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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m Aug 01. 2024

아름답지 않은 꽃

얼룩덜룩한

   두 달 반 만에 구급차에 다시 올라탔다. 흔들리는 침대에 몸을 싣고 창문 밖을 바라봤다.

   한 여름의 독일의 날씨는 좋았다.


.


   결국 다시 대학 병원으로 옮겨졌다. 빠르게 입원 절차를 밟았다. 간호사가 새로운 병실을 알려주며 이곳 생활의 간단한 규칙을 설명했다. 아침 점심 저녁은 이전병원과 동일하였고 나의 행동반경은 내가 머물고 있는 병실이라고.

   설명이 끝나고 간호사가 지금까지 내 팔을 관통하고 있던 링거의 바늘이 뽑혔다. 그 자리는 푸르뎅뎅한 멍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팔을 살폈다. 장 시간 링거 착용으로 인한 커다란 멍은 물론이요, 매일매일 찔렀던 선명한 바늘 자국들은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구역질이 올라왔다.

   시간이 늦은 관계로 보호자로 온 엄마가 이곳에서 자고 간다 하였다.


   “괜찮아?”


   불이 꺼진 어두운 병실 안. 엄마의 조용한 물음이 퍼졌다. 그리고 내 대답은 항상 똑같았다. 내가 무어라 하든 변하는 것은 없었기에.


   아침이 밝았다. 엄마는 이미 회사에 간 것인지 비어있는 간의 침대.

   잠시 뒤 간호사가 들어왔다. 지난 병원과 같이 그녀의 손에는 주사기가 들려있었다. 항상 그랬듯 피와의 힘든 사투를 버린 뒤, 휠체어를 타고 검사실로 향했다. 검사실 안에는 처음 봤던 의사가 앉아있었다.

 

.


   족히 2시간이나 걸린 검사를 끝내고 다시 병실로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아빠가 내 짐과 함께 병문안을 온 것이었다.


   “의사가 뭐래?”

   “똑같데. “


   아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지난번 입원했던 병원보다 거리가 가까워진 관계로 매일 동생을 학교에 데려다준 뒤, 이곳에 병문안을 온다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나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아빠에게는 어떨까. 집에서부터 버스로 족히 30분, 왕복으로 따진다면 1시간 이상이 걸리는 거리. 그 거리를 매일같이 오간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힘들면 굳이 안 와도 돼.”


   언제부터 우리 사이가 그리 친했다고.

   뒷말은 삼킨 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출근을 하듯 매일 병문안을 왔다. 피곤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왤까. 그런 아빠의 모습에 의문이 들었다. 내가 음식을 거부한 이후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얼굴 몇 번 보지 못했던 한국에서조차 가끔 얼굴만 맞대면 싸우던 우리다. 꼴에 나도 그의 가족 중 하나라는 걸까.

   속이 울렁였다.


.


   병원 측의 도움으로 통역가를 불러 일주일에 2번씩 상담을 진행한 지도 벌써 한 달째. 상담의 도움인 걸까, 그것도 아니면 바뀐 내 의식으로 인한 것일까. 밤에 깨는 수가 줄어들었다. 즉, 심박수가 올랐다는 것.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정상수체에 한참이나 부족한 심박수였다.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몸뚱이일까. 운동은커녕 침대 밖을 나가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도대체 섭취한 칼로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마치 물 빠진 독에 물만 붓는 꼴이 아닌가.

   답답함과 스트레스는 계속해서 싸여만 갔다. 그 덕에 내 손가락은 성한 날이 없었다. 스트레스로 인해 손을 뜯기 시작한 것이었다. 매일마다 간호사가 연고를 발라주었지만, 글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렇게 2주가 더 지났다.


   평소와 다름없이 주사와의 사투를 멀이며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굳이 이상한 점을 뽑자면 그날따라 내 혈액을 뽑는 간호사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랐다는 점. 기묘한 기사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뒤, 나는 그 기사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병실 밖이 소란스러웠다. 짧은 소란 이후 의사가 간호사 두 명과 함께 들어왔다. 나의 시선은 차례로 의사, 간호사, 그리고 그들의 손으로 향했다. 그래, 이곳은 병원이었으며 그들은 환자의 죽음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들의 손에는 기다란 호스가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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