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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Oct 12. 2024

겁쟁이 우주 먼지

이번 한 주는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일이 한꺼번에 몰려왔고, 담당 직원은 휴가를 갔으며, 새 직원 교육까지 맡아서 하는 바람에 정신도 몸도 바빴다. 가장 큰 스트레스는, 어떤 고객 중 한 명이 우리 회사 게시판에 회사에 대한 비방의 글을 적었다는 것이다. 감정이 더 힘들었던 건, 억울하게 악평을 받았다는 것이다. 비난을 듣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고, 그 고객 때문에 악몽까지 꾸었다. 이 상황을 잘 넘기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을 하느라 힘들었다. 난 이 상황이 두려우면서도 팀원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하며 쿨하게 씩씩하게 행동했어야 했고, 여행 중인 사장님께는 내가 잘 해결할 것이라고 안심시켜야 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다. 외로웠다. 나도 무서운데. 


깨달았다. 돌아보니, 내 인간관계에는 항상 두려움이 깔려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난 항상 이런 인간관계에서 오는 두려움을 회피하기 바쁘다. 이젠 이 고객과의 사건이 마무리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 두려움의 근원을 알지 못한다면 나는 이 감정은 또다시 기회를 틈 타 나를 또 옥죄어 올 것이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나에게 두려움의 근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성찰하게 만드는 기회가 되었다. 감사하게도, 이렇게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이 두려움이 내 어리석음에서 오는 것일까, 고민해 본다. 나는 내가 찰나의 존재라는 사실을 잊고, 이런 작은 송사에도 겁을 먹고 마치 이 일이 나를 영원히 붙잡아 삼킬 것처럼 괴로워한다. 이 일도 이 감정도 지나갈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은 모든 게 끝날 것 같은 공포와 절망감이 온다. 내가 우주의 먼지, 잠깐 보이다가 사라지는 안개라면, 그 먼지와 안개인 것 치고는 참 너무 걱정을 많이 하고 사는 것 같다. 좀 과감하게 씩씩하게 주눅 들지 않고 살아도 짧은 시간일 텐데 말이다. 


인생에서 괴로움과 슬픔은 어쩌면 떼려야 뗄 수 없는 조각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사람일이고, 희로애락이 함께 공존하는 것인 인생이니까.  참 기본적이고 필연적인 시나리오인데, "노"와 "애"를 받아들이는 것은 항상 버겁다. 내 인생과 맞지 않는 것이라고 의식하고 있나 보다. 내 인생에는 드물게 있어야 하는 그런 것.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두려움, 분노, 괴로움을 잘 받아들이고, 그것을 나를 연단하는 유익으로 삼을 수 있을까? 이런 감정들은 필연적으로 내 삶에 존재하는 것인데, 나는 그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아예 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고민 속에서, 나는 결심했다. 이 모든 감정들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배움을 얻어야겠다고. 두려움이 나를 움켜잡을 때마다, 그 감정이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귀 기울여 보려 한다. 괴로움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과정임을 깨닫고, 그것이 나에게 오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지 말아야지. 뭐 지구가 터지는 일도 아니고. 도전으로 받아들일 것이며, 그 속에서 배움을 찾고, 나 자신의 영과 육을 더 강건하게 연단해 나가리라. 


씩씩한 먼지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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