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문한 도시에서 신기한 트럭을 봤다.
꽃을 싣고 다니는 꽃 트럭이었다.
트럭 짐칸 가득 메운 꽃들이 조명 아래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트럭의 예쁜 색에 이끌려 한동안 트럭 앞에 멈춰있었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처럼 이 빛에 이끌려 꽃을 사 갔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꽃을 사는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행복으로 상기되어 있었다.
꽃을 안아든 사람의 얼굴과 예쁜 꽃들과 함께
도시에서 본 낭만을 싣고 다니는 트럭은 한동안 따뜻한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도시와는 다르게 시골의 우리 동네에는 각종 트럭들이 꽤 많이 온다.
외진 곳에 위치해있는 이곳엔 과일가게도 없을뿐더러 마땅한 식당이나 분식집이 없기 때문인데,
순대 차며 새우튀김 차, 타코야끼 차나 주기적으로 제철 과일을 실은 과일 차도 오고 절인 생선을 실은 트럭도 온다.
하나같이 산골에선 맛볼 수 없는 음식들이라 가끔 오는 트럭들의 인기는 꽤 높은 편이다.
각종 트럭들이 오는 날이면 동네 커뮤니티에는 어디에 순대 차가 있다, 어디에 타코야끼 차가 왔다며 글이 올라온다.
마찬가지로 트럭이 오지 않는 날에도 각종 트럭을 기다리는 글이 종종 올라오곤 한다.
이곳에 오는 트럭 주인분들은 아마도 내가 이 곳에 살기 전부터 오랜 시간 이곳을 오간 듯 동네 사람들과 스스럼 없이 안부를 묻고 인사를 한다.
처음 시골에 살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도시에선 집 근처 매장들에서 배달을 시켜 먹었던 음식들을 먹지 못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최근 임신을 한 이후에는 입덧이 심해 뭘 먹지 못하는 와중에 가끔 특정 과일이 먹고 싶어도 인근에 과일을 파는 곳이 없어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남편도 내가 먹고 싶다는 건 최대한 구해주려고 했지만 열악한 이곳에선 모든 게 여의치 않아 포기하고 돌아올 때가 많았다.
속상해하는 남편을 다독이며 어차피 사왔어도 먹지 못했을거라며 안먹어도 괜찮다 말하곤 꾹 참고 일주일에 한번 도시의 마트를 가는 주말까지 기다리던지, 매번 택배로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당장 먹고 싶어서 주문했어도 입덧이 심해 뒤늦게 받아든 택배의 과일이나 음식이 먹기 싫어져 아예 먹지 못할 때도 많았다.
먹고 싶은 음식은 먹지 못하고 입덧 약으로 연명하던 어느 날 아침엔 새콤한 귤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때맞춰 한겨울에 집 앞에 온 트럭 덕분에 귤을 먹을 수 있었다.
겨울이라 한동안 오지 못하던 트럭을 오랜만에 보니 반가운 마음에 패딩을 걸치고 트럭 아저씨가 떠나기 전에 달려 내려갔다.
한 아름 받아든 귤을 봤을 때, 문득 도시에서의 꽃 트럭에서 꽃을 받아든 사람들의 얼굴이 내 모습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며칠 제대로 물도 못 넘기던 내가 귤을 먹고 처음으로 행복감을 느꼈으니까.
집까지 올라오기도 전에 서둘러 귤하나를 먹고는 모처럼 웃었다.
여전히 이곳에서의 삶은 불편한 것투성이이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가끔이나마 이곳을 찾는 트럭들 덕에 조금의 위안을 얻는다.
열악한 이 곳에서 한번씩 무언가가 간절한 날에 선물처럼 찾아와 주는 트럭들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