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주름잡았던 중앙파 오른발, 지금은 '열정 없는 깡패'이야기
아쉬운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홀가분하다. 집으로 들어오면서 허물을 하나씩 벗어던지는 기분.
표현이 아쉽다. 합리화는 역시 음식 비유가 들어가야 한다. 글을 만두라고 하자. 알다시피 구운 만두만큼이나 찐만두는 맛있다. 구운 글만큼이나 찐 글도 맛있을 것이다. 고기만 잔뜩 넣음 된다.
화려한 결과가 없어도 쓰는 삶은 아름답다.
기분 좋은 하루에 흥얼거리는 콧노래처럼 나를 둘러싸고 시간을 채우는 활자가 좋다.
특히, 지금은 '바야흐로 책의 시대; 텍스트 힙'이라고 하지 않는가? 개도한 것은 한강 작가님의 트리플 악셀이었다. 영원히 음(-)의 파도곡선을 탈 것 같던 '글'과 '책'은 전성기를 맞았다. 대략 1%들이 99%의 분위기를 선도한다. 들끓는 독서열풍을 피부를 느끼며 심히 흐뭇하다. 독서한 경험을 SNS에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바이브(Vibe;특별한 느낌)'가 있다. 함께 즐기는 기쁨이 있다. 다만, 유행과 모방의 물결은 어떤 이들(이를테면, 나)에게는 유행보다는 신념 같은 거라서, 유행이 지나도 멈출 수 없다.
몽땅연필 같은 실력으로 뛰고 날아봐야 깡충깡충 대겠지만,
역시나 '내가 즐겁고 재밌어야' 배가 부르다. 잠이 온다.
'여자의 일생'에 대해 깊게 파고들었다. 자는 시간 빼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상상하고 되묻는다. 인생의 주제를 찾아서 기뻤다. 그리고 노년의 삶을 유심히 생각하는 중이다. 내면을 깊게 파고들다 보면 멀쩡한 마음도 아프게 느껴진다. 잘 살고 있으면서, 생각하고 글을 쓰다 보면 스스로 불쌍하게 느껴진다. 어제도 불쌍한 스스로를 위해 꿀떡을 사줄까 싶어, 아이와 마트에 갔다. 아이는 친구들과 하교하는 길목이라, 친구들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를 중간에 두고 사람들이 동그랗게 둘러서 걸을 때, 행복해. 춥지도 않고, 이야기를 멈추지 않아도 돼." 이런 말은, 아이돌이 하고 싶지만, 예능만 하고 싶다는 열한 살 아들에게 매우 잘 어울리는 심성이다. 2인 혹은 최대 4인을 선호하는 나에게 '둘러 쌓이는'현상은 부담스럽다. 나라면 부딪히지 않으려 애쓰며 발을 계속 볼 것 같다. 그러나 궁금하기도 하다. 그리하여 둘러봤다. 조금 멀고 길게 시선을 옮겼다.
세상에, 요즘 불경기가 아닌 데가 어딨 어요? 깡패도 못해먹어요.
생업이 따로 있고, 건별로 나가죠. 거의 동호회입니다.
장르는 '라이프-느와르', 마구 쓰고 싶어졌다.
인생의 끝은 결국 무엇일까, 글이 가는 길로 나도 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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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 연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