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모음
눈에 다래끼가 났다. 병원에 가니 피곤해서 그런 거란다.
아이가 친구들과 한강공원에 밥을 먹으러 간다고 카톡이 왔다.
「밤의 한강공원은 위험함. 이상한 사람들 많음. 어서 집으로」라고 보냈더니
잠시 뒤
컵라면, 닭강정, 샌드위치 등의 사진과 함께 「엇ㅋㅋㅋㅋ 담엔 조심해봄」이라고 답 톡이 왔다.
아무리 시험 끝나고 친구들과 지역축제 놀러 갔다가 오겠다고 하고 나갔지만 23시는 너무 늦은 듯.
들숨과 날숨
사람에게 들숨과 날숨 중 무엇이 먼저일까?
우리는 흔히 들숨이 있어야 날숨이 있는 거라 착각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가 태어나서 제일 먼저 쉰 숨을 생각해 보라.
우렁차게 울며 태어나던 그날 우리는 들숨을 먼저 쉬었는지, 날숨을 먼저 뱉었는지
먼저 비워야 그 안을 채울 수가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두 손에 무언가를 든 채로 새로운 것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이다.
수능날이라 아이들이 재량휴업일이라 학교를 가지 않았다. 남편만 출근함.
평소에는 방이나 부엌에서 말로만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건네었는데 오늘은 깨울 아이들이 없어서 현관문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남편 배웅을 했다.
그랬더니 남편이 "모기 들어간다. 문 닫아라."
흔히들 말하는 경상도 남자이다.
같은 말이라도 "다리 아파. 어서 들어가." , "기다리면 추워. 문 닫고 들어가." 이렇게 말해 줄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아이한테 "아침에 엄마가 아빠 배웅한다고 현관문에서 기다리니까 아빠가 뭐라고 했는 줄 알아?" 하니까
아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왠 일?" 이란다.
아이들이 보기에 내가 평소 남편에게 그리 대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