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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Aug 19. 2024

노동의 피로 풀기

팔 벌려 뛰기 120회

매일 생활운동 기록(2024. 2. 20)

팔 벌려 뛰기 120회
20회. 30초 쉼. 20회 = 3세트

3분 실내 제자리 걷기 5회 완료

땀이 난다. 헉헉거린다. 힘드니 호흡이고 뭐고 생각이 안 난다. 숨을 입으로 코로 집어넣기 바쁘다. 피곤한 하루 일과 후 생활 운동으로 마무리했다.


노동의 피로를 운동이 풀어줄 수 있을까? 우선 걷고 뛴다.  


퇴근 후 함께 책을 읽고 싶다던 아이는 펄쩍펄쩍 뛰는 엄마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음악을 세팅하고 책을 읽는다. 책제목 : 터키에서 보물찾기, 음악 :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 음악이 아주 느리다. 오르골 소리가 영롱하다. 운동할 때 리듬감이 중요한데 몸이 박자에 맞춰 같이 처진다.


허리가 아프다는 엄마에게 아이들이 고사리 주먹손으로 토닥토닥해 준다.


“노인 공격!”

허리가 아프다는 엄마에게 둘째가 그런다.


“노화가 아닐까?”

막내 아이는 스스로 글씨 연습을 한다. 받아쓰기 연습인가 보다. 오빠에게 그런다.


“오빠 늙은이는 어떻게 써? 좀 써줘.”


나 들으라고 그러는 건가?

종아리가 굵어진 것 같다는 엄마에게 첫째가 그런다.

“근육이 생기네.”

종아리가 굵어진 것 같아 안 그래도 침울한 엄마에게 셋째가 그런다.


“엄마 다리는 배 나온 다리 같아.”

종아리가 굵어진 것 같아 아이들에게 줄자를 달라고 요청했다. 큰 아이가 친절하게 줄자를 가져다준다. 가장 두꺼운 부분을 둘러 재 보았다. 한 달 후에 확인해 봐야겠다. 정말 근육이 생기면 어쩌지?



간식 칼로리 확인


아이는 간식을 부르는 악마가 아니다. 달콤함이 아이를 유혹하는 거다. 엄마는 달콤함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임을 문득 깨달았다. 밤에 자꾸 뭘 먹자는 아이. 매일 밤 야식을 달라고 조른다. 짜파게티 안돼!


그래서 엄마만 먹는 간식으로 정했다. 하루의 피로는 풀어야지. 칼로리도 과자에 비하면 아주 양호하다. 한 캔 141kcal.


노동의 피로는 캔맥 하나면 충분하다. 안주와 간식이 줄줄이 준비되는 게 문제다. 그동안 참았던 게 한순간 무너졌다. 공든 탑이 이렇게 무너질까. 마음속 허술한 틈 사이로 엄청난 간식이 쏟아져 들어왔다. 오징어 진미채, 아이 팔뚝만 한 핑크 소시지, 마른 라면. 칼로리를 포기한 간식 대 잔치. 노동의 피로를 먹는 것으로 풀었다. 순간의 선택이 뱃속을 가득 채웠다.


둘째는 옆에서 같이 먹는다. 입맛이 엄마를 똑 닮았다. 셋째는 카드 마술 공연을 펼쳐준다. 카드를 고르란다. 막내는 풍악을 울려 준다. 큰 놈은 옆에 앉아 본격적인 운동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설득한다. 운동과 담쌓은 허약이 둘째도 인터넷 폭풍 검색을 하고선 근육 키우는 법을 알려준다. “엄마 스쿼트 100개씩 하면 근육이 생긴대.” 나는 근육 생기는 게 싫은데 어쩌지. 너희들은 근육 운동을 하여라. 엄마는 늘씬한 다리를 원한다.


책보나의 틈새 생활운동론

꾸미기 나름인 인생살이.
행동은 소소하나 꿈은 원대하게!
작게 움직이고 적게 소비하고도
말은 거창하게 ‘틈새 생활 운동론’
나야 참 신나게 산다. 운동론이라니.
운동에서 얻은 삶의 지혜와 생각들을
이곳에 적기로 한다.


1. 관리는 한순간 무너진다.


2. 어제는 먹었지만 오늘 다시 뛴다! 어제만 날이 아니다. 실패했다면 다시 시작하면 될 일이다.


3. 간식 폭풍 먹기 주의. 간식도 금단증상이 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되었다.


4. 노동의 피로는 적당히 풀자. 일찍 자는 게 최고다.


5. 운동 시 리듬감을 위해 빠른 템포의 음악이 도움이 된다. 슬로우 금지.


생활 운동 계획

팔 벌려 뛰기 120회
3분 실내 제자리 걷기 5회
계단운동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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