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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의 예술 노트

by 송유성 Feb 03. 2025

당신을 성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서

나는 음흉한 꽃을 팔기로 했지요

내가 꽃인 것을 알기를 바라며 세상에서 가장 향기롭다는 

꽃을 내 안에서 틔워서 팔기로 했지요  

   

어떤 사람은 포옹 받지 못해 자신만 안고 산다는 것을

당신을 보면서 알게 된 날 그렇게 열이 났지요

열은 온몸을 감싸고 나를 펄펄 끓게 해서 아주 곤죽을 만들어 버리고

푹 쒀진 나는 당신이 떠먹기 좋을 만큼 입자가 고아졌어요 

    

톡하고 건들이면 말미잘처럼 숨어버리는 마음에

꺄르르 변태인 나는 더 좋아요

사실은 나는 누가 버린 집요정이라서

누군가를 섬겨야 하는 운명인데

원래 살던 집이 재개발 때문에 밀려버렸고

집주인은 갑자기 신축 아파트로 가버렸고

벼락처럼 나는 노숙자가 되었거든요   

  

바람은 자꾸 그렇게 내 발밑에서만 놀아요  

   

벽 밖에서 자꾸 꽃사세요 하고 외치면

가끔 몰락한 영토의 주인인 당신이 툭하고

돌멩이를 던지죠

목표를 빗겨 난 돌멩이에 우리는 놀고 있다는 것을 알아요

꽃사세요 하고 외치면 조금 먼 곳에 툭 하고

그렇게 툭툭 하고

그러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어느새 저주처럼 묶여버리죠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고 싶은데

목숨부터 내놓으라고 하면 나는 어쩌죠

싱싱하게 살아서 당신이랑 손수건 돌리기라든지

고무줄놀이라던 지가 열렬히 하고 싶은데     


나까지 다 팔라는 마음을 나중에 알아서

믿지 않은 윤회를 믿고 한 번 죽어봤더니

나 몰라라래요

그런 적이 없대요   

  

치사하게 나는 봤는데

당신이 나의 면사포를 몰래 손으로 뜨려 하는 망설임을 

진짜로 흘깃 봤는데     


어느새 다른 곳의 몰락을 찾아 떠나는 당신의 뒷모습만

한두 번 죽은 채로 눈으로 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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