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은 정부의 국가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진실에 접근하려 했다. 그는 수많은 문서를 요청하며, 백신과 크로노스 바이러스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항상 똑같았다.
"정보 부존재"
강현은 답답함과 좌절감에 빠졌다. 그가 찾으려는 정보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시스템은 차갑게 응답했다. 마치 진실이 세상에서 지워진 것처럼 모든 정보는 감춰져 있었다.
"이게 말이 돼? 분명 진실이 있을 텐데… 왜 모든 정보가 없다고 나오는 거지?"
정부는 최고 보안 등급으로 모든 민감한 정보를 관리하고 있었다. 언론, 의료계, 군 당국까지 모두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움직이며, 진실을 철저히 은폐하고 있었다. 심지어 법조계마저 장악해 혹시 있을 소송에 대비하고 있었다.
"정부가 지위를 이용해 정보를 지배하고, 제약사가 법을 통해 진실을 묵살하고 있어. 내가 과연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까?"
제약사는 정부와 사법거래를 통해 정보를 차단하고 있었고, 그들이 가진 힘은 법정에서도 막강했다. 강현은 더 이상 합법적인 방법으로 진실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가고 있었다.
강현은 정부 기관에 백신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그는 피해자들을 위해 진실을 밝혀내고자 했고, 백신 접종 이후 나타난 부작용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려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언제나 실망스러웠다.
"해당 정보는 비공개 처리되었습니다. 이는 공공의 이익에 위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습니다. 이 자료를 공개할 경우 백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접종률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정부의 답변에 강현은 기가 막혔다.
"부작용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고 거기에 대비하도록 해야 백신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거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야? "
강현은 또 다른 기관에 정보를 요청했지만, 이번에는 부존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부존재? 그럼 이런 문서나 기록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백신을 맞고 부작용으로 죽은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정보가 없다는 건 결국 인정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잖아."
부존재라는 답변은 그 기관에 관련 정보나 문서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강현은 의문을 품었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는데, 왜 정보가 없다는 것일까? 반면, 비공개라는 답변은 정보가 존재하지만, 공개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도대체 무슨 정보가 공공의 이익을 해친다는 거지? 왜 국민들에게 이런 중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걸까?"
정부 기관들은 비공개와 부존재라는 답변을 내세워, 강현이 백신 부작용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었다. 그는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지만, 진실은 여전히 철저한 은폐 속에 있었다.
그때, 강현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치며 지나갔다.
"맞아. 정부는 트리메딕에 면책특권을 줬다고 했어. 그렇다면, 트리메딕은 분명 백신 부작용에 대한 것도 요구를 했을 거야."
강현은 즉시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정부는 트리메딕에 국민들이 신고한 백신 부작용을 제공하기로 했을게 분명해. 제약사와 음모를 꾸몄다면 분명히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을 거야. 이건 국민을 상대로 정부가 제약회사의 임상시험을 했다는 거잖아. 이번엔 부존재가 나오길 빌어야 하나?"
약 한 달이 흘렀다. 정부는 답변 연기 요청을 했고, 약 한 달이 흘러 정부 측 답변을 받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뭐야? 비공개?"
부존재가 아닌 비공개였다. 비공개는 자료는 있으되 비밀유지, 정부정책, 영업상 비밀 등 공개할 경우 어느 한쪽에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것을 뜻했다.
"부존재가 아니었어. 비공개라니... 그렇다면 우리들의 부작용 정보를 제약사에 주기로 했지만, 공개하지 못한다는 뜻이야. 그런 계약이 없다면 당연히 부존재여야 해."
정부는 분명 트리메딕에 국민들의 백신 접종 후 부작용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기로 계약을 했다. 하지만 이 내용은 극비사항이었다. 정부가 제약회사의 임상시험에 국민을 동참시켰다는 것은 윤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그야말로 정부 존재의 이유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비윤리적 행위였기 때문이다.
강현은 또 한 가지 번뜩이는 정보공개청구를 생각해 냈다.
"희중 씨는 제조번호(Lot Number)마다 백신의 성분이 다를 수 있다고 했어. 상식적이진 않지만 지금 상식적인 게 있긴 해?"
강현은 백신의 제조번호마다 성분이 다를 수 있는지, 정부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고 정부 측 답변은 역시나 비공개였다. 강현은 마지막으로 정부와 트리메딕 간 백신 공급 계약서를 공개하라는 청구를 했다. 답변은 역시나 비공개.
"이건... 너무 상식적이지 않아. 희중 씨의 말대로 무언가 거대한 음모가 있는 게 확실해."
강현은 평소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가장 궁금했던 것.
"우리 슬비는 고등학생이었어. 백신을 맞을 이유가 없었을 텐데... 왜 맞아야 했을까? 크로노스의 치사율이 얼마였길래 이렇게 난리가 난 건지..."
강현은 크로노스 바이러스의 첫 번째 감염자가 나타난 이후 백신이 출시되어 첫 접종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크로노스 바이러스로 사망했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3개월간 48명... 이게 말이 돼? 심지어 청소년 사망률은 0이야."
일반적으로 독감(인플루엔자)으로 인해 한해 사망하는 사람이 3,000명에서 5,000명이다. 크로노스 바이러스가 사망률은 독감 사망률의 100분의 1이었다. 게다가 청소년은 단 한 명도 사망하지 않았다.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우리 슬비는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었어! 이 개자식들이 다 속인 거야!"
그 후에도 강현은 계속해서 정보공개청구를 시도했고 많은 것을 알아냈다. 크로노스 바이러스가 퍼질 당시에는 사망자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백신이 출시되고 접종이 시작되자 사망자는 급증하기 시작했고 백신 접종이 누적될수록 사망자는 폭증했다. 감기 수준에도 못 미치던 사망률이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1급 테러 바이러스의 사망률에 육박했다.
"이 개새끼들, 모든 게 다 거짓말이었어. 이것들을 그냥 놔둬선 안돼! 반드시 찢어 죽여 야해."
강현은 희중에게 연락해 그동안 정보공개한 내용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희중 씨, 다 거짓말이었어요. 크로노스가 위험한 게 아니라 백신이 위험한 거였어요. 그리고 중요한 것들은 모든 게 비공개였어요. 정부는 분명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어요. 그렇지 않고서는 부존재가 아니라 비공개일 수는 없어요."
"이 미친놈들이... 모든 게 거짓말이었다니... 정치인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죠? 숨기는 자가 범인이다!"
"맞아요. 크로노스보다 백신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냈지만 정부는 분명 모르쇠로 일관할 겁니다. 민감한 것들은 다 비공개였고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료들은 모두 ‘정보부존재’였어요. 결국 정부 측에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은 아무것도 없어요."
"저도 국정원과 정보사를 통해 이것저것 자료를 수집하고 있지만 여의치가 않습니다. 철저히 숨기고 있어요."
"희중 씨,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강현 씨, 우리의 싸움은 분명 매우 어려운 싸움이 될 거라고 말했죠? 우린 이미 삶을 포기한 사람들이에요. 시간은 우리 편입니다."
"그건 그렇지만, 정부에서 이렇게 대놓고 숨기고 있으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저도 마찬가집니다. 저도 강현 씨도 계속 노력해 봅시다.
강현은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파도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얼마나 음흉하고 위험한 파도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