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게 지내자 우리
버터는 7살이다. Chat GPT에게 물어보니 버터의 종은 믹스견인데, 잭 러셀 테리어에 가깝다고 한다.
5살에 독일의 임시 보호자인 우리 집으로 오던 첫날 생각보다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말이 없었다. 만져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산책을 나가면 자꾸만 힐끗힐끗 나를 쳐다봤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버터의 꼬리는 항상 내려가 있었는데, 그것은 겁이 많은 것이라고 했다. 버터의 꼬리가 내려가 있다는 사실로부터 그의 심리 상태를 추정해 보면, 10시간이 넘는 비행기의 짐칸에서 극도의 불안함에 시달리다가 모르는 유괴범의 집에 도착했을 때의 느낌이었으리라.
가족들은 그것도 모르고 첫 강아지를 엄청 이뻐라 했다. 만져도 반응 없고 말없이 조용한 버터가 그냥 내성적인 강아지라고 생각했다.
버터는 태어나면서부터 공중에 50cm 정도 올라간 철창에서 지냈다고 들었다. 교배를 시켜서 팔기 위한 용도로 구출되기 전까지 이 철창에서 갇힌 상태로 지냈기 때문에, 사람과의 교류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임시보호를 해주셨던 분이 여러 가지 가르칠 것도 많고, 야생의 강아지를 길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 임시보호를 해주시는 분들은 정말 강아지를 사랑하시는 분들인 것 같다. 이런 강아지를 지극 정성으로 사랑하고 아끼고 해 주셨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간식도 먹지 않았다. 경계하는 눈빛으로 거의 6개월을 지냈다. 쓰담쓰담해도 인형처럼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잠깐 나들이를 가기 위해 차에 태웠을 때는 극도의 불안감에 침을 흘리기가 일쑤였다.
다행히도 버터는 공격성이 전혀 없어서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는 강아지였기 때문에, 밀리와 한 6개월 같이 지낸 후에 밀리와 장난치고 놀다가 짓는 모습에 모든 가족들이 놀라기도 했었다.
"버터가 말을 할 줄 알아!"
임시보호 기간 6개월이 끝나고 입양할 사람은 당연히 나타나지 않았다. 아내는 어디로 보내냐며, 입양하자고 했고, 결국 우리는 두 마리의 강아지를 입양하게 되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난 지금도 버터는 나를 보면 도망간다. 유일하게 주인으로 생각하고 반기는 사람은 아내가 유일하다. 요즘은 아내가 외출 갔다가 들어오면 꼬리를 흔들고, 반가움의 낑낑 소리를 내기도 한다. 질투가 난다. 난 개무시하거나 도망가는데 말이다.
번개가 치면 사시 떨듯이 부르르 떤다. 산책도 아내랑만 멀리 나갈 수 있고, 나랑은 집 반경 5미터까지만 가능하다. (쉬하고 똥 싸고 끝이다.)
아직도 나와는 서먹서먹한 버터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에 감사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사랑받고 자랐다면 정말 활발했을 강아지인데, 극 I의 성격을 가지고 평생을 경계하며 무서워하며 살아야 하는 버터에게 우리 가족은 가장 좋은 가족인 것 같다.
요즘에는 꼬리를 흔드는 일이 많아졌다. 오늘 내가 퇴근하고 왔는데, 아내처럼은 아니지만, 나름 나에게 와서 꼬리를 흔들어 줬다. 강아지 꼬리 흔드는 게 뭐라고... 2년 만에 인정받은 느낌이랄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는 극 I 버터야... 앞으로도 우리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보자. 극 E라서 얌체짓을 하는 밀리랑도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