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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Oct 16. 2024

아빠의 한숨

나는 아빠에게 묻고 싶다, 아빠 이렇게라도 살아가야 하는 걸까?



미세먼지도 없는데 날씨가

왜 이리 뿌옇고 답답하냐


김이 올라 오는 커피 잔을

앞에 놓고 나의 얼굴을 쳐다

보지 않은 채 아빠가 한 마디

하신다


나에게 하는 말인데

먼 산 바라 보듯 허공에 대고

던지신 한 마디가 내

마음을 쑤셔 판다


쭈글쭈글 잘게 늘어나는

저 주름들, 백 칠십 칠 정도 되는

키, 더는 살이 찌지 않는

마른 몸, 조금씩 힘없이

떨려 가는 손짓,

팔십이 다 되어 가는

아빠의 소리 없는 한숨이

나를 향하고 있음을,

팔십이 다 돼 가는 나이에

혼자 된, 아니 어린 손자와

둘이 살아 가겠다고 애쓰는

나이 마흔 넘은 딸 내미


물가에 내 놓은 어린 아이처럼 걱정하면서도

자신의 한숨 소리를 들을까 조심스러

소리없이 속으로 내쉬는 그 한숨


아빠는 그렇게 김이 오르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앞에 두고

소리 없이, 속으로 내뱉어지는

깊은 숨소리를 참으며

소리없이 한숨을 쉰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이렇게 살아가기엔 나이 팔십이 다 되어

가는 아빠의 한 인생이, 모자란 나 때문에

허무하게만 끝나가는 거 같다


나는 아빠에게 묻고 싶다, 아빠 이렇게라도

살아가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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