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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수 Oct 07. 2024

P24. 그래도 우린 견뎌야 해요

  -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P24. 그래도 우린 견뎌야 해요 –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 시인선 359)


   계절이 바뀔 때

   그것도 하루아침에

   언제 그랬냐는 듯

   더위가 물러가고

   서늘하다 못해

   추운 기운이

   옷깃을 여미게

   만들면

   우리는 흔히

   사람이 참

   간사하다는 말을

   무심코

   내뱉곤 합니다.

   하지만 그건

   간사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몸의 반응일

   뿐입니다.

   오히려 그건

   어느덧 달라진

   계절에

   우리 몸이

   적응하기 위해

   준비하기 시작한다는

   신호일 겁니다.

   이 적응을

   시인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래도 우린 견뎌야 해요’라고요.

   맞습니다.

   우리 몸은

   바뀐 계절을

   견디기 위해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이 정도 간사함,

   이 정도 적응,

   이 정도 견딤도

   시인은 부족하다고

   여기나 봅니다.

   이렇게 덧붙이니까요.

   ‘더욱 혹한이 와야 해요’라고요.
    그러니까

   간사하다는 말로

   우리 몸의 애씀을

   그 갸륵한 노력을

   우리 스스로

   철없이 그렇듯

   무시하거나

   폄하하거나

   조롱해서야 쓰겠습니까.

   우리 몸이

   얼마나

   우리를 위해서

   애쓰며 견디는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잖아요?

   그래도 시인은

   그렇게 철없는 우리를

   위해서

   위로하듯

   동화 같은 한마디를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우리는 겨울의 여왕을 기다리고 있어요’라고요.

   또,

   ‘겨울의 여왕은 멀리 북극열차를 타고 오지요’라고요.

   왜

   사랑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가

   하필이면

   눈 내리는 추운

   계절에 있는지

   어지간히

   짐작할 수 있지

   않나요?

   하지만

   아직은 겨울이

   아닙니다.

   그래서 시인은

   다짐합니다.

   ‘나는 달려야 한다 더 가벼워져야 한다’라고요.

   그러면서 돌아봅니다.

   지금 우리가

   정확히 어느

   계절 속에

   있는지를요.

   다음과 같은 시인의

   말이

   우리를 숙연하게

   만듭니다.

   ‘지금은 청보리 한 톨에 바람의 말씀을 더 새겨 넣어야 할 때’라는 말이요.

   그렇습니다.

   아직은

   이 계절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아직은 더

   할 일이 남아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렇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

   한 연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새 계절을 맞을 수 있고,

   이 계절을 떠나보낼 수 있는

   거겠지요.

   시인은

   어쨌거나 우리와

   함께했던 이 계절을

   보내는 데

   예의를 갖추고자

   합니다.

   그 방법을 시인은

   이렇게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나는 온몸으로 꽃들을 타종한다’라고요.

   그리하여

   꽃과 함께 이 계절이

   총총히

   떠나고 나면

   우리는 비로소 ‘겨울의 여왕’을

   맞을 준비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니, 마침내

   ‘북극열차’를 마중하러

   계절의

   플랫폼으로

   나갈 자격이

   생길 겁니다.

   우리는

   우리의 몸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계절에

   대해서도

   아마 예의를

   갖추어야겠지요.

   이 자각이

   참 고맙네요.

   덕분에 이 계절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고,

   다가오는 계절을

   잘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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