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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야, 왜

by 혜성

파도야 부서져주겠니.
아주 조각조각으로 말이야.
밀려오는 하얀 거품이 더 이상 보기 싫어서 그래.

파도야 물러나주겠니.
아주 멀리멀리로 말이야.
애써 만든 모래성이,
애써 써 내려간 누군가의 이름이 지워질까 봐서 그래.

파도야 멈추어 주겠니.
아주 잔잔히 잔잔히 말이야.
너로 인해 잃어버린 것들을 찾다가 혹여나 나도 떠내려갈까 봐 그래

파도야,
얼마나 더 내 마음을 깎아내고
얼마나 더 내 기억을 지워내고
얼마나 더 내 행복을 가져가야
만족할 거니.


파도야 부서져주겠니, 물러나주겠니, 사라져 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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