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베르 브레송,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16. [영화 톺아보기] 그 이름 없는 사제는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가? - 로베르 브레송,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1951)
#15. 다시 고뇌의 밤
여전히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 요란한 한밤중, 사제는 머리맡 벽 위로 십자가가 걸린 침대에 걸터앉아 독백합니다.
‘나는 신앙을 잃은 게 아니다. 잔혹하고 격렬한 시험은 나의 정신과 신경을 함부로 뒤흔들어 놓았지만, 그래도 나의 믿음은 변하지 않는다.’
독백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신앙의 위기에 몰린 사람의, 스스로를 다잡기 위한 절박한 자기 암시 같기만 합니다.
그러나 확신에 찬 사람한테 이런 따위 위태로운 자기 암시는 불필요한 법 아닐까요.
사제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독백.
‘누가 나를 부르고 있는 것만 같다.’
사제는 창을 열고 몸을 쑥 빼내 밖을 내다봅니다. 마치 어디서 누가 자기를 부르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처럼요.
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습니다. 환청이었나 봅니다. 간절한 소망이 불러일으킨 환청?
하긴 누가 있을 턱이 없지요. 아무한테도 환영받지 못하는 그를 이 사나운 밤에 누가 찾겠습니까.
결국 사제는 체념하듯 또 이렇게 독백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사제는 천천히 몸을 안으로 들이고 속절없이 창을 도로 닫습니다. *(다음 글로 잇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