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혁 Apr 09. 2024

당신에게 좋은일이 생길것입니다 - 걱정

걱정을 대하는 태도

제 딸과 아들을 데리고 한적한 시골길을 걷던 날이었어요

그 한적한 시골길 풍경과 두 아이들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자니 미소가 흐뭇 나왔어요

그러다 점점 누군가의 사유지 가 나올법한 그런 모퉁이 길이 나타났어요

아니다 다를까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개들이 다소 진지하게 아이들을 향해 짖기 시작하였고 저는 자연스레


'저 길의 끝은 다른 사람의 집이 나올 것 같은데.. 음.. 길은 여기에서 끝이겠다 돌아가야지'


라는 생각과 함께 아이들을 향해 외쳤어요


"그만 돌아가자 이젠 길이 없는 것 같아!"


그런데 여기에서 정말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 되돌아왔어요

바로 이제 5살이 된 제 딸아이가 제가 돌아가자라고 한 말에


"아빠 포기하지 마! 길이 있어"


정말 이 말을 들었을 때 순간 멈칫? 했어요 여러모로 저한텐 조금 충격이었거든요

속으로 '아니 요즘 어린이집에선 저런 말도 가르쳐주나?' 하면서 혼자 웃음이 나더라고요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잖아요 아이들의 안전이 제일 중요하고 (사실 너무 진지하게 짖는 개들 때문에 불안했어요) 결과가 너무 뻔한 상황이라 한번 더 얘기했죠


"아니야, 저 길 앞엔 다른 사람의 집이 나올 거야 강아지들도 자신의 집에 오지 말라고 저렇게 우릴 향해 월 월 짖고 있는 거야"


"아니야 길이 있다니깐?"


"아빠 말 들어 이제 돌아가야 해 우린"


"아빠 포기하지 마!!"


포기하지 마...라는 말을 두 번째 들었을 때 딱 들었던 생각은

' 지금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가면 우리 딸 한텐 다음에 이런 상황이 왔을 때 자연스레 오늘 같은 선택을 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 저 강아지들 목줄이 풀려도 내가 아이들을 지켜주면 되지. 그리고 길이 없다는 걸 보여주고 되돌아가도 늦지 않잖아?'

라는 다짐과 함께 딸아이한테 다시 얘기했어요


"그래. 가보자!"


제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자기 옆에 무서워하고 있는 남동생의 손을 꼭 잡아주며


"가자! 누나가 지켜줄게!"


하면서 씩씩하게 걸어가는데 이게 무슨..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상황이더라고요..?

26살이나 차이가 나는 저 꼬마 소녀한테 멋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될 줄이야.. 정말 생각도 못했어요

그리고 저희 셋은 뚜벅뚜벅 걸어 나아갔습니다

그랬더니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어요

다른 사람의 집이 나올 줄 알았던 제 예상과는 다르게 모퉁이 길을 지나니

드넓은 논 밭과 멀찍이 보이는 산 하루 종일 걸어도 이 길의 끝은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길이

우리 셋 앞에 나타난 거예요

그러면서 제 딸이 하는 말이


"거봐 내가 길이 있을 거라고 했지?"

"응.. 진짜였네?"


이렇게 산책을 하다가 해가 져서 다시 돌아갔어요

돌아가서 아내한테 이 상황을 얘기해 줬더니 저번에 할아버지랑 그 길로 산책을 갔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제 딸아이는 이미 모퉁이를 지나면 자기가 더 뛰어놀기 편한 길이 나올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땐 ' 역시..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상황 속에서 분명하게 배운 점이 있더라고요


우린 성장하면서 다른 사람이 알려주지 않는 '걱정'이라는 감정을 배워요

미래의 나에게 닥쳐올 사건과 상황들을 걱정하죠

저 코너길을 돌아가면 내가 원하던 그런 장소가 나올 수도 있는데

'아.. 길은 여기에서 끝이겠구나..' 하며 되돌아갈 때 도 있어요

제 딸아이한테 배운 점은

현재를 걱정하되 미래를 걱정하진 말자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하는 이 길이 좋은 길이지 나쁜 길이지는 아무도 몰라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건

내가 지나온 길들이 좋은 길이였는지 나쁜 길이였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누구나 다 두려워요 저도 마찬가지로 가보지 않은 길은 참 두려워요

그래서 '굳이'라는 단어와 함께 가보지 않고 포기하곤 해요

우리 그러지 말고 한 꼬마소녀의 말처럼

포기하지 말고 한번 가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 모두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잖아요.


당신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입니다.  





이전 01화 당신에게 좋은일이 생길것입니다 - 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