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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촬영장의 다양한 실수 (2/4)

by 녹음노동자 Apr 02. 2025

*최대한 사건은 살리고 작품과 인물을 특정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않기 위해 작품과 인물에 대한 설명을 최대한 삼갑니다. 글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드려 죄송합니다.*


<다양한 촬영현장 실수들 3-진행에 대한 문제>

<사례 1> 계획, 방향성이 없는 촬영

 정해진 촬영계획이 없이 카메라를 움직이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스텝과 배우 모두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행동이다. 이건은 찍는 사람도 컷이  편집과정에서 어느 부분에 쓰일지 정확히 계획을 하지 않는데서 생기는 실수이다. 찍는 사람도 속으로 "편집에서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는 듯 보인다. 나는 일기에 다음과 같은 일을 기록해 두었다.


"A,B카메라가 계획성 없이 이것저것 찍고 서로가 무엇을 찍은지도 모르고 같은 컷을 반복하자 조명팀에서 가장 먼저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쪽각 다 찍었다며!!" 큰소리가 나온다. 다들 민심이 흉흉하다. 앵글에 계획이 없으니 마이크도 자꾸 갈길을 잃는다. 나는 앵글을 보면서 "이게 도대체 뭐냐? 뭘 찍는 거냐?" 호소를 했다. 넓은 컷과 타이트한 컷 나는 마이크를 숨겨가며 필사적으로 촬영현장을 뛰어다녔다. 진행자들은 서두르라고 계속 소리를 쳤지만 소리만 친다고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는 계획이 없어서 스텝을 찍기도 하고 카메라 2대가 서로를 찍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조크는 이런 점을 경계하여 "우리는 쓰레기 수집가가 아니다" 경고를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생명력을 최대한 필요한 컷에 집중시키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을 빠르게 하라고 다그치기 전에 스스로 준비를 철저하게 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씬이 끝나고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 정도면 선방했다.. 장비를 정리하는데 아침에 받은 김밥이 덩그러니 남아있다. 나는 배가 고파서 김밥을 집어먹는데 조명팀 형이 다가왔다 "먹다가 체하면 라인맨 입봉 한다“ 고 농담했다. 우리는 기술스텝으로 서로의 고충을 잘 알고 하소연했다. 밤 촬영이 다시 시작이 되고 진행은 여전히 엉망이다. 똑같은 문제는 계속 발생한다."  


 진행에 따라 촬영현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에릭 로메르 감독님이 <시네마토그레프에 대한 단상>이라는 책에서 이야기하듯이 "촬영은 전쟁을 준비하듯이 철저해야 한다" 계획성을 가지고 촬영을 해야 스텝들이 온 힘을 원하는 곳에 집중시킬 수 있다. 막연한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는 것은 긍정주의에 대한 오해다. 진짜 긍정적인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린다. 잘못된 긍정주의는 막연히 잘 될 거야 생각하면서 밤새 술을 마시고 다음날 촬영분량에 대해서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아침에 술냄새를 풍기면서 진행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것 만큼 짜증이 나는 경우도 없다.


<사례 2> 촬영에 관심이 없는 스텝들

스텝은 하루에 다양한 장소를 옮겨 다니며 촬영을 한다. 처음 도착한 장소에서 스텝들은 연출, 제작의 도움을 받아 촬영장소를 옮겨 다닌다. 하지만 연출, 제작이 다음에 촬영할 장소를 모르면 기술스텝은 혼란을 겪는다. 나는 일기에 다음과 같은 일을 기록해 두었다.


 "촬영중간에 장소이동이 있었는데 "어디로 가냐?"는 발전차 기사님의 물음에 제작팀은 “내려가세요” 하는 태도를 보여서 열이 받았다. 나는 그냥 무시하고 내려가는데 뒤에서 걸어오는 제작부의 말에 속이 터졌다. "왜 나한테 물어?" 나는 속으로 화를 꾹꾹 누르며 현장으로 내려가는데 라인맨이 뒤따라오면서 제작팀에게 물어본다. “다음 장소 어디야?” 다시 묻자 나는 갑자기 뚜껑이 열려버렸다. “뭘 물어?!! 아는 애한테 물어라!! 제들 아무것도 몰라!!” 나는 성질이나서 짜증을 내고 스텝들을 따라 이동을 했다."


제작부가 촬영에 관한 일을 다른 스텝들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촬영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 그저 촬영현장에서 떠뜨는 것을 좋아하고 상황을 넘기고 사람을 대하는 술수만 늘면 바른 스텝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항상 사람은 좋은 행동보다 나쁜 행동을 빨리 배운다. 모든 스텝들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는 연출부와 제작부가 다음 촬영이 어디에서 진행이 되는 줄도 모르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면 현장에서 다른 스텝들은 혼란에 빠지기 쉽다.


<사례 3> 지휘자가 자리를 비울 때

촬영현장을 다니다 보면 또 이런 경우도 있었다. 지휘자가 자리를 비우는 경우이다. 현장의 지휘를 촬영감독님에게 맡기고 다음 씬을 준비하러 가는 것이다. 지휘자가 없으면 현장은 바로 돌아가기가 힘들다. 그리고 또 지휘자는 돌아와서 찍은 결과물들을 다시 확인했다. 하나를 정확하게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는 것이 좋다. 지휘자 돌아와서 다시 결과물을 확인하는 동안 다른 스텝들은 그저 멈춘 상태가 되고 만다. 스텝들은 톱니바퀴처럼 물려서 굴러가는데 한 가지 톱니바퀴가 멈추면 다른 톱니바퀴는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더욱 촬영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다. 일을 급하게 하는 것과 서둘러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사례 4> 준비가 잘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기는 실수

준비가 잘 되기 않은 현장은 매끄러운 촬영 진행이 어렵다. 나는 일기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긴 적이 있다.


