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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극복한 인류는
무엇을 잃었는가

수확자 시리즈를 읽고.. 도전과 열정에 대하여

by 엔조 Feb 03. 2025

수확자 시리즈를 읽고


긴 연휴를 맞아 약 3주 동안 수확자, 썬더헤드, 종소리로 이루어진 수확자 시리즈를 드디어 마무리하였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두 가지 설정이 있다.


첫째로 AI의 발전으로 인하여 인류가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업무와 서비스가 하나의 거대 AI인 썬더헤드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인류는 죽음을 극복하고 노화를 정복한 존재가 되었다.


소설 속 인류는 신체에 삽입된 나노칩 덕분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몸이 손상되어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심지어 치명적인 사고로 육체가 사라져도 ‘구급 재생센터’에서 몸을 복구하고 썬더헤드가 저장하고 있는 그들의 기억을 불러와 죽기 직전의 상태로 복원할 수 있다. 또한 원하는 나이대로 신체를 되돌릴 수도 있어, 생물학적 나이를 더 이상 먹지 않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 결과,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인류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자원은 정해져 있지만, 그 수는 이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수를 줄여야만 하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수확자의 탄생 - 인류의 균형을 유지하는 자들


그러나 인류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일을 썬더헤드에 맡기게 된다면, AI가 생사를 결정하는 윤리적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도덕적으로 위험할 뿐만 아니라, 썬더헤드에 대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고자 인류는 스스로 이 일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단체가 수확령이라는 단체이며 이들은 썬더헤드로부터 독립적인 단체이다. 그리고 썬더헤드는 수확령에서 일어나는 수확자들의 일을 절대로 개입할 수 없도록 설정되었다.


사람들에게 유일하게 죽음을 선사할 수 있는 그들을 수확자라 부르며, 사망시대에 존재하던 죽음처럼 갑작스럽게 사람들에게 영원한 죽음을 선사하고, 공정하고, 편견 없이, 그리고 도덕적으로 사람들에게 죽음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그들은 스스로 법령을 세워 최대한 편견 없이 윤리적인 규정을 만들어 죽음을 선사하고자 했지만, 모든 법에는 허술한 부분이 있다 보니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수확자가 된 순간 그들은 사실상 불사의 존재가 된다. 그들의 법안에서 수확자는 수확자를 죽일 수 없게 하였기 때문에 그들이 죽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는 수확하는 방법뿐이다. 죽음을 선사한다는 힘을 가지게 된 수확자들. 이러한 막대한 권력을 가진 수확자들이 타락하지 않도록 이를 막고자 하는 보수파의 노력. 그리고 살인같이 수확에 대해 조금 더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신질서 간의 갈등. 이것이 수확자 시리즈의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이다.


끝없는 삶 속에서 인류가 잃어버린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점은 죽음을 극복한 인류는 무한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지만, 마감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그들은 숭고하고 어려운 일을 하기보다는 짧은 도파민을 위한 삶을 살게 되었고, 상상력을 잃어버렸으며, 도전의식을 잃어버렸다. 죽음조차 극복했기 때문에 종교는 그 과정에서 사라져 버렸고. 지나가는 시간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닦달하는 존재가 없어져 버리니 그들은 열정을 잃어버렸고, 죽음이라는 두려움을 잊었다. 절망도 없고 가치를 창조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소설 속에서 가장 약해진 산업은 예술과 관련된 산업들이었다. 죽음이 있던 시간에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정해진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 짧은 삶 속에 불꽃을 불태우고자 열정을 다했지만, 죽음을 극복하고 나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예술은 밍밍하고 겉핥기식의 예술만이 남았다.


누구나 자기 자신이 상상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무한한 시간 속에서 그들은 오히려 상상력이 약해져 버렸다. 시간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더욱 도전적이었고, 창의적이었다. 삶이 가치 있던 이유는 죽음이 있었고 끝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남은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창의적이고 도전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소설 속 유토피아에서는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었기에, 오히려 그 누구도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도전과 열정이 있는 삶의 의미


이렇게 발전한 미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지금 가지고 있는 열정, 숭고한 의지, 상상력,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의식, 가치를 창조하는 일이 대조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정신,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쓰는 과정, 목표를 위해 끝없이 나아가는 힘. 이 모든 것이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든다.


나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의 뜨거운 열정을 기억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불꽃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과연 나는 도전하고 있는가? 나는 아직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강한 불꽃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듯, 열정도 가만히 두면 점점 사그라든다. 하지만 소설 속 인류와 다르게, 우리는 아직 죽음이라는 커트라인이 존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이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다.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과정 속에서만 우리는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소설 속 불멸의 인류는 지루한 유토피아 속에서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다르다. 우리는 불완전하기에 성장할 수 있고, 성장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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