍼뜨려주었으면 한다. 삶이 조금 우울하고 지친 이들이, 시간마저 부족하다고 여겨질 때. [ 시 밤 ]은 당신이 잠시 멈추어 쉬어가기를 바라는 내 소망을 훌륭히 실현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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