"진행자들이 장비를 준비하는데 옆으로 와서 브리핑을 하고 촬영을 시작하려고 하니 모여달라고 했다. 막상 모이고 나니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우왕좌왕 무슨 말인지도 모를 형편없는 말이어서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진행자는 다들 서둘러 준비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스스로는 준비가 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아침부터 지휘자들은 점점 목소리를 높였다. 그건 왜 준비가 안 되어있어 "뺴액!!!" 하는 투정에 불과했다. 준비가 되어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목소리만 높이고 사람을 밀어붙이는 것에 불과했다. 그런 모습이 오전 내내 불편했다. 다들 소리만 질러대는 앵무새들 뿐이다.  진짜 책임자들은 멀리 떨어져 방관자가 되어있다. 점점 촬영이 바빠지는데 진행은 혼란스럽고 엉망이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진행에 매끄러움은 한순간도 느낄 수가 없고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니 이건 팀이라고 할 수도 없다. 이들의 태도는 따라올 사람들은 따라와라 뒤처지고 넘어지는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이게 우리 팀의 실력이라니 너무 한심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은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사례 5> 공개비난의 문자

한 번은 촬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더운 날 땀을 뻘뻘 흘리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집으로 향하는 길 단체연락방에 다음과 같은 공지가 올라온 적이 있다.


"촬영을 진행하면서 문제점이 있습니다. 촬영을 딜레이 시키고 흐름을 끊는 팀이 있습니다"


 단체연락방에서 특정팀을 겨냥하여 비판하는 것은 너무 상식 밖이었다. 사실 협박문자와 다를 것이 없었다. 촬영현장에서 서두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건 스텝들을 갈라치기하는 행위이다. 반면교사라고 남을 비난하기 전에 스스로를 바로 볼 줄 알아야 한다. 나는 문자를 올리는 행동이 단지 단체연락방에 있는 윗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라는 것을 안다. 그런 행동들은 작품에 대한 애정을 떨어뜨릴 뿐이다.


<사례 6> 먼저 식사할 수 있는 사람은 하세요.

촬영이 늦어지는 날, 한 번은 단체연락방에  "오늘은 점심시간이 따로 없으니 사람들은 돌아가면서 식사를 하시오"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촬영현장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인지 쉽게 알 것이다. 돌아가며 밥을 먹을 수 있는 스텝도 있지만 자리를 대체할 수 없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촬영현장에서 이와 같은 일을 많이 겪어서 바보같은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라인맨과 붐맨을 먼저 교대로 식사를 시켰다. 오히려 시간이 정해지지 않자 식사시간은 더 오래 걸리고 혼란만 가져왔다. 결국에 다시 식사시간을 갖겠다는 단체연락방에 공지가 올라왔다. 점심시간이 끝이 나고 다시 촬영은 재개되었다. 촬영도 늦어졌지만 결국에는 식사시간도 배가 걸렸다.


<사례 7> 긴장감이 없는 현장

현장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있어야 한다. 다들 리허설을 시작할 때는 배우를 배려해서 조용한 분위기를 지켜야 한다. 리허설을 안 보는 스텝들은 처음부터 잘 못 배운 것이다. 나는 일기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긴 적이 있다.


"느슨한 촬영현장에는 도무지 긴장감이 없다. 어영부영 모인 사람들이 촬영을 준비했다. 진행자의 부재로 현장은 도무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현장에 진행자가 왜 없어? 진짜 없다. 제2조감독은 연출부 중에 가장 똑똑한 친구지만 모든 스텝들을 아우룰 수 있는 능력이 아직은 없다. 감독이 슛을 외치기 전에 밥상을 차리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하루 종일 아무도 나서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다. 제1조감독은 실력이 무르익지도 않았는데 자리에 올라버렸으니 이 사람도 그만한 능력이 없어 이곳저곳 부딧치고 다닌다. 촬영은 더딘 속도로 진행이 되었고 점점 스텝들은 위기감을 느꼈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촬영현장에 책임피디가 도착해서 결국 싸움이 일어나고 말았다."


긴장감이 없는 촬영현장은 결국 싸움으로 끝이 났다. 나는 촬영이 없는 날에 오전에는 보통 운동을 하러 간다. 내가 운동하는 시간은 에어로빅 수업이 있다. 운동을 하는데 옆에서 에어로빅하는 아주머니들은 정말 열기가 대단하다. 특히 뉴진스의 슈퍼샤이가 흘러나올 때의 긴장감은 실로 대단하다. “뉴진스 파이팅!! 뉴진스 파이팅!!!” 에어로빅 강사님은 더욱 아주머니들의 긴장감을 고취시킨다. 뉴진스의 슈퍼샤이 다음으로 박지윤의 성인식이 흘러나온다. 아무튼 선곡은 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아주머니들의 열기는 뉴진스만큼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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