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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부티 May 16. 2024

사랑 후에 내게 남겨진 것 : 마음 하나


-남겨진 마음 하나


 사랑이 끝났다. 반년 가까이 오롯이 한 사람을 품었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게 인력으로, 내 의지로 내려놓아지고 끊어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서 내려놓았다는, 내 힘으로 해낸 것 같은 이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결국 마지막까지 그 사람에 의해 내 마음이 끝난 것을 보며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이 오로지 너를 위해 존재하는 시간인 것 같다. 내 존재의 이유와 생의 근거가 오직 너를 사랑하기 위함인 것 같은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이 나는 기쁘면서도 아프고 애처롭다. 이 시린 겨울이 가기 전에 그러니까 따뜻한 봄이 오기 전에 이 외롭고 너무 아팠던 짝사랑이 끝나서 다행이란 생각이다. 이 마음을 품고 봄을 맞이했다면 나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찢어질 것 같이 고통스럽고 조각나고 헤진 마음을 애써 그러모아 평범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사람들 앞에서 웃으며 일상을 살게 된다면 나는 회복될 수 없을 만큼 부서진 채 사랑 앞에 용기와 힘과 애정을 잃어버리고 있을 것이다. 나만 홀로 혹독하게 시린 계절 속을 걷고 있을 거다. 주변은 온기로 가득한데 홀로 나 혼자만 아는 시린 추위를 감각하며, 견디며, 묵묵해서 더 아프게 뚜벅뚜벅 그 길을 하염없이 걷고 있을 테다. 아직은 무덥던 초가을에 시작해 겨울의 끝자락에 가서 끝난, 생의 그 어느 시기보다 가장 뜨겁고 얼얼하게 타오르다 연소된 나의 애달픈 사랑이 내게 내가 알지 못했던 많은 나와 알았으나 잊고 지내던 나를 일깨워주고 가 그래도 고마운 마음이다.


 사랑한 것 자체에 대해서는 도무지 후회가 되지 않는 것이 나를 계속 숨 쉬게 하고 앞으로 걸어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내가 품었던 사람은 나를 찌르고 아프게 했지만 내가 품었던 사랑만은 지순하고 순수하고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열렬했기에, 나는 나의 그 사랑만을 기억하고 품은 채 이 차갑고 시린 겨울의 끝에서 한 발짝 걸음을 떼어 세상 밖에서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온다. 그리고 걸어 들어간다. 그렇게 여느 때처럼 계속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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