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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꽃 Jan 02. 2025

시골살이, 소중한 동물 친구들

내 일상에 사랑을 가져다주는 존재

충청도의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게 시골 풍경은 충분히 익숙하지만,
이곳 강원도 화천의 첩첩산중 속 시골 풍경은 일 년을 넘게 살았어도 적응되지 않는다.
작은 읍내도 한 시간을 산을 넘어 운전해야지만 갈 수 있고 바로 인근엔 허허벌판뿐이다.
여름에 베란다 문을 열어두면 바로 옆 흐르는 개울에서 들려오는 개구리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밤이면 길을 밝히는 가로등은 없지만 하늘 위 무수한 별빛이 반겨주는 이곳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시골' 그 자체이다. 이곳에 온 뒤에 내 고향은 엄청난 도시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연고가 없는 낯선 타지에서 남편은 늘 바빠서 혼자 있는 게 일상이었고 나는 매일을 울었다.
사실 지금도 외로움과의 투쟁은 여전하지만, 늘 외로움을 견디지 못했던 내게 지금은 매일을 빛내주는 소중한 친구들이 생겼다.
오늘은 나의 소중한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낮 동안 날씨가 풀리면 혼자서 종종 산책을 나가곤 한다.
산책 삼아 길을 나설 때면 곳곳의 강아지들을 볼 수 있다.
외로운 이곳에서 긴 시간 나의 친구가 되어 준 건, 바로 이 강아지들이었다.
특별한 일상이랄 게 없는 이곳에서 가끔의 산책 시간은 내게 허용된 유일한 행복의 시간이다.
매번 강아지들을 볼 생각으로 들떠서 밖으로 향한다.​

 


대체로 집 앞이나 마당에 집을 지키기 위해 묶여있는 강아지들은 시골 강아지로서의 본래의 제 역할은 잘 못해내긴 한다. 낯선 사람을 보면 짖어야 하는데, 짖기는커녕 멀리서부터 사람을 보면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달려든다.
내가 가까워지면 쓰다듬어 달라고 배를 벌러덩 뒤집고 누워서 헬리콥터처럼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내가 올 때는 짖지 않는데, 떠날 때는 아쉬워서 인지 내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짖는다.
때문에 강아지를 보러 가는 날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곁에 머물다 온다.



아직 아기였던 시골 강아지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너무 사랑스럽다.
강아지들의 생김새도 어쩜 다양하다.
얼굴은 진돗개인데, 몸은 짧뚱해서 믹스견만의 매력이 가득하다.
시골 강아지들의 영락없이 때 묻지 않고 순수한 얼굴은 언제 봐도 행복해지는 마법 같다.
역시나 이번에도 처음 보는 나를 경계하지도 않고 짧은 다리로 열심히 쫓아 곁에 머무르고, 나는 강아지 옆에 놓여있는 공들을 던져주며 놀다 왔다.
아직 무서운 사람은 만나지 않은 아기들이어서인지 열렬히 사람을 반긴다.
그 순수한 모습에 어쩐지 연민이 느껴져 자꾸만 쓰다듬다 왔다.

이 강아지들이 언제까지나 이렇게 해맑은 모습이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다시 길을 걷던 와중에는 외진 곳의 운동기구에 묶여있는 처음 보는 강아지를 봤다.
짖지는 않았지만 조금 무섭게 생겨서 빙 돌아 지나쳤는데,
한 시간 더 산책을 하고 온 이후에도 여전히 여기 묶여있기에 잠시 옆의 운동기구에 걸터 앉아 쓰다듬으며 대화를 하다 왔다.
처음 꼬리를 내리고 경계하는 듯하던 녀석에게 가지고 있던 간식을 주니 금세 잘 먹었다.
해가 질 시간까지도 주인이 오지 않아 걱정하다 발길을 돌렸는데, 다음날 다시 가보니 다행히 그 자리에 없었다.



우리 동네의 터미널에는 새를 키운다.
이곳의 터미널은 하루 한두 번의 철원행, 춘천행, 서울행 버스 외에는 갈 수 있는 곳이 없는 작은 터미널인데,
그래서인지 다른 터미널에선 볼 수 없는 강아지나 새를 키우는 게 언제부턴가 당연해졌다.
가끔 이곳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져 다른 도시에 가고 싶을 때면 혼자서 터미널에 잠시 앉아있다 오는데 앉아서 버스가 왔다 갔다 하는 걸 지켜보다가 새도 보고 온다.
추운 날엔 집안에 종종 들어가 있는데 빼꼼 얼굴을 내밀 때면 너무 행복하다.



내가 사는 곳엔 길고양이가 거의 없다.
쓰레기장을 기웃거리는 고양이도 없고, 길가에 로드킬 당한 고양이를 보기도 힘들다.
아마 길고양이도 인프라가 형성된 곳에 많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이곳에 와서 하게 되었다.
지난해 이사를 왔을 때부터 종종 보이던, 번화가의 식당에서 밥을 주는 것 같은 이곳 유일한 길고양이인데 겨울이 되니 누군가 옷을 입혀 주셨는지 웬 털옷을 입고 다닌다. 몇 없는 길고양이를 생각하는 이곳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유독 이곳의 겨울은 더 춥고 공허하지만
힘든 겨울도 어느덧 반이나 지났고, 요즘엔 낮 동안 간간이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머지않아 곧 봄이 올테니 나도, 이곳의 동물들도 남은 겨울을 잘 버텼으면 좋겠다.
내 일상에 사랑을 가져다준 녀석들 덕분에 외로운 시골에서 조금 더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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