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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짧은 이야기 모음

by 지니운랑 Nov 22. 2024

나는 느리다.

엄마가 나중에 커서 자기 아이 키우다 보면 빨라질 것이라고 그러셨는데 사람의 타고난 기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 모양이다.

40대가 되고 아이 둘을 키우면서도 내 성격과 행동은 개선되지 않았다. 느린 것이 나쁜 건 아니지만 주변에서 조금 답답해하신다.

하지만 나는 내 속도대로 살아도 잘 살아나가고 있다. 사람에겐 각자의 자기만의 속도가 있는 것이다.




눈에 다래끼가 났다. 병원에 가니 피곤해서 그런 거란다.

2~3일 아이 일 때문에 함께 다닌다고 신경을 쓰긴 했다. 하지만 일이 끝난 후 푹 쉬었는데도 몸은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함께 다닌 아이도 피곤해 하긴 했지만 금방 회복되었는데 나는 그 후유증이 오래간다. 지금 40대인 나도 이런데 6,70대가 되면 더 심해지겠지? 새삼 텃밭을 일구시고 계신 부모님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요즘 자꾸 깜빡깜빡한다.

아이가 해준 재미난 이야기를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남편에게 알려줘야지 했다가도 밤에 남편을 보면 내용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긴 했는데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더라?

옛날과 다르게 약속도 깜빡하는 일이 생겨 캘린더를 쓰는 버릇이 생겼다. 아... 이게 나이 듦이지?




아이가 친구들과 한강공원에 밥을 먹으러 간다고 카톡이 왔다.

「밤의 한강공원은 위험함. 이상한 사람들 많음. 어서 집으로」라고 보냈더니

잠시 뒤

컵라면, 닭강정, 샌드위치 등의 사진과 함께 「엇ㅋㅋㅋㅋ 담엔 조심해봄」이라고 답 톡이 왔다.

아무리 시험 끝나고 친구들과 지역축제 놀러 갔다가 오겠다고 하고 나갔지만 23시는 너무 늦은 듯.




들숨과 날숨


사람에게 들숨과 날숨 중 무엇이 먼저일까?

우리는 흔히 들숨이 있어야 날숨이 있는 거라 착각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가 태어나서 제일 먼저 쉰 숨을 생각해 보라.

우렁차게 울며 태어나던 그날 우리는 들숨을 먼저 쉬었는지, 날숨을 먼저 뱉었는지 

먼저 비워야 그 안을 채울 수가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두 손에 무언가를 든 채로 새로운 것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이다.




수능날이라 아이들이 재량휴업일이라 학교를 가지 않았다. 남편만 출근함.

평소에는 방이나 부엌에서 말로만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건네었는데 오늘은 깨울 아이들이 없어서 현관문 사이로 머리를 내밀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남편 배웅을 했다.

그랬더니 남편이 "모기 들어간다. 문 닫아라."

흔히들 말하는 경상도 남자이다.

같은 말이라도 "다리 아파. 어서 들어가." , "기다리면 추워. 문 닫고 들어가." 이렇게 말해 줄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아이한테 "아침에 엄마가 아빠 배웅한다고 현관문에서 기다리니까 아빠가 뭐라고 했는 줄 알아?" 하니까

아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왠 일?" 이란다.

아이들이 보기에 내가 평소 남편에게 그리 대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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