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한숨
나는 아빠에게 묻고 싶다, 아빠 이렇게라도
살아가야 하는 걸까?
미세먼지도 없는데 날씨가
왜 이리 뿌옇고 답답하냐
김이 올라 오는 커피 잔을
앞에 놓고 나의 얼굴을 쳐다
보지 않은 채 아빠가 한 마디
하신다
나에게 하는 말인데
먼 산 바라 보듯 허공에 대고
던지신 한 마디가 내
마음을 쑤셔 판다
쭈글쭈글 잘게 늘어나는
저 주름들, 백 칠십 칠 정도 되는
키, 더는 살이 찌지 않는
마른 몸, 조금씩 힘없이
떨려 가는 손짓,
팔십이 다 되어 가는
아빠의 소리 없는 한숨이
나를 향하고 있음을,
팔십이 다 돼 가는 나이에
혼자 된, 아니 어린 손자와
둘이 살아 가겠다고 애쓰는
나이 마흔 넘은 딸 내미
물가에 내 놓은 어린 아이처럼 걱정하면서도
자신의 한숨 소리를 들을까 조심스러
소리없이 속으로 내쉬는 그 한숨
아빠는 그렇게 김이 오르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앞에 두고
소리 없이, 속으로 내뱉어지는
깊은 숨소리를 참으며
소리없이 한숨을 쉰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이렇게 살아가기엔 나이 팔십이 다 되어
가는 아빠의 한 인생이, 모자란 나 때문에
허무하게만 끝나가는 거 같다
나는 아빠에게 묻고 싶다, 아빠 이렇게라도
살아가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