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번째 장 – 별사이에 남긴 문장>
출발선 위,
중력이 마지막으로 나를 붙잡았다.
심장은 속도를 올렸고,
중력은 손을 놓았다.
수치와 코드가 예측한 경계선을
몸이 가볍게 넘어섰다.
나는 중력 아래에서 태어났지만,
중력 밖에서 나를 증명했다.
〈지구를 뒤돌아보는 눈〉
창문 너머로
푸른 행성이 작아졌다.
그곳에는
모든 서류와 기록,
분류표와 수치들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나를 가둔 경계는
이미 의미를 잃었다.
지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심장이 여전히 뛰고 있었으니까.
〈별 사이에 남긴 한 문장〉
나는 별 사이에
짧은 문장을 남겼다.
“씨앗은 설계로 태어나고,
심장은 의지로 자란다.”
그 문장은
유전자의 코드도,
서류의 활자도 아니었다.
살아 있는 나의 호흡이었다.
모든 길의 끝에서
나는 다시 처음을 떠올렸다.
냉동고 속의 씨앗과
곁에서 뛰던 심장—
그 사이를 건넌 것이
나의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