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라는 계절

by 혜성

우리의 입술을 새싹처럼 부드럽게 만들어버린
그때의 봄은 우리를 담기엔 너무나 작아서
힘껏 도망치다가
여름에 도착했을 때
파도가 우리를 덮쳐 우리는 파도소리를 내게 되었다.
파도 소리를 외치며 계속 달리다가
가을에 도착했을 때
낙엽이 우리를 덮쳐 우리는 낙엽의 향기를 풍기게 되었다.
사방에 낙엽향을 풍기며 헤매다
겨울에 도착했을 때
눈보라가 우리를 덮쳐 우리는 눈의 색을 띠게 되었다.
눈의 색을 내뿜으며 걷다가
아무 계절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 도착했다.
아무런 맛도 소리도 향도 색도 없는 곳.
그때가 돼서 우린 입을 맞추었다.
그때가 돼서 우리의 소리를 들었다.
그때가 돼서 우리의 향기를 맡았다.
그때가 돼서 우리의 색을 보았다.
그리곤 나지막하게
서로를 향해 말하였다.


너는 나의 사계절이야.

keyword
이전 21화우선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