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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ra윤희 Aug 21. 2024

항상, 선택은 당신의 몫

좋은 대사들은 나를 힘이 나게 만든다.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3장 "독자에게 선택받는 글쓰기" 중에서
 올리브는 남편이 6개월 전에 죽었다고 말하고 잭은 아내가 12월에 죽었다고 고백한다. “그럼 지옥에 살겠군요”라고 말하는 올리브. 벤치 아래 누워 있던 잭은 일어날 수 있겠냐고 묻는 올리브에게 “매일 아침 꼭 일어나야 하는 이유를 하나만 대봐요”라고 묻자 올리브는 “없는데요, 나도 개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럼 자살할 수 있으니까”라고 대답한다. 그녀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비로소 마음을 여는 잭은 흐흐흐 웃더니 “이름이 올리브라고 했던가요?”라고 묻는다. ( P246  )


 고등학교 때 엄마, 여동생과 함께 영화관에서 톰 크루즈와 르네 젤위거가 나오는 영화 <제리 맥과이어>를 봤다. 영화 초반에, 능력 있고 잘생긴 스포츠 에이전시 매니저 톰 크루즈는 회사에 반하는 감성적인 제안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퇴출당하게 된다. 


 박스에 담긴 자신의 물건을 들고, 또다시 몹시 감성적이게, 금붕어 한 마리를 챙겨 든 그는 “저와 이 금붕어와 함께 회사를 나가실 분?”하며 제안한다. 이때 미혼모인 르네 젤위거는, 그 감성에 흔들려, 결국 함께 회사를 나가겠다고 결심하고 둘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서먹한 그 고요함을 뚫고 수화로 대화하는 커플이 엘리베이터에 동승하게 되고 그들은 수화로 사랑을 표현한다. 톰 크루즈는 “저 사람이 뭐라고 하는 거예요?”하고 묻고, 르네 젤위거는 “You complete me. 라고 했어요”라고 답한다. 함께 회사를 설립하고 결혼도 하게 되는 둘은, 여러 번의 난관이 있었지만 결국 서로를 채워주는 사람으로 남아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나를 완성시켜 주는 사람, 나를 채워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오는 길에, 난 처음으로 ‘결혼하고 싶다’는 생소한 감정의 파도를 느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기억하고 싶어서 일기에도 적어두고 오래오래 들춰보겠노라 마음먹었었다.     




 나를 채워준다, 나를 완성시켜 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놓치고 있던 나의 장점을 일깨워주고, 부족한 부분을 비난하지 않고 보완해 줘서 좀 더 완전한 모습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일까? 나는 내가 채워가는 것이지 누가 채워주길 바라는 것 자체가 헛된 바람이고 과욕이 되어 자신을 더 힘들게 만들지는 않을까?   

  

 하지만 분명, 결혼 전의 삶보다 결혼 후의 삶이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사람도 많다. ‘나를 살게 해 준 다정함’에 대해 쓰라고 했을 때 ‘남편의 다정함’을 떠올리고 A4 한 장 이상을 일필휘지로 써내려 갈 사람도 많을 것이다. ‘당신에게’라는 주제로 편지를 쓰라고 했을 때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남편에게’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을 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최근 우연히 전도연, 류준열 주연의 드라마 <인간 실격>을 보다가 차갑게 마음을 두드리는 대사를 만났다.  

 

“나를 잃는 일이죠. 결혼이라는 게.”     


 결혼은 나를 잃는 일이기도 하다. 결혼 후 정신없이 달려온 시간을 뒤돌아보고 지금 나의 모습을 보면 전보다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떤 삶을 원했던 건지, 심지어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영화가 보고 싶은 건지, 어떤 말이 듣고 싶은 건지, 내 마음을 모르겠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흠칫 놀라 내 눈을 피하듯, 더는 자세히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지 않다. 결혼 후 나를 계속 잃어왔고, 다음 세대를 위해 나를 소진해 왔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분명 많다. 하나하나 말로 표현할 수는 없는 실망과 슬픔을 마음에 담아두고 들키지 않게 살아가는 시간도 찾아온다. ‘오히려 내가 가해자일 수도 있겠다’라는 유일한 위로를 품은 채.   


       

나를 완성해 가는 것

혹은 나를 잃어가는 것

선택할 수 있다면, 선택은 본인의 몫.    

 

좋은 대사들은 나를 당황하게 혹은 방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